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WCC 제10차 총회 맞이 해외·한국 성소수자 그리스도인 만남 준비단' 주최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는 미국, 유럽,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우간다, 캐나다 등에서 한국을 찾은 50여 명이 참여해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으로 인해 폭력, 괴롭힘, 차별, 배제, 낙인, 편견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그러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무엇이냐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엄한 존재"라고 말했다.
이들은 "많은 차별 중에서도 특히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적인 혐오는 기독교가 오랜 전통으로 외쳐 온 '이웃 사랑'과 전면 배치되는 것이라며 "한국 교회는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교육과 토론을 진행해 교회가 이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성서를 혐오 정당화 도구로 전락시키는 행위를 멈추어야"하고, "치유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정서적·물리적 폭력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에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평등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차별 금지'를 천명하는 구체적 조치인 차별금지 법제화가 필요하"며 "각 학교 및 공공 기관에서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없애기 위한 정기적 교육 역시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동성간 상호 합의된 성행위까지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 6항을 즉각 폐지돼야 하며, 이를 통해 모든 법이 동성애자나 이성애자에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세계교회협의회 10차 총회 맞이 한국 성소수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해외 협력자들의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프레시안(최하얀) |
선언문 발표에 앞서, 성문밖교회 소속인 곽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대표는 "한국엔 성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제도도 없다"며 한국 성소수자들이 처한 현실을 기자회견 참가자들에게 설명했다.
곽 대표는 "2007년부터 7년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로 여전히 제정되지 못했다'며 "보수 기독교계는 오랜 역사가 있는, 교단을 초월한 대규모 기독교 행사인 WCC에 대해서도 왜곡과 선동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신, 출산, 종교, 성적 지향, 정치적 의견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안은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던 지난 4월에도 보수 기독교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좌초됐다. 보수 기독교계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은 독소 조항이라며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질병과도 같은 동성애에 청소년들이 노출되고 사회가 혼탁해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개리 패터소(Gary Paterso, 캐나다) 목사는 "캐나다에는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법안이 많에 제정돼 왔고, 나의 교회에선 아름다운 동성 결혼이 수시로 열린다"며 "그래도 캐나다의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보호한다고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에는 캐나다, 덴마크, 독일, 인도네시아, 라트비아,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루마니아, 스페인, 미국, 우간다, 한국의 기독교인들과 미국 글로벌 저스티스 인스티튜트, LGBT 기독인 유럽 포럼, 미국 그리스도 연합교회, 한국 섬돌향린교회,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 등이 참여했다.
'그리스도인들의 유엔'이라고 불리는 WCC는 지난 30일부터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10차 총회를 열고 있다. 1948년 출범한 후 7년마다 총회를 열고 있으며, 한국에서 총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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