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클래식의 세계로 빠져 들어갈, 클래식학교(교장 진회숙)의 이번 겨울학기 주제는 <영화로 만나는 클래식>입니다. 새해 1월 7일부터 3월 4일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 7∼9시 총8강으로 진행되며 강의장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1층 문화센터 제1강의실입니다.
진회숙 교장선생선생님은 겨울학기를 준비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겨울학기 클래식학교의 주제는 <영화 속 클래식>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영화의 문외한이 강의하는 영화 속 클래식 이야기' 정도가 될 겁니다. 사실 저는 영화를 잘 모릅니다. 그리고 영화광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광적으로 영화를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제가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클래식 강의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어떻게 하면 수강생들에게 클래식을 지루하지 않게 소개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클래식이 나오는 영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의외로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무슨 영화에 클래식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으면 얼른 DVD나 비디오를 구해서 보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 속에서 음악이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같은 영화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아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떤 장면에 어떤 음악이 깔린다는 것을 의식하고 영화를 보니 그 전에는 별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갔던 장면들이 새로운 의미로 가슴에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영상으로 음악을 듣고, 소리로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음악을 통해 영화를 새롭게 읽는 법, 영화를 통해 음악을 새롭게 듣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학기에 이 즐거운 경험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그리고, 2013년 1월부터 새로운 장소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서울 삼성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문화센터가 1년 반에 걸친 대대적인 리모델링 후 문을 열었습니다. 11층 옥상정원을 새롭게 꾸미고, 강의 공간 역시 갤러리처럼 꾸며 놓았는데요, 무엇보다 놀라운 변화는 클래식을 위한 강의실입니다.
시야를 가리지 않는 계단식 구조에 편안한 의자, 널찍한 화면, 최첨단의 음향시설에 그랜드 피아노까지 작은 콘서트 홀이나 소극장을 방불케 하는 쾌적한 분위기가 압권입니다. 백화점이니만큼 주차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음악감상하기에는 다소 열악한 환경에서 강의가 진행되었지만 이제부터는 국내 어느 음악감상실 못지 않은 쾌적한 환경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바랍니다.
강의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제1강[1월7일] <샤인>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스콧 힉스 감독의 <샤인>은 호주 출신의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일대기를 그린 논픽션입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데이비드는 장학금을 받고 영국 왕립음악학교로 유학을 갑니다. 하지만 학교 음악회를 위한 오디션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치다가 정신착란을 일으켜 나머지 삶을 정신병원에서 보냅니다. 이렇게 12년을 세상 사람들에게 잊힌 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길리안이라는 여성을 만나 피아니스트로 재기하게 되지요. 현재 데이비드 헬프갓은 아내 길리안의 보호 아래 전 세계를 무대로 연주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인 영화이니 당연히 피아노곡이 많이 나오겠지요.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은 역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입니다.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수천 톤의 석탄을 삽으로 퍼 나르는 것과 같은 에너지라고 합니다. 그 무게가 너무나 과중했던 것일까요. 데이비드 헬프갓은 이 곡을 연주한 후 그만 정신줄을 놓고 맙니다.
제2강[1월14일] <M. 버터플라이>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M. 버터플라이>는 북경 주재 프랑스 대사관의 회계사 갈리마드와 중국의 경극 배우 송 릴링의 부적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갈리마드는 푸치니의 <나비부인>에서 주인공 초초 상으로 분한 송 릴링을 보고 한 눈에 반합니다. 그는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지만 송 릴링과 사랑에 빠져 결국 동거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송 릴링은 임신을 하자 갈리마드의 곁을 떠납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미리 말씀 드리면 재미가 없겠지요? 여하튼 여기서 두 사람을 맺어준 것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입니다. 영화나 오페라나 모두 서양 남자를 사랑하는 동양 여자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3강[1월21일] <가면 속의 아리아>와 말러의 음악들
불치의 병에 걸려 죽음을 눈 앞에 둔 성악가가 자신의 뒤를 이를 제자들을 길러낸 후 자기는 조용히 세상을 떠난다는 줄거리를 가진 프랑스 영화입니다. 주인공 조아킴 역에 세계적인 바리톤 호세 반 담이 출연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요. 이 영화에서는 말러의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쓰였습니다. 말러는 평생 '죽음'의 문제에 집착했던 작곡가지요.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삶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러의 음악은 어둡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와 <대지의 노래> <교향곡 4번>에서도 짙은 그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4강[1월28일] <피아니스트>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주인공 에리카는 슈베르트 음악의 연주와 해석에 정평이 나 있는 저명한 피아니스트이자 교수입니다. 이제 마흔 살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남자와 정상적인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는 그녀는 사랑과 성에 대해 매우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 자기를 사랑하는 남자가 나타나자 그녀는 남자에게 부탁합니다. 자기를 성적으로 학대해 달라고... 프랑스 영화답게 난해하고, 어떤 면에서는 엽기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음악은 아름답습니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와 <피아노 3중주> 등 주옥같은 슈베르트의 명곡들이 전편에 깔리는데요, 그 아름다움이 엽기적인 내용과 묘한 콘트라스트를 이룹니다.
제5강[2월4일] <카핑 베토벤>과 <합창교향곡>
옛날에는 작곡가가 마구잡이로 휘갈겨 쓴 악보를 연주자들이 보기 쉽게 깨끗하게 베껴 적는 카피스트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카핑 베토벤>은 베토벤의 악보를 카피했던 안나 홀츠라는 여성과 베토벤이 음악을 통해 예술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당연히 베토벤의 곡이 많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압권은 <합창교향곡>의 초연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나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베토벤을 위해 지휘대에 선 베토벤의 맞은편에서 지휘를 합니다. 안나의 지휘를 베토벤이 카피하도록 한 것이지요. 영화에서는 이 장면에서 음악을 상당히 길게 들려줍니다. 안나와 베토벤은 서로의 몸짓에 집중합니다. 안나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베토벤의 손끝으로 전달됩니다. 안나와 베토벤은 연인 사이는 아니지만, 하나의 음악을 두 사람이 공유하는 이 장면은 두 사람이 인간적인 사랑 이상의 사랑을 나누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음악을 통해 육체의 결합이 아닌, 그 보다 한 단계 높은 정신과 영혼의 합일을 이룬 것이지요.
제6강[2월18일]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패션의 천재 샤넬과 20세기 음악의 혁명가 스트라빈스키의 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찬반이 엇갈리지만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볼거리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샤넬이 유명한 향수 <넘버 5>를 만드는 과정이라든가 당시 파리 패션가의 실제 모습 등 흥미진진한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초반에 나오는 <봄의 제전>의 초연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봄의 제전>의 초연은 클래식 공연 역사상 전무후무한 스캔들로 기록되고 있는데요, 영화는 이 상황을 놀랍도록 자세하고 정확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말로만 듣던 그날 밤의 아수라장이 그대로 눈 앞에서 펼쳐치는 듯합니다.
제7강[2월25일] <아마데우스>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모차르트가 주인공이니만큼 이 영화에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많이 나옵니다. 오페라만 해도 <마술피리> <돈 지오반니>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이렇게 세 편이 나오는데, 이 중에서 <마술피리>는 모차르트 특유의 아름다운 선율과 동화적 환상이 흘러넘치는 아주 멋진 오페라입니다. 딸을 고생시키는 사위를 나무라는 장모의 잔소리와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연결하는 등 오페라와 관련된 재미있는 장면도 많이 나옵니다.
제8강[3월4일] <엑스칼리버>와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엑스칼리버>는 중세 브리튼을 통일한 것으로 알려진 아더 왕의 전설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독일 작곡가 카를 오르프가 작곡한 <카르미나 부라나>가 나옵니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중세의 방랑시인들이 쓴 라틴어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중세 사람들의 모든 것 즉, 사랑과 인생관, 철학, 유머, 자연관, 술에 대한 예찬 등을 담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중세 사람들도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곡을 붙인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는 매우 역동적인 작품입니다. 모두 24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첫 곡은 아마 여러분도 다 아실 겁니다. 각종 cf나 영화,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입니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화음이나 선율의 변화를 최대한 절제한 채 단지 몇 개의 음만 가지고 특징적인 리듬을 반복합니다. 단순한 리듬 속에서 놀라운 역동성이 느껴지는 아주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강의를 준비한 진회숙 교장선생님은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음대에서 서양음악을,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공부했습니다. 1988년 월간 <객석>이 공모하는 예술평론상에 <한국 음악극의 미래를 위하여>라는 평론으로 수상, 음악평론가로 등단했고, <객석> <조선일보> <한국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 매체에 예술평론과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이후 KBS와 MBC에서 음악프로그램 전문 구성작가로 활동하며 MBC FM의 <나의 음악실> KBS FM의 <KBS 음악실> <출발 FM과 함께> KBS의 클래식 프로그램 <클래식 오디세이> 등의 구성과 진행을 맡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평화방송의 <FM 음악공감> 중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인 <SPO>의 편집장이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 중입니다. 인문학습원의 오페라학교 교장선생님도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클래식 오딧세이> <나비야 청산가자> <영화로 만나는 클래식> <보면서 즐기는 클래식 감상실>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나를 위로하는 클래식 이야기> <예술에 살고 예술에 죽다> 등이 있습니다.
이번 강의는 모두 8강으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1층 문화센터 제1강의실에서 열립니다(아래 약도 참조). 자세한 문의와 참가 신청은 www.huschool.com 또는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으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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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오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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