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국정원 직원 진술 번복…'윤석열 사퇴' 후 말 바꾸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정원 직원 진술 번복…'윤석열 사퇴' 후 말 바꾸기?

[원세훈 공판] 국정원, '82쿡' 등 커뮤니티에서도 활동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했던 국정원 심리전단팀 소속 황 모(여) 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수사외압 논란을 제기했던 윤석열 전 국정원사건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팀장 보직에서 물러난 것과 맞물려, 국정원 측이 원 전 원장 등의 무죄 입증을 목표로 검찰을 향한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수사 외압' 의혹에 이은 수사팀의 교체, 그리고 "법과 원칙에 따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정확하게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은 후 국정원의 태도가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정원이 진술 번복이 검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검찰은 공소 유지의 부담을 안게 됐다.

황 씨는 김하영 직원과 함께 3팀 5파트에 심리전단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사이버 활동의 지침인 '이슈 및 논지'를 서면(이메일)으로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부서장 회의 등을 통해 '지시·강조 말씀'을 하면 이것이 '이슈 및 논지'로 직원들에게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수사팀에게 황 씨의 진술은 원 전 원장의 선거개입을 입증할 입증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국정원 직원 중 황 씨만 유일하게 '이슈 및 논지'의 지시 체계를 검찰에 구체적으로 진술했기 때문이다.

"저에게 유리할 것 같아서 서면으로 지시받았다고 했다"

황 씨는 △외부 활동 관련 동일 장소 반복 이용 금지 △청사 인근 카페 출입 최소화 △ 시시티비(CCTV) 감시중인 출입구에서 먼 곳에서 근무 △본인명의로 된 신용카드 사용 자제 등의 업무지침을 이메일로 전달받았다고 진술했었다.

그러나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 사건 공판에서 황 씨는 "이메일이 아니라 구두로 전달받았다. 다른 행정 이메일과 착각해서 그렇게 진술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재판부는 "직접 받았지 이메일로 받은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착각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구두로 전달받은 내용을 이메일로 받아서 읽어봤다고 착각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유머에 남긴 '장군님 상중이니 술은 자제하라고?'란 제목의 게시물에 대해서도 진술을 뒤집었다. 해당 게시물은,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4·11 총선 당시 회식 자리에서 "장군님(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상 중이니 술을 자제하라"고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해당 의원을 비판하고 있다.

황 씨는 "그때 당시에 검찰 조사에 많이 위축되고 불안감을 느낀 상태였다. 그런 글을 올린 계기가 뭐냐고 묻는 검사의 질문에, 국회의원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했다는 부담이 느껴져서 그 건은 특별히 서면 지시가 있었던 것처럼 진술했다"며 "그러나 그 건 역시 구두로 지시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서면으로 받았다고 하면 저에게 더 유리할 것이라는 얄팍한 생각에 그랬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밝힌 데 따르면, 황 씨는 검찰 조사 당시, "원장님의 말씀이나 지시가 있으면 차장, 국장 등을 거쳐 부서장 회의에서 구체화된다. 이렇게 구체화된 내용이 일선 직원에게 전달된다. 예를 들어 원장이 정부정책이나 시책에 대해 왜곡된 측면이 있어 국정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러프하게(대략적으로) 말하면 그게 국정원 내부망에 올라온다. 그러면 앞서 말했듯이 각 회의에서 원장님 말씀이 정제되어 구체적으로 저희에게 전달되는 구조"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황 씨는 "그 부분은 제가 잘 알지 못한다. 제 생각을 진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시다시피 당시 제 진술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때 당시를 회고하면 많이 위축되고 거의 울면서 답변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검찰은 "계속 진술의 앞뒤가 안 맞았다고 하는데, 최근 증인이 조서 내용을 보거나 조서 내용이 어떻다고 들은 적 있느냐"고 물었다. 황 씨는 "휴직 중이라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출석을 앞두고 긴장을 많이 한 탓에 통화로 제가 어떻게 진술했었는지를 (물었다)"고 답했다. 조서 내용을 누구한테 들었냐고 묻자 그는 "사무실에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는 국정원 측에서 누군가 황 씨의 참고인 진술 조서 내용을 짚어줬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국정원 측에서 황 씨의 참고인 진술 조서를 입수한 뒤 황 씨와 말을 맞췄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주부들 커뮤니티에 "박근혜 의원, 대권 노릴 자격 있다" 글 올려

한편 심리전단팀은 네이버 '맘스홀릭 카페'와 '82쿡'등 주부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 씨는 지난해 1월,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직후 박 대통령을 응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근혜 의원에 대해 호불호가 없긴 했는데 개인적 가정사를 듣고 나니 안됐기도 하고...프랑스 유학 시절 모친의 부고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귀국했다는데 웬만한 이십대 아가씨였으면 기절했을 텐데 굉장하네요. 휴 20대 내내 어머니를 대신해 일국의 퍼스트레이디 역할하신 분이고...박근혜 의원 별명이 얼음 공주라잖아요. 왜 그리 차가운지 이해가 가더라고요. 어제 박 의원 말처럼 부친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내릴 것이고. 그런 이념, 과거지사 다 떠나서 박 의원은 개인적 영달이 아니라 순수한 애국심으로 대권을 노리는 거라면 정정당당히 승부할 자격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네요. 근데 인기는 없는 것 같아요..."

이와 관련해 황 씨는 "그 글은 이슈 및 논지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 진술을 바꾼 이유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주자 황 씨는 "사건 이후에 개인적 사정으로 휴직에 들어갔다. 출산을 앞두고 몸도 편하지 않은데 사무실로 갈 상황도 못 됐다. 어떻게 얘기할지 많이 반추해보고 관련된 얘기도 들었다. 너무 많이 압도돼서 제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다른 직원에 비해 많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