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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28분, '특검 거부' 고집만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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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28분, '특검 거부' 고집만 확인했다

[편집국에서] 朴대통령, 정국 정상화 의지 있나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저는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교착 정국의 돌파구가 될 만한 발언은 없었다. 9개월 만에 국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28분간의 시정연설을 통해 내놓은 정국 해법을 가장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국회의 결정에 대한 존중 의사를 보인 점이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에 관한 특검과 국가정보원 개혁 특위, 즉 '양특'에 관해 여야가 합의를 이루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비토하지 않겠다는 것.

"지난 대선 때 국정원에 빚진 게 없다"던 박 대통령의 강한 부정이 사태를 지금까지 끌어오게 된 '잘못 끼운 첫 단추'였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속내가 무엇이든, 상대적으로 진일보한 발언으로 평가할만하다. 여야 간의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은 정치의 정상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마당에 대통령이 이를 마냥 외면하기도, 단칼에 특검 거부 입장을 밝히기도 난감했을 것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이런 원론적인 언급만으로는 사태 해결에 그다지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특검법은 원래 여야 합의에 의해 정해진다. 대통령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특별하게 어떤 사안을 염두에 두고 한 말씀은 아니다"라고 의미를 톤 다운하기도 했다. 조건부나마 특검 수용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해석과 결을 달리해 원칙적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입장이 이렇다면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발언은 국회를 찾아 의례적으로 내놓은 덕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가뜩이나 청와대로부터 자율권을 가지지 못한 새누리당이 반대하면 특검 도입은 불가능하다. 새누리당은 현재까지 특검 수용 불가 입장에서 어떠한 변화도 없다. 시정연설 뒤 새누리당이 '특검 불가, 국정원 개혁특위 수용' 입장을 밝힌 대목에선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각본이 가동된 듯한 의심마저 든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는 박 대통령의 '국회 존중' 발언이 사실상 새누리당 뒤에 숨은 면피용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 뒤 여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퇴장하고 있다. ⓒ청와대

이 같은 의심을 해소하는 길은 두 가지다. 첫째는 특검에 관한 새누리당의 진지한 태도다. "재판 중인 사안"이라거나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보자"는 청와대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한 진전을 보기 어렵다.

이중기소 문제 때문에 재판 중인 사건은 특검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야당도 인정한다. 국정원 직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과 5만여 건의 트위터 글 등 검찰의 공소가 제기된 사안은 특검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를 통한 선거개입 의혹 등 윤석열 수사팀이 끝내 파헤치지 못한 분야는 얼마든지 특검 수사가 가능한 영역이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도 군 검찰과 특검을 통한 민간 수사가 동시 진행될 수 있다는 해석이 다수다.

무엇보다 김무성 의원의 '찌라시' 발언으로 증폭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도 대선 개입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특검에서 함께 다루자는 야당의 주장이 무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검찰의 기소 단계를 넘지 않은 추가 의혹들을 의제로 올려 협상과 타협을 모색하려는 전향적인 의지를 새누리당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둘째는 여야의 특검 논의와 별개로 박 대통령이 보다 큰 틀에서 정국 정상화의 해법을 찾는 길이다. 무엇보다 취임 9개월간 꾸준히 비판받아 온 인사 문제는 더 이상 미루기 힘든 과제가 됐다. 남재준 국정원장과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맨 앞줄에 있다.

남 원장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속적으로 방해한 의심을 사고 있다. 그가 주도해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물타기라는 의심을 받았다. 그는 검찰에 체포된 국정원 직원들에게 진술 거부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하기에 남재준 체제의 국정원이 마련한 방안을 토대로 여야가 국정원 개혁 방안을 논의하라는 박 대통령의 당부는 '셀프 개혁' 방침에서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검찰에 대한 외압 의혹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황 장관을 그대로 두고 "(진상규명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믿고 기다려달라"는 박 대통령의 호소도 공허하기만하다.

야당이 두 사람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을 예고했다고 정쟁의 일환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표현대로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되도록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비정상적 상황의 중심에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과 정국 정상화는 양립이 불가능한 문제라는 얘기다. 공은 다시 청와대로 돌아간다. 박 대통령이 또 회피하면 모든 게 원점이다. 헌법이 규정한 예산안 심의 기한은 12월 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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