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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에 이르는 길 : 히스테리, 꿈, 성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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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무의식에 이르는 길 : 히스테리, 꿈, 성욕

[다시 읽는 현대 철학사 시즌3 <정신분석학의 철학>]<1> 프로이트-1

프레시안과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공동 기획한 '다시 읽는 현대 철학사' 강좌 시즌3은 <정신분석학의 철학-프로이트에서 들뢰즈까지>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강좌에서는 현대인들의 삶과 욕망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정신분석학을 철학적인 견지에서 다루어보고, 그 사상의 영향력과 다양한 맥락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본 강좌 후기에서는 강의 내용 중 핵심적인 부분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음미하고 그 의미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정신분석학의 역사를 철학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정신분석학은 정신질환 환자들의 임상 치료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은 임상 이론의 심화 과정을 거쳐 현대철학의 거대한 사상적 흐름을 바꾸는 하나의 철학적 조류가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정신분석학의 용어들은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사용 되고 문화 현상과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는 이론이 되기도 했습니다. 19세기 말부터 태동하기 시작한 이러한 정신분석학의 광범위한 영향력은 다윈의 진화론에 비견되기도 합니다.

현대 정신분석학의 첫 머리에 등장하는 인물은 당연히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가 되겠는데, 전체 강좌의 머리말 격인 제1강 <프로이트-무의식에 이르는 길 : 꿈, 히스테리, 성욕>에 대한 강의는 연효숙 연세대 외래교수가 진행하였습니다. 연 교수는 프로인트 정신분석학의 주요 의문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며, 그의 문제의식이 여기에 녹아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I, ego)는 누구이며, 나에 관해 나는 얼마나 알 수 있는가? 혹시 낯선 나를 만난 경험은 없었는가? 인간의 본성은 이성(reason)인가, 본능(instinct)인가, 욕망(desire)인가? 인간의 기억은 의식 속에만 있는 것인가? 우리가 흔히 쓰는 '무의식적으로'라는 말은 어떤 뜻인가? 잠에서 깬 후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꿈은 나의 삶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으며 그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과거에 자신이 받았던 고통과 상처를 모두 기억하는가? 나도 모르게 그 상처가 망각된 적은 없는가?

의사였던 프로이트가 여러 유형의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분석하며 발전시켜온 사유의 역사는 그 자체로 정신분석학의 정립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히스테리와 꿈에 관한 연구에서 시작하여, 중기의 무의식과 쾌락원칙에 관한 이론을 거쳐, 말기의 문명사적 불안과 예술가의 정신분석에 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프로이트의 저서들은 초기 정신분석학이 닦은 기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이론들은 후대에 많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인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발상을 우리에게 던져 주었고 우리의 정신을 이해하는 여러 지표들과 방법론을 제시했습니다. 제1강에서는 프로이트의 저서와 생애를 알아보고 그의 학문 활동 전반부에서 중요한 세 가지 키워드인 히스테리, 꿈, 성욕을 주로 살펴보겠습니다.
▲ Sigmund Freud

트라우마와 히스테리

프로이트는 파리에서 저명한 신경병리학 교수였던 샤르코 교수와의 만남 이후, 연구방향을 정신병리학으로 잡고 신경질환을 치료하는 개인 의원을 빈에서 개업했습니다. 그는 여러 '히스테리(Hystery)' 환자들을 접하고, 그것은 '고통스러운 사건을 경험하고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정상적인 방식으로 사라지지 않거나, 그 사건의 감정이 소실되지 않을 때 발병'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관한 치료는 자신의 증상에 대해 환자가 내뱉는 말에 집중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통적인 진단에서는 히스테리를 그것의 어원(hystera, 희랍어로 자궁이란 뜻)에서 보듯이, 여성의 지나친 상상이나 자궁의 흥분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트라우마로 인한 히스테리는 신경 체계의 해부학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일상적인 신체 개념'에서 일어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의사로서 병리적 증상의 원인을 신체와 정신의 유기적 연관성에서 찾았던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우리는 그 부정적인 기억을 기억하거나 그것에 대해 저항하거나 때로는 그것을 의식의 영역에서 지워버리려고 억압하기도 합니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과정에서 신체와 행동에서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병리적 모습은 단지 증상일 뿐이며, 그것의 진정한 원인은 심리 속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히스테리' 연구에서 포착한 이런 정신의 층위에 관한 새로운 관점은 '꿈'에 관한 연구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꿈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

프로이트는 꿈을 억압된 '소망'의 위장된 '충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는 꿈을 해석하는 것은 우리가 마음의 무의식적 활동에 이를 수 있는 왕도라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자는 동안 수없이 꾸게 되는 꿈은, 의식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원했던 소망이 환각적 경험 속에서 충족되는 과정의 편린들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꿈은 현실의 반대'라는 속설처럼, 꿈속에서 표현된 소망은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춘 채 늘 위장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꿈에 관한 기억은 '꿈의 내용'이란 것과 '꿈의 사고'라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실제 드러나는 꿈 속 세계에서 있었던 직접적이고 현시적인 꿈입니다. 이에 반해 후자는 그 드러난 세계 이면에 있는 보다 간접적이고 잠재적인 꿈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꿈의 내용'이 우리가 경험하거나 기억하는 것으로서의 꿈이라면, '꿈의 사고'는 꿈의 진정한 뜻과 의미를 파악하게 해주는 측면으로서의 꿈입니다.

그렇게 '꿈의 내용'이 '꿈의 사고'로 전환되는 과정을 프로이트는 '꿈의 작업(Traumarbeit)'이라고 불렀습니다. 그것은 '압축', '전치', '표상'의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세 과정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꿈의 세계에서 경험하는 일은 늘 현실 세계의 조건과 맥락을 초월합니다. 수면 위로 드러나는 빙산이 전체 얼음 덩어리의 극히 작은 일부이듯이 실제 우리가 기억하는 꿈은 잠재적인 꿈보다 늘 작은 내용을 갖도록 축소됩니다[압축]. 또한 실제의 소망은 그대로 나타나지 않고 다른 얼굴로 변장을 합니다[전치]. 그리고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고 떠올리던 것들은 꿈속에서 생생한 이미지로 치환되어 나타납니다[표상]. 이처럼 꿈이란 것을 꾸게 됨으로서 우리는 심리적으로 자신의 욕망과 정서를 우회적으로 충족시키거나, 망각하거나, 억압하거나, 퇴행시키는 것입니다.

섹슈얼리티와 자아

이러한 꿈에 관한 연구를 통해 프로이트는 인간의 본성을 지배하는 '쾌락원칙'과 그것을 억압하는 '현실원칙'을 이론화시킵니다.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1차적인 과정에 대해 그는 '쾌락원칙'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의 욕망을 마음대로 충족시킬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온갖 금기와 법, 질서와 권력, 국가의 권위 등을 통해 사회의 특정한 구조와 가치를 유지시키는 통제 과정[인간의 행위를 훈육하는 2차 과정으로서의 현실원칙]을 겪게 됩니다.

이제 프로이트는 이렇게 쾌락원칙과 현실원칙 사이에 인간이란 존재가 삶을 영위하고 있으며, 이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무의식과 의식의 대비에 견주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나아가 한 인간 정신의 층위를 본능적인 충동(리비도)이 지배하는 '이드(Id)', 그것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초자아(Super-Ego)', 그 사이에서 양자의 충돌을 조율하는 '자아(Ego)'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는 이론을 정립하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 프로이트의 이러한 '자아 모델'과 '무의식과 자아의 관계'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의 주제에 좀 더 집중해보겠습니다.

철학사적으로 봤을 때 프로이트는 성욕과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주제로 본 최초의 사상가입니다. 그 이전에는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여 설명하기 위해 늘 생각하는 능력, 이성만을 다양한 관점에서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인간을 이해하는 시각을 넓히고 나름의 개념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후대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는 한 인간이 태어나서 겪게 되는 성정체성 형성의 심리발달 단계를 이렇게 구분합니다.

'전성기기(前性器期)'는 '전(前)오이디푸스기'로도 불리는데, 남아와 여아 모두 최초의 안락한 공간인 어머니의 품에 의존하고 어머니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 시기입니다. 쾌감을 느끼는 부분 충동의 부위로서 '구강기'와 '항문기'를 겪는 약 3세 까지로 볼 수 있습니다. '성기기(性器期, 남근기)'는 '오이디푸스기'로서 약 3세에서 5세까지 어머니와 자기 자신의 분리가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이 때 남아는 어머니와 자신을 분리시키는 대상으로서 아버지를 접하게 되고 거세에 대한 공포[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겪게 되며, 그러한 어머니에 대한 관심과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을 극복해 나가며 최초로 '초자아'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에 반해 여아는 이러한 거세 콤플렉스 대신에 자신에게 없는 '남근 선망(penis envy)'을 갖게 되고, 초자아를 형성하지 못해 영원히 어른이 되지 못하는 작은 아이로 남게 됩니다. (여아가 자신의 남근을 거세해 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어머니를 미워하고, 아버지의 아이를 갖고 싶어 하여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이 부분에 대한 프로이트의 설명은 다소 불분명하며, 후대에 많은 비판을 받게 됩니다.)
▲ 연효숙 교수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수강생들과의 토론에서는...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연효숙 교수는 수강생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생각할 거리를 제시했습니다.

기존에는 질병으로 간주되던 히스테리, 꿈, 성욕 같은 것들이 과연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는가? 인간이 충동이나 본능에 지배 받는 것이 더 본질적인 차원이라면, 인간이 발휘하는 이성의 역할은 대체 무엇인가? 무의식의 영역이 과학적인 방식으로 증명불가능한 차원이라면, (오늘날 영미권의 학계에서 평가하듯이) 혹시 이것은 허구적이거나 비유적인 가상의 개념이 아닐까? 그런 의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날 왜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는가?

어느 수강생의 질문에서 드러났듯이 서구의 지적 전통에서 발전한 학문인 정신분석학에서 사용하는 개념들을 접할 때 동아시아인들은 처음부터 벽에 부딪히기 일쑤입니다. 유교나 불교의 가치들이 그 토대에 자리 잡고 있는 사회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문자 그대로 이해하는 것은 난감합니다. 또한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통합적으로 사고했던 오래된 전통 속에서 마음, 정신, 의식, 영혼 같은 말의 의미들은 서양의 어휘와 1:1로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한국인들은 '마음'이란 말을 들으면 가슴과 심장을 먼저 떠올리며 감각-정서 작용을 연상하고, '정신'을 들으면 머리나 뇌를 떠올리며 심리-사유 작용을 연상하지만, 영어의 'mind'는 이 모두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오늘 살펴본 것처럼 프로이트는 전통 철학에서 무시되었던 꿈의 의미와 가치를 연구하였으며, 히스테리 환자들을 통해서 인간의 본성이 성욕과 연관된 에너지에 집중되어 있음을 간파하였습니다. 그는 정신의학에서 출발했지만 몸과 마음이 관계 맺는 방식을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사유의 혁명'을 준비했습니다. 또한 그런 정신분석학의 관점은 사회구조나 정치 영역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주었고, 무의식이라는 도구를 통해 사상과 문화, 역사와 예술을 새롭게 직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2강에서는 <프로이트 2 - 쾌락원칙을 넘어서 : 충동, 신경증, 초자아>라는 주제로 프로이트의 후기 사상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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