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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숨겨둔 자식' 흑색선전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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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숨겨둔 자식' 흑색선전 잊었나?

[편집국에서] 'SNS 피해자' 朴대통령의 처신

박근혜 대통령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혐오는 지독했다. 그는 총선을 앞둔 지난해 4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SNS를 통한 인터넷 선거운동을 상시적으로 전면 허용키로 하자 "헌법적 가치에 대한 문제"라며 반대했다.

대선후보 시절이던 8월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저에게 아들이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RT(리트윗)까지 신나게 되고, 나중에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는 그런 한 줄로 끝내면 우리 사회가 뭐냐는 생각이 든다"며 "흑색선전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병을 앓는 것 같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 생각에, 가공할만한 확산력을 가진 SNS는 흑색선전 창궐의 지하 유통망이고 자신은 피해자였다.

김무성 의원이 최근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에 관한 성명서를 냈다. 그는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불법이나 부정에 의해 선거를 치르려는 생각은 목숨을 내놓더라도 안 하는 후보였다"고 했다. SNS와 인터넷에 대한 박 대통령의 뿌리 깊은 혐오에 비추어 보면 김 의원의 주장을 마냥 엉터리로 볼 건 아니다. 개인적인 믿음도 보탠다. 부정한 선거를 꼭대기에서 획책한 후보가 지금 우리의 대통령이라면 그건 생각만으로도 너무 참담한 일이니까.

ⓒ연합뉴스

그런데, 김무성 의원도 '목숨'을 걸고 부정 선거의 유혹을 멀리 했을까? 김 의원은 대선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박근혜 대선 캠프를 이끌었다. 그는 박 대통령의 혐오나 거부감과 달리 SNS를 "죽느냐 사느냐의 전쟁터"로 여겼다.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막중한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고 이번 선거에서도 SNS는 대선판도를 좌우할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SNS 소통자문위원회, SNS 본부 등에서 생산한 내용들이 담긴 박근혜 후보의 컨텐츠를 공유하고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층 여론을 확산, 대선 흐름을 우리 쪽으로 끌어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이 활약을 독려한 SNS '사이버 전사'들은 급기야 사고를 쳤다. 새누리당의 SNS 미디어본부장' 명함으로 이른바 '십알단(십자군알바단)'이라는 조직을 이끈 윤정훈 목사는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고 문재인 후보에게 불리한 글을 트위터에 게시하고 리트윗 하는 수법으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 윤 목사가 새누리당 및 국가정보원의 지원을 받은 듯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선거를 며칠 앞두고 공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정원 심리전단과 십알단이 서로 리트윗한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군 사이버사령부가 윤 목사의 글을 리트윗한 사실도 확인됐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신내림이라도 받은 듯 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낭독한 장본인이다. 그것만으로도 국정원과의 짬짜미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다. 새누리당과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조직적인 SNS 여론조작 공모 사실이 밝혀질 경우에는 선거부정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다. 그런 그가 "지난 선거는 제 책임 하에 치렀다"며 "우리는 당당하게 싸웠고 한 치의 부끄럼이 없다"고 하는 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혐의에 대한 부정을 넘은 또 다른 '외압'이다. 김 의원이 당권과 대권을 두루 넘보는 여권의 실세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부끄럼이 없다"는 김 의원의 주장이 무색하게 박 대통령이 목숨을 걸고 바랐던 공정 선거는 없었다. 박 대통령이 어느 개인의 '숨겨둔 자식' 비방으로 "SNS 흑색선전"을 걱정할 때 정작 국정원과 군과 새누리당의 사이버 전사들은 조직적으로 자판을 두드리며 상대 후보를 인신공격하고 빨갱이로 매도하는 수만 건의 트윗 글을 게시하고 서로 리트윗하고 있었다. 대선이 끝나고 난 뒤에야 밝혀진 진실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독' 담화 뒤에서 아직까지도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인식을 고집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를 "혼란과 대립"으로 규정했다. 야당 대표 면전에서 "내가 댓글로 당선됐다는 것이냐"며 격앙했다는 두 달 전 태도에서 한 치의 달라짐이 없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철저히 조사해서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박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지금껏 사건을 수사해 온 수사팀장을 찍어내고 그 자리에 공안통인 이정회 수원지검 형사1부장을 앉혔다. 수사팀을 지휘하는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난 솔직히 (국정원 사건이) 무죄 나올 것에 대한 확신이 선다"고 한 인물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회의론과 벌써부터 특검이 거론되는 건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토로한 "나중에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는 한 줄로 끝내면 우리 사회가 뭐냐는 생각"은 지금 상황에 더욱 무겁게 적용돼야 한다. 국가기관이 야당 후보를 향해 자행한 범죄, 선거 여론을 왜곡한 범죄가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끝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SNS의 피해자다. 그러나 부정선거의 더 큰 피해자가 야당 후보로 드러난 이상 박 대통령은 상대적 수혜자가 됐다. 박 대통령이 지금 그걸 모른 체 하고 덮으려 하면, 그건 2차 가해자가 되는 길이다. 참고로 박 대통령에게 '숨겨둔 자식'을 트위터에 올려 피해를 준 사람은 지난 5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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