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문재인 의원은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을 뿐이다. 검찰 조사 내용도 이제까지 논란이 됐고, 문 의원이나 관계자들이 언론 등을 통해 이미 밝혔던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전날 문재인 의원을 상대로 9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지만, 당시 대통령 기록물 관리의 총괄 책임자였던 문 의원이 정상회담 대화록 삭제와 미(未)이관을 주도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검찰이 '봉하이지원'을 압수수색하며, 80일간 벌였던 수사 또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조선>은 정상회담 대화록 논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신문은 3면 기사 '文 제안으로 불거진 '史草 실종'…文 조사로 매듭짓나'에서 "이번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정상회담 회의록을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 공개한 후인 지난 6월 30일 문재인 의원이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회의록을 열람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며 논란의 중심에 문재인 의원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문 의원이 회의록의 생산→수정→삭제로 이어지는 과정과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적수가 없다'던 박근혜 후보 측을 바짝 긴장시켰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여론 환기를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전면에 내세웠고, 김무성-권영세 등 캠프 관계자들이 2급 비밀문서로 국정원에 보관되어 있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일부를 공개하며 후방 지원했다.
현재 검찰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상대로 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유출과 관련해 서면조사로 일관하고 있다. 대화록 폐기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중간발표까지 하며 참여정부 인사 20여 명을 불러 조사했지만, 새누리당이 연루된 대화록 유출 의혹에 대해선 '정권 눈치 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조사 후 문재인 의원이 "이 사건의 본질은 참여정부가 국정원에 남겨놓은 국가 비밀기록을 국정원과 여당이 불법적으로 빼돌리고 내용을 왜곡해서 대통령 선거에 악용한 것"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문 의원의 말대로 "대화록은 멀쩡히 잘 있"는데, 이를 선거에 악용한 세력이 불필요한 논란을 증폭한 셈이다.
▲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6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는 150여 명의 지지자가 나와 "문재인"을 연호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문재인 의원의 검찰 출두에 '너무 당당하다'며 사소한 시비를 건 <조선>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소환하라"며 검찰 조사에 당당하게 응한 문재인 의원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인사문제, 공약 폐기 논란 등 각종 현안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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