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독일보다 3배 싼 한국 전기요금, 이젠 올려야 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독일보다 3배 싼 한국 전기요금, 이젠 올려야 한다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 원전 폐기의 배경 ③

(지난 편에서 이어집니다. ☞ 지난 편 보기)

기숙사에 살 때는 월세에 전기요금 등 여러 가지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잘 몰랐었는데, 나중에 일반 주택에 살게 되면서 비싼 전기요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요금은 미리 1년 치를 예상하여 월 평균액을 부과하고 연말에 정산하는 방식이었다. 2000년대 중반에 보통 월 70~80유로(약 10~12만 원, 조리·난방 포함)를 부담했다. 가난하다고 공공임대주택을 주었지만 전기요금에서는 전혀 봐주는 것이 없었다.

귀국한 후에는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었다. 2012년의 명세서들을 찾아보니 한 달에 약 7~8만 원(5~6만 원의 조리·난방의 가스요금 포함)이다. 어차피 우리 부부의 전기사용량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과 한국에서 집이 약간 더 커졌다는 점, 또 지금은 독일의 요금이 더 인상된 점 등을 감안할 때, 독일의 전기요금이 확실히 더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원가보다 싼 값에 산업전기 판매…독일은?

독일의 전기요금이 비싼 이유는 1킬로와트시(kWh)당 요금에 포함된 '재생에너지 분담금'이 98년 0.08센트에서 점차 상승하여 2013년 5.28센트로 늘어난 결과이다. 동시에 부가가치세율이 13%에서 16%로 인상되어 그 액수가 98년 2.33센트에서 2013년 4.59센트로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이다.

우리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매월 정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월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할증되는 누진제가 적용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10%와 산업전력기반기금 3.7%가 더해진다. 하지만 예를 들어 3인 가정이 연간 3500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기요금은, 독일은 1005유로(약 150만 원)지만 한국은 약 50만 원 이다. 독일이 3배 정도 더 비싸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독일이 더 비싸다. 최근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일반가정용보다도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원가보다도 싸다고 한다. 한국전력공사에서 만들어 놓은 표를 보면 아주 복잡하여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대략 40~120원/킬로와트시로, 터무니없이 낮다. 물론 독일에서도 산업용 전기요금은 가정용보다 저렴하게 책정되고 있다. 2012년 기준 연간 사용량이 20~500메가와트시(MWh)일 경우 14.9센트(약 220원, 부가세 미포함)/킬로와트시이고, 2000~20000메가와트시일 경우에는 11.6센트(약 170원)이다.

이처럼 산업용 전기요금을 저렴하게 책정한 까닭에 한전은 지난 3년간(2010~2012) 약 5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이러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에 계속해서 저가의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과거 개발시대와는 달리 기업의 재무상태나 조건들이 판이하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국정감사 관련 홍종학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과거 6년간(2007~2012) 대기업들이 조세피난처로 송금한 돈이 360조 원을 훨씬 넘었다고 한다. 기업의 재무상태가 과거와 달라진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한 국감에서는 천문학적 부채문제(2012년 기준 약 95조 원)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방만하게 경영했다는 문제 등이 불거져 나왔다. 이는 무엇보다도 거대한 전력시장을 한국전력 혼자 독점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여러 개의 전력회사들(Vattenfall, E.ON, RWE, EnBW 등)이 독일 전역을 크게 4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우리도 이처럼 전력시장을 분할하고 적절한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독점에 따른 폐해들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 인상을 고려할 때다

우리도 이제 전기요금의 인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우리도 선진국 수준으로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하는 이야기를 꺼내면 많은 반발이 예상된다. "서민들은 전기를 쓰지 말란 말이냐?"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물론 이것은 무작정 요금을 인상하자는 말이 아니라 그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한 그러한 요금인상이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의 막대한 부채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요금인상에 대한 생각은, "값싼 요금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에서 나온 것이다.

에너지 요금의 인상에 따라 빈곤층 및 중소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각각의 에너지 회사들이 인상에 따른 수익증가분으로 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에 이것이 곤란하다면, 그 수익증가분을 세금으로 거두어 독일처럼 전반적인 복지제도를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사회적 약자들에게 특별히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에너지의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요금이 비싸지면 누구나 좀 더 절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러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에너지의 소비량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OECD의 국가별 에너지 총생산량과 인구수를 가지고 2011년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을 계산해보면,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독일은 73에 불과했다. 독일 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독일의 주택 등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가구 수 4.5%, 주거면적 3.6% 증가), 2005~2012년 사이의 가정용 에너지 소비량은 4.8%(난방에너지는 8.4%) 줄었다고 한다. 이것을 보면 에너지 요금을 인상하고 절약에 힘쓸 경우 전체적인 에너지 소비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맞을 가능성이 크다.

독일에서 에너지 요금이 지속해서 오르자, 사민당은 2013년 9월 총선에서 관련 세금을 25% 줄여 전기요금을 내리자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기민당은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고, 선거결과는 기민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나타났다. 물론 이것 때문에 기민당이 승리한 것은 아니겠지만, 반드시 에너지 요금을 깎아주겠다고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교훈 삼아 박근혜 정부도 밀양에 송전탑을 건설하는 등 값싼 전력의 공급을 확대하는 것에만 매진할 것이 아니라, 산업용 전력요금의 인상을 포함한 전반적인 에너지 요금의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 전체적으로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절약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또한 불량부품을 사용한 것이 드러남으로써 우리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의 결단력을 배웠으면 한다. 사고가 발생하여 꼭 인명이 희생되어야만 개선조치가 나오는 좋지 않은 관행을 이제 그만 벗어버려도 되지 않을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