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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치에 매몰된 박근혜 정부, 그 대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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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치에 매몰된 박근혜 정부, 그 대가는…

[한반도 브리핑] 바깥세상에 대한 무관심, 전향적 대외 정책 필요

요즘 북한의 변화, 특히 자본주의 요소의 도입과 운용 방식, 특구를 통한 경제의 개혁과 개방이 예상을 뛰어넘어 매우 광범하고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도 우리 국민들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흥분할 만한 일인데도 말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의 규모와 양상이 1970년대 말 중국의 개혁개방과 비슷하다고까지 하는데도 사람들은 별로 흥분하고 있지 않다.

6자회담 재개 문제는 또 어떠한가. 북한과 중국 양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6자회담을 개재하자'고 유례없이 적극적으로 미국과 한국을 설득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도 우리 국민들 중 많은 사람들도 별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오고, 더구나 북한과 소통하고 정책 공조를 하고 있는 중국이 단순한 외교관리들의 수준이 아니라 중국의 최고지도자 시진핑(習近平)이 직접 나서 오바마에게 6자회담 재개를 요청하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가 북핵문제 해결을 '자신'고 있는 상황이니, 이미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던 북핵문제 해결의 기회가 다시 한 번 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 모두 흥분할 만한 일인데도 말이다.

왜 우리는 다른 때 같으면 기대감으로 흥분하고도 남을 일에 대해 흥분하지 않고 있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로는 무엇보다도 극도로 소모적인 국내 정치로 우리 국민들의 정신 자원이 고갈되어 바깥세상에까지 신경을 쓸 정신적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한 마디로 피폐한 국내정치가 바깥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일들에 대한 대응능력을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들어 그동안 우리 국민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 녹취록 공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종북' 파동, 국정원의 대선 댓글 사건 등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사건들에 쉴 틈 없이 연타(連打)를 당해, 북한에 대해서도 불신하고, NL계통의 진보정치 세력에 대해서도 불신하고,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불신하고, 무엇보다도 '정치 그 자체'에 대해서도 불신하는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거기에다가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국가보훈처가 그 설립 목적인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보훈, 참전군인과 제대군인에 대한 지원사업'에 더 힘쓰는 대신, 대선기간에 '3권분립을 넘어 행정, 입법, 사법 위에 위치하는 1인 영도적 대통령이 종신 집권할 수 있었던 유신독재시대를 열었던' 주인공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남북관계에서 역사적인 민족화해협력의 시대를 열었던'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안보교육을 한 것이 밝혀지고, 더구나 국군 사이버사령부마저도 대선 댓글 공작에 참여한 것이 폭로되자, 우리 국민들은 최후의 일격을 당한 것처럼 제정신이 아니다시피 한 상황에 있으니 북한의 개혁·개방이 어떻고, 6자회담 재개가 어떻고, 그것들이 무슨 관심사항이나 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재향군인회도, 더구나 통일부도 자신이 지원하는 전국 13개 지역 통일관 가운데 거의 모든 통일관이 대선 기간에 '국정원의 돈을 받아 국가보훈처가 만든 편향된 자료로 안보교육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그로기 상태에 빠져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더 이상 충격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에게 정신을 다시 차리게 하고, 고달픈 심신을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해주는 것은 역시 정치, 소통하는 정치, 힐링하는 정치인 법인데,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 자체가 실종'된 상태에 있다. 정치가 국민들의 정신적 자원을 보충해주고 여유를 갖게 해줌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관심과 신경을 쓰도록 도와주어야 할 터인데, 그와는 정반대의 상황에 있다.

우리처럼 강대국들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강대국들의 이익이 교차하는 지역에 사는 나라에는 어떤 이유로든지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을 쓰지 못하면 결국 매우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는 것이 과거의 역사적인 경험이다. 일제 식민통치와 남북분단은 바로 우리 민족이 바깥세상과 국제정치에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대비하지도 못한 채 당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IMF 외환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노예가 되고, 민족의 허리가 두 동강이가 나고, 외환위기로부터 시작된 충격으로 직장과 가정이 무너진 그 뼈아픈 희생을 치르고 우리가 얻은 값비싼 교훈은 어디에 갔는가. 북한이 개혁·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오기를 우리가 얼마나 기대했고,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기를 또 얼마나 기다렸는가. 그런데 그러한 일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그것들을 무시하는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이 잘못되면 북한이 또 핵실험이라는 시한폭탄을 터트릴 것을 모두들 알고 있고, 그렇게 되면 북핵문제 해결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모두들 알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선핵포기'만을 요구하고 선핵포기 하지 않는다고 대화도 시작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북한더러 '핵을 포기하거나 핵을 강화하거나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인데, 어떻게 이것을 정책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인가. 무정책, 무대책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굳어지면 한반도에서 평화도, 통일을 말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을 포기한 것이 아닌지 많은 사람들이 묻고 있는데도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정부가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처하는 데서 무능력에 빠져있을 때, 깨어있는 국민들만이 정부를 깨어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의 4강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우리 한반도는 바깥세상, 국제정치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며, 더구나 우리는 지금 미·중 양국간의 경쟁과 북핵문제로 국제정치의 한가운데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외교를 잘 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든' 나라이다. 지금 우리 모두가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새롭게 힘을 내서 과거 우리가 바깥세상에 대한 무관심과 무능력으로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렀는지를 다시 한 번 상기하고, 박근혜 정부가 과거의 경험과 미래를 내다보는 역사의 맥락 속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관심과 능력을 재점검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을 취할 수 있기를 희망하여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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