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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동양그룹과 유사한 대기업 4곳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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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동양그룹과 유사한 대기업 4곳 더 있다"

[국감] "금감원, CP 돌려막기 알고도 방치…공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동양그룹과 유사한 대기업이 4곳 더 있다"고 밝혔다. 금융계열사를 동원해 개미 투자자에게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대기업이 최소 4곳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에선 이미 '1○3○' 등 특정 기업 4곳을 머리글자로 지칭하는 명단이 나돌던 터라 2차 동양 사태가 생기는 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 원장은 18일 금감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김영환 민주당 의원이 "대기업 집단 63개가 금융계열사 164개를 소유하고 있는데, 동양과 같은 문제가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자료를 가지고 있다. 4곳 정도가 그렇게 되는데,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후폭풍을 의식한 듯,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은 오전 질의가 끝난 뒤 "동양그룹과 유사한 4곳이 있다고 했는데, 금융계열사를 동원해 CP 등을 팔아 자금을 조달한다는 뜻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최 원장은 "제가 말한 것은 동양처럼 위험하거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라며 "대기업 계열사 중에서 CP와 회사채를 조달한 곳이 통계상으로 4곳 정도 된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최 원장은 "여신이 많은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고 여러 가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금감원, 동양 CP 돌려막기 알고도 묵인…공범"

최 원장은 이날 "동양의 CP 발행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현행 자본시장법이 허용하는 (적법한) CP 발행을 금감원이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사태를 사전 인지하고도 방조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은 누차 제기됐으나, 최 원장의 이 발언으로 의원들은 더욱 거센 비판을 이어갔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이 몇 년에 걸쳐 동양증권 문제를 계속 추적하고 조사하고 경고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중에도 동양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쪼개기 수법으로 매일 수차례에 걸쳐 수십, 수백억 원씩 CP를 발행했다'며 "금감원이 이를 파악하지 못한 채로 방치했다면 금감원의 존립 이유가 있겠나"라며 질타했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금감원과 동양증권은 2009년 5월, 동양증권의 신탁자산을 통한 계열사 CP 보유규모 감축 및 투자자 보호조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3개월마다 CP 감축 현황을 보고키로 했다. 그러나 동양증권은 2010년 말까지는 목표 감축액을 달성해 가다, 2011년 6월 들어서는 계열사 CP 보유액을 다시 키우며 각서를 이행하지 않았다.

또 금감원은 2006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동양증권에 대한 검사를 통해 계열사 CP의 신탁 편입과 관련해 기관 경고를 하고, 대표이사를 징계하는 등의 제재를 내렸다. 그러다 2012년 7월에서야 동양증권에 세 번째로 양해각서 이행을 촉구하고, 금융위원회에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건의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의원들은 감사원이 금감원을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법 때문에 대주주를 처벌하지 못했다면 금감원이 왜 있는 것이냐"고 말했고,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전임자 문제이지 내 문제는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문제가 불거진 당시 주요 책임자들이 지금에서야 다시 진상을 파악한다니, 이번에 감사원의 감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0일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 감사원에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가운데)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앞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과 최종구 수석부원장이 얘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최수현 금감원장, 영업정지 반대…"인가 취소할 상황은 아니다"

최 원장은 동양증권 영업정지 여부를 묻는 질문엔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려면 부실한 상황이 지속해야 한다"며 "지금 상황은 자본시장법상 중대한 조치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달 들어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 홍기택 KDB산은금융지주 회장과 만난 자리가 있었느냐는 질문엔 "동양에 시간적 여유를 주자는 말을 하자고 만난 자리는 아니었다. 금융 정책과 현안 전반에 대해 가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또 "현재현 회장은 비서실을 통해 연락이 와 지난 9월 처음 만났"으며 "(서울고등학교 동창인) 정진석 사장과 사적으로 만나 동양 그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날 "동양그룹이 2006년부터 기업어음과 회사채 등 시장성 자금을 지속해서 조달해 왔으나 금감원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결과 불완전판매행위가 드러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고 투자자 피해 구제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특별검사반을 통해 검사를 진행 중이고, 110명 규모의 동양그룹 투자피해자 지원 전담반(TF)를 구성해 피해구제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현 회장 출연할 사재 있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을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현 회장은 동양 사태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사재 출연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출연할 사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현 회장은 이날 국감에서 "저희 집이 가압류됐다고 신문으로 봤는데 사실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해 자신의 재산 상황이 어떤지조차 잘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사재를 내놓겠다고 했는데 최대로 피해 보상받아봤자 원금의 20~30퍼센트"라며 "현 회장이 내놓은 것(사재)을 묶는 방법이 없느냐"고 금감원장에게 물었다. 이에 최 원장은 "기본적으로 예탁하는 것은 법원 회생 절차에서 하지만 손해보전 차원의 사재 출연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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