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궁서설묘(窮鼠齧猫)'이다. 대선 개입으로 궁지에 몰린 국가정보원이 관련 의혹을 축소하며, 국민을 상대로 '북한 사이버전'을 예고했다. 마치 궁지에 몰린 쥐가 살기 위해 기를 쓰고 고양이를 물어뜯는 형국이다. 반면, 보수 언론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영혼 없는 '사과'를 계기로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을 서둘러 정리하려 하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실 여부를 떠나 거듭 송구하다"면서도 정부 요원의 "일탈"로 벌어진 일이라며 사건 축소에 나섰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은 "심리전단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없어"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이라는 투다.(☞ 관련 기사 : 국정원, '댓글 알바' 민간인에 '3080만 원 지급' 시인)
정부 여당에서조차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간주하고 있다. 유수택 의원은 지난달 24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면 그것은 옛 안기부이지, 오늘의 국정원이 아니"라며 "국가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사건이기 보다는, 일부 정부요원이 본분을 일탈한 사건으로 보는 국민도 많다"고 말했다.
대신 남재준 원장은 이날의 방점을 '북한'에 찍었다. 북한 국방위와 노동당 산하에 1700여 명으로 구성된 7개의 해킹 조직이 있으며, 프락치를 이용해 남한의 정책을 비방하고 총선·대선 개입 선동 등의 글을 국내에 실시간으로 유포·확산하고 있다고 밝힌 것.
<중앙일보>는 5일 '김정은 "사이버전은 만능의 보검" 3대 전쟁수단 운용'이라는 3면 기사에서 "사이버전은 핵·미사일과 함께 우리 인민군대의 무자비한 타격능력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이라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말을 언급한 남재준 원장을 추켜세웠다. "특정 사안에 대한 김정은의 직접적인 언급 내용은 정보수집 출처 보호를 위해 비밀로 엄격히 관리"되지만 "남 원장이 이를 정보위에서 공개한 건 여야 의원들에게 북한 사이버전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중앙>은 또 "남 원장은 이날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보고 시간의 상당 부분을 북한의 사이버전과 해킹의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대북정보에 할애했다"며, 국정원과 남재준 원장에게 힘을 보탰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는 별도로 나라의 안보를 위해 "북한의 사이버전에 대한 대응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임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특히 <중앙>은 '이석기 RO도 사이버 정치선전'이라는 별도 문단을 통해 '북한의 사이버전'과 같은 대남 심리전을 펼치는 조직이 국내에도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조선> 역시 5일 자 사설 '세계 정보 전쟁 속 어떤 국정원 개혁도 마다해선 안 돼'에서 '북한 사이버전'을 내세운 남재준 원장을 후방 지원했다.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문한 '국정원 셀프 개혁'을 강조하며 "북의 공작 앞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는 대한민국이 "국정원을 더 이상 방치한다는 것은 안보와 국익을 제쳐두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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