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두 교장선생님이 보낸 11월 개강 강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미술관은 거대한 쓰레기 봉지다. 더럽다. 악취가 난다. 기만의 역사와 훼손된 유산들이 예술의 비비크림을 짙게 바르고 알쏭달쏭한 미소를 짓는다. 미와 추의 경계는 어차피 아리송한 것. 천사와 악마, 영웅과 괴물이 손을 맞잡고 아름답고 잔혹하며 고귀하고 외설스러운 춤을 추는 이상한 나라의 무도장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교장선생님은 서양미술사학자로, 독일 쾰른대 철학부 서양미술사, 고전고고학, 이탈리아 어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알베르티의 회화론> <바보배> <고전미술과 천번의 입맞춤> <성화의 미소> 등 70여 권의 저서와 역서를 펴냈습니다.
▲ 천사와 악마, 영웅과 괴물이 손을 맞잡고 아름답고 잔혹하며 고귀하고 외설스러운 춤을 추는 이상한 나라의 무도장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미술사학교 |
2013년 가을학기 11월 개강 강의는 11, 12월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이며 총 7강입니다. 강의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유럽 미술관 기행①>
제1강[11월 1일] 파리의 미술관들
제2강[11월 8일] 런던의 미술관들
제3강[11월15일] 로마의 미술관들
제4강[11월22일] 피렌체의 미술관들
제5강[11월29일] 뮌헨의 미술관들
제6강[12월 6일] 베를린의 미술관들
제7강[12월13일] 마드리드와 페체르부르크의 미술관
이번 강의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인문학습원 강남강의실에서 열리며 참가비는 19만2천5백원, 자세한 문의와 참가신청은 인문학습원 홈페이지 www.huschool.com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을 이용해주세요.
☞참가신청 바로가기
노성두 교장선생님은 지난 2009년 봄 <미술사학교를 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술이 어렵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미술이 쉽게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전세금 빼서 갖다 바칠 용의가 있다.학창 시절 지도교수님은 우리를 앉혀두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미술에도 문법이 있습니다. 구문론과 의미론도 있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고 미술을 감상한다는 것은 러시아어를 모르고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나의 논문을 지도하셨던 요아힘 가우스 교수는 독일 르네상스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에 대해서 교수임용논문을 썼던 분이다. 독일은 박사학위를 한 다음에 십년 이상 연구에 매진해야 교수임용논문을 쓸 수 있다. 석사박사 할 것 없이 심지어 티브이 드라마나 무한도전에 나오는 탤런트라도 교수가 될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그런데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동판화 <멜랑콜리아>에 대해서 임용논문을 썼습니다. 그 당시 나는 이 작품에 얽힌 모든 문제를 다 해결했노라고 자부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작품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백합니다."
그렇다. 미술이 쉽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나 역시 30년 가까이 서양미술사를 붙들고 씨름하고 있지만, 승산 없는 이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문학이란 이런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좋지도 않은 머리로 작품 해석에 골머리를 썩혀보았자, 인생만 남루해질 뿐이다. 그 살아 있는 증거가 바로 노성두이다. 학문으로서 미술의 역사를 공부해도 좋지만, 순수하게 즐기고 감상하기 위해서 미술과 친해지려는 것도 훌륭한 접근방식이다. 문학이론을 모두 섭렵해야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집사람은 미술이 상식이고 교양이라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철학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교양 없는 인간들의 철학 없는 사유와 상식 없는 사회가 얼마나 쉽게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 우리는 2009년 대한민국이라는 살아 있는 현장에서 하루가 무섭게 체험하고 있다.
물론 미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때로 쓸모없고 부질없기조차 하다. 미술공부를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걸스카우트가 효도르와 격투기를 벌여서 1회 KO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과 같다. 그보다 가능성이 더 적을 것이다.
그러나 미술의 역사가 꼭 링 안에서만 이루어지라는 법은 없다. 걸스카우트라도 링 밖에서는 효도르와 함께 참이슬을 곁들여 삼겹살을 먹거나 인사동 골목길의 입장료 안 받는 갤러리에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1/6,000,000,000의 사나이 효도르는 딸아이에게 앙증맞은 만화 주인공을 손수 그려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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