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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다운 겨울나라...<설악과 동해의 겨울연가(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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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다운 겨울나라...<설악과 동해의 겨울연가(戀歌)>"

[알림] 국토학교의 송구영신(送舊迎新) <설악-동해 특집>

국토학교(교장 박태순, 소설가)의 12월 답사, 제28강은 <설악-동해 특집>입니다. 답사 키워드는 <저무는 해의 전송, 한 해의 마무리>. 12월 10일(토)과 11일(일)의 1박2일로, 청정(淸淨)의 공간을 찾아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성찰 시간을 갖는 요산요수(樂山樂水) 일정입니다.

10일(토), 서울을 떠나 내설악 백담사 일대를 탐방하고 미시령을 경유해 속초시의 설악해맞이공원을 산책한 후 설악동의 여러 탐방로 중에서 선택하여 자유 트레킹에 나섭니다. 11일(일)에는 양양읍 조산리에 있는 동해신묘(東海神廟) 터와 낙산도립공원 탐방, 오산리 선사유적지 답사, 경포대 일대 산책, 강릉 선교장 방문과 대관령 <양떼목장> 산책로 트레킹으로 이어집니다.

박태순 교장선생님은 이번 여행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여행문화 자산과 여행문화 자원을 구분하고 싶다. 높은 여행가치 자산을 싸구려 자원으로 유용하고 낭비하는 안타까운 현상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의 대중소비사회에서 레저-관광-스포츠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할 대상지가 필요하기는 하더라도 설악과 동해가 송두리째 이에 종속되어서야 아니 될 노릇이다. 특색 있는 문화기행-역사기행이 마련되어야 하고 다양한 축제행사와 여행상품도 준비되어야 한다. 이는 여행자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이미 다녀본 지역이라 할지라도 비밀처럼 숨어있던 새로운 장소와 풍경들을 발굴하면서 다양한 여행체험을 누려볼 수 있어야 하는 바 새로운 메뉴를 준비하여 찾을 필요가 있다.

물론 오늘의 설악-동해 일대는 국토의 대표적인 관광산업 지대를 이루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봄철의 상춘, 여름철의 피서, 가을철의 단풍, 겨울철의 설경 스키로 사시장철 방문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인(내국인)의 외국여행을 '아웃바운드'라 하고, 외국인의 한국 나들이를 '인바운드'라 하는데 대하여 내외국인이 함께 즐겨 찾는 곳은 '인트라바운드'라 하거니와 그러한 명성의 일번지로서 단연 꼽히는 곳이다.

국토학교는 강원 지역을 여러 차례 지나 다녔으나 <설악-동해 특집>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겨울에 찾아가려 하는가 하는 데 대해서는 겨울다운 겨울나라, 설국(雪國)의 소망을 새겨보아야 할 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눈 설(雪)에 멧부리 악(嶽)을 붙인 설악은 겨울이라야 더욱 장관을 보여주는 산악인 데다가 히말라야의 설산이 그러하듯 웅숭깊게 대자연의 위용을 갈무리한다. 동해 또한 겨울 바다여야 할 까닭이 있는데 저무는 해를 전송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하여 해 뜨는 바다를 찾고 싶기 때문이다. 슈베르트의 연가곡 <빈터 라이제>는 원래 '겨울 여행'이라 번역되어야 마땅하지만 한국에서는 '겨울 나그네'로 통용되고 있는데 겨울이야말로 낯설어진 풍경을 만나면서 깊은 사색을 펼치어 자신의 고뇌를 이겨내려는 '여행의 계절'이 된다.
▲ 겨울이라야 더욱 장관을 보여주는 설악산. 눈 덮인 대청봉이 위용을 보인다. Ⓒ양양군

동해를 지켜주는 관문의 고장 관동(關東)…, 백두대간의 영마루를 넘어서야 닿던 영동(嶺東)…. 서울∼춘천∼홍천 연결의 고속도로가 내륙지대와 이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이 되게 한다. 여행문화도 계속 변모되고 있다. 매월 1회 이상 등산하는 이를 산악인의 범주에 넣을 적에 그 전체 인구는 1천5백만 명에 달한다 하고 저들이 자주 찾는 산은 북한산-설악산-지리산의 순서라 하는데 설악이 성큼 다가오는 중이다. 그런데 클라이밍의 설악만 아니라 트레킹의 설악이 더욱 인파를 불러 모으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기반시설 확충도 요청된다.

아울러 예쁜 고래를 만날 수 있으리라 하던 동해를 찾아가자면 3등 완행열차를 타고 하루 종일 걸려야 했던 찌든 삶의 기억을 이제는 지워버릴 수 있을 만하게 되었다. 교통지리학의 하드웨어 변화에 따라 환경지리학의 소프트웨어 구성도 달라져야 한다. 특수 행락 투어 지역이던 곳을 누구나의 투어로 개방하고 어떤 면에서는 해방을 시키는 <신(新)관동별곡>을 어찌 불러볼 수 있을까. 이에 디지털 신(新)유목 시대의 설악과 동해는 과연 어떠한 <코리언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콘텐츠가 되는지 우선 개괄해본다.

설악산 알피니즘과 투어리즘

<알피니즘>은 1820년대 무렵부터 알프스 등산을 전문산악인의 새로운 산악문화로 체계 잡으면서부터 생겨나게 된 용어였다. 한국에는 192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러한 '근대문화'가 소개되어 백두산, 금강산, 한라산 등의 새로운 알피니즘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산악회>는 8.15 직후인 1945년 9월 15일 창립되었는데 누구나 민족해방을 노래하고 있을 적에 이 민간단체는 국토해방의 과제를 서둘러 제출해놓고 있었다. 이미 '국토운동'의 사명감을 갖고 태어났으니 국토구명(救命), 국토녹화, 학술조사, 자연보호, 산악정화, 등산기술지도, 산악조난구조 등의 목표를 제시해놓고 있었다. 송석하, 홍종인, 이숭녕, 이은상 같은 이들의 선구적인 역할이 있었다. 1954년에는 설악산 종합학술등반을 처음 실시하였는데 '산사람'의 설악을 '산악인'의 설악으로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된다.

1970년 3월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설악은 한국 알피니즘의 본산이 되어온 '절세가경(絶世佳景)'의 골산(骨山)이다. 산악인이면서 시인인 김우선씨는 <산중미인>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설움 밖에 남은 것이 없던 왕년의 맨발의 청춘들에게 설악은 그야말로 '청춘산맥'이었고 능히 짝사랑 구애의 절세가인과도 같은 존재였다.

등산 인구의 확대, 등산 장비의 발달, 암벽(및 빙벽) 등반의 대중화와 함께 해외 등반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도 설악산 알피니즘을 빼놓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등산 루트가 정비되고 새로 개척되기도 하는데 내설악의 백담사∼마등령∼대청봉, 외설악의 비선대∼양폭∼대청봉 코스와 함께 한계령(남설악)의 오색∼설악폭포∼대청봉 등산로가 새롭게 각광을 받는다. 그리고 공룡능선 코스, 12선녀탕 코스, 울산바위 코스를 비롯하여 토왕성폭포, 대승폭포 등의 암벽 및 빙벽 클라이밍도 이미 대중화되어 있다.

산악숭배와 산악신앙은 고래로부터 천손족(天孫族) 후예들에게 유별난 것이었거니와 설악산(1,708m)과 금강산(1,638m)이 대비된다. 설악산은 전통시대에 유-불-선 합류의 성산(聖山) 역할에서 금강산보다 빼어난 쪽은 아니었으나 가령 신라의 자장율사라든가, 도의 선사와 일연 스님, 김시습에서 한용운에 이르는 이들의 설악 인연에서 보듯이 미약하기만 하였던 것도 아니었다.

오늘의 설악산은 유-불-선 합류의 전통 산악사상을 계승하면서 근대 알피니즘의 명산(名山)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는데 이로부터 다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알피니스트의 설악에서 남녀노소 모두가 찾고자 하는 녹색공원 지역으로 탈바꿈되는 중이지만 과연 올바르게 전개되어 진행되고 있느냐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유불선문화의 동해, 시민문화의 동해

동해 문화역사지리를 새롭게 주목해 보아야 할 까닭이 있다. 동예(東濊)는 옥저라든가 부여 등과 함께 부족국가사회를 펼치고 있었을 적에 대체로 오늘의 원산 일대에서 영덕 일대의 동해안에 포진하고 있었고 그 중심부는 춘천과 강릉 일원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춤추는 하늘, 곧 <무천(舞天)>의 동해 누리를 열었다. 음력 10월에 모두 모여 하늘 제사를 드리고 춤과 노래로 즐기는 국풍대회를 <무천>이라 불렀다 함은 '해 뜨는 동해나라'의 하늘축제임을 내세우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동해안 지역은 서북방 대륙에서 동남방 해역으로 내려오는 천손족(또는 동이족)의 이동루트가 되는데, 가령 금강산의 여러 명칭들을 통해 풍류도-도교-불교-유교의 전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산은 동예를 병합하여 고구려 땅이 되었을 적에는 '상악(霜嶽)'이라 했다. 그런데 후일 신라 영토가 되면서 '풍악(楓嶽)'이라 이름을 바꾸는데 서라벌 청년무사들의 하드 트레이닝 수련장이 되었다. 겨울 이미지의 '서릿발 멧부리'에서 만산홍엽의 '단풍 멧부리'로 명칭이 달라진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우선 이 산의 일만이천봉이 고구려인에게 서릿발처럼 보였던 것이라면 그 뒤의 신라인에게는 색깔 해방을 일으켜 생명력이 넘쳐나는 가을 경관을 주목해보게 된 것인 듯하다. 상악-풍악이라는 명칭이 이처럼 먼저 나타나고, 봉래-금강이라는 산명이 그 뒤에 덧붙는다. '봉래'는 3신산(봉래, 방장, 영주)의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해동의 이상향이고, '금강'은 불교의 성산으로 추앙되면서 나타나게 된 산명이었다. 그리고 '개골산'은 마의태자의 전설과 함께 등장되는데 유교지식인의 고난을 기개 높은 이 산의 겨울 풍치에 담아보려 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동해 문화경관은 더욱 확대재생산된다. 고려 말의 안축과 조선 중기의 정철이 지은 두 편의 <관동별곡>을 통해 볼 수 있듯이 그 문화경관이 새롭게 구성되는데 '관동8경'의 지정과 누정문화 향유 등이 그러하다.

동예 시대의 '풍류도 산수', 풍악이라 부르던 산을 새로이 봉래산으로 지목을 하는 도교산수, 법기보살 상주처라 하여 '금강산'이라 불리게 되는 '불교 산수', 그리고 누정문화를 누리고자 했던 관동8경의 '유교 산수'…, 동해 문화역사경관은 이러한 다양성을 충족시켜왔다. 그런데 과연 '동해의 근대화'는 어떠한 양상인가. 해수욕장, 스키장, 유원지, 위락단지 등의 경관은 전통시대에는 없었던 것들이다. 이러한 근대경관이 전통경관을 해체하고 어느 면에서는 파괴하는 것이 당연한 노릇은 아님을 이제부터라도 성찰해 보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개발'의 과제에 대해 동해안 지역은 늦어서야 새롭게 자각을 하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에 이르러서는 난개발-막개발 상황을 나름대로 정리 정돈시켜 생태관광-녹색관광의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고자 하는 중이기는 하다. 인트라바운드 명소를 보다 쾌적하게 디자인하려는 관광인프라도 정비되어 가는 중이고 시민들의 여행문화 에티켓도 차츰 세련되어가고 있으나 다만 지자체 행정관료주의와 시장자본주의의 생태-환경 불감증은 구태의연인 듯 하기만 하다. <강원도의 힘>(1998년)이라는 영화는 속물 인간들이 레저관광지대에서 벌이는 타락 현상을 묘파한 것이었는데, 설악-동해 일대의 오염과 공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하는 소리들이 높다.

연말연시의 절기에 거든한 몸과 비운 마음의 송구영신 나들이는 화려하다거나 요란한 것일 수 없다. 잡답(雜沓)에서 벗어나 청정(淸淨)의 공간을 찾고 송구영신의 성찰 시간을 갖는 요산요수 행차이다. 눈 이불 덮어 더욱 준엄한 설악과 일망무제의 망망대해 동해에서 <함께 그리고 홀로>의 여로로서 무엇을 만나려 하고, 어떠한 것을 찾고자 하는 것인가. <랜드 오브 모닝 캄(조선)>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풀이되기 보다는 '맑은 아침의 나라'라고 새기는 것이 옳다고 한다. 짧은 여정일망정 '모닝 캄'의 동해를 찾고 싶고 만나고자 한다.

국토학교 제28강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2월 10일(토)>

07:00 서울 출발 (6시 50분까지 서울 강남 압구정 지하철역 6번 출구의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유진관광 <국토학교> 버스 탑승바랍니다. 김밥과 식수가 준비돼 있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09:30-11:00 셔틀버스 환승으로 백담사 일대 탐방 (인제군 북면 용대리)

내설악의 7km 백담사 계곡은 외부의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고 마을버스로 이동하거나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입산의 금지 아님을 다행으로 여기되 입산자의 수행(修行)처럼 경건히 길을 닦는 마음으로 들어가야 한다. 겨울의 차가운 맑음에 휩싸여 있는 골짜기에는 무엇 하나 유심하지 않은 것이 없으려니.

대청봉에서 흘러내리는 담(潭)이 1백번째 되는 곳에 세운 사찰이어서 <백담>이라는 호칭을 얻었다는 속설을 믿고 싶을 만큼 이 지역을 마냥 성역화 상태로 남겨두고 싶다. 한때 속세의 소음으로 오명(汚名)시킨 바도 있기에 출세간(出世間)의 공간에서 탈속의 호연지기를 더욱 키우고 싶기도 하다. 백담선원에서는 지난 11월 10일부터 이미 동안거(冬安居) 결제 법회에 들어갔는데 백담계곡에 이어 수렴동계곡이 누리는 겨울의 안거(安居)에 외래자들도 포행의 행선(行禪)을 해보고 싶다. 백담사-수렴동계곡-봉정암-대청봉 코스, 또는 백담사-영시암-오세암-마등령 코스는 겨울산행을 금지시키고 있지만, 숲 그늘이 맑은 여름날이거나 다채색의 낙엽길이 마냥 도타운 가을날에 다시 찾기를 예약해두고 싶다.

11:10-11:50 점심식사 (용대리 <할머니황태구이집>에서 황태구이정식)

12:20-12:40 <설악해맞이공원> 산책 (속초시 대포동)

미시령 도로는 내설악-외설악-남설악에 이어 북설악의 수려함을 들키게 한다. 속초는 남쪽의 청초호와 북쪽의 영랑호를 갈무리하는 호반도시이면서 동명항, 아바이마을, 대포항 등을 간수하는 항만도시이다. 강릉 쪽에 있는 정동진이 외지인들에게 점령되어버린 양상인 것과는 달리 속초의 동명항은 현지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갈무리하고 있다. 바다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는 영금정(靈琴亭)에서 신령스런 거문고 소리를 내는 겨울바람을 쐬고 싶지만, 노정의 절약 필요성 때문에 설악동 입구 쪽의 해맞이공원 산책으로 대신한다.
▲ 설악동 입구, 7번 국도변의 <설악해맞이공원>Ⓒ속초시


13:00-16:30 설악동 자유 트레킹 (속초시 설악동)

준수한 내설악에 이어 화려한 외설악을 탐방한다. 설악동 일대는 '산악문화 해방구'를 이루는데 수학여행, 수련대회 등의 체험만 아니라 단체 또는 홀로의 여로로 누구나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되어 있다. 등산로들이 정비되어 있으나 개방등산로 이외의 산행은 금지되는 등 외설악 일대는 조직적으로 관리된다. 설악산 비경 또한 영구적인 출입금지 구역과 계절적인 금지구역으로 통제를 받는데, 겨울철에는 클라이밍 아니라 트레킹만 가능한 형편이다. 외려 설악 설한풍 한 자락으로 바깥에서 끌고 들어온 '오만과 편견'을 삭혀야 할 일이다.

설악동에서 스스럼없이 자유인이 되고자 한다. 등산로와 탐방로들이 여러 갈래로 퍼져 있으니 취향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여 자유 트레킹을 기회를 갖는다. 겨울산행인 만치 <만사 불여튼튼>이어야 한다. (12월 10일 속초 지방 일몰시간은 17시 05분)

1) 와선대-> 비선대 코스 : 가장 대표적인 등산로의 하나로 설악동 소공원에서 비선대에 이르는 숲길은 평탄하면서도 수려하기 그지없고 주위로 보이는 기암절벽 준령들은 사뭇 기세가 등등하다. 가히 신선골의 점입가경으로 들게 하는데 산천초목 모두의 생명호흡이 실로 별유천지이다. 비선대-> 양폭-> 희운각대피소-> 대청봉 등산로가 통제되고 있으니 귀면암-오련폭포에도 오르지 말아야 한다. 해발 600m의 바위산 중턱에 자리 잡은 금강굴 탐방도 미끄럼 방지를 위해 사양하는 것이 좋겠다. 왕복 2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고시되고 있지만 느림보걸음의 산정무한(山情無限)이 더 좋을 수 있다.

2) 계조암-> 흔들바위 코스 : 신흥사 경내를 지나 탐방로 입구로부터 활엽수림의 숲길이 사계절마다 다른 태깔들이다. 천연 바위 위에 세워진 계조암 암자는 '흔들바위'로 인해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런데 멀쩡한 바위를 외지인들은 함부로 흔들려고 하지는 말아야 할 노릇이다. 심심산골의 바위는 '동네북'과 같은 여론몰이 놀이마당의 대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울산바위에 이르는 등산로는 가파른 철계단과 낭떠러지 길로 이어지고 있으니 겨울등반은 금물이다. '울산바위'는 울산 땅에서 올라온 바위라는 전설이 있으나, 실인즉 울음 우는 산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으로 살펴야 한다.

3) 육담폭포-> 비룡폭포 코스 : 산악인들의 암벽등반 명소인 토왕성폭포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이어받는 폭포들이다. 설악동 하천인 쌍천(雙川)을 끼고 내려가다가 폭포의 지류로 올라가게 되는데 겨울철에는 야생 동물들의 발자국을 만날 수 있고 설산의 산기(山氣)를 느낀다. 다른 코스들에 비하여 호젓하고 그윽한 분위기여서 새롭게 각광을 받는다. 15m의 비룡폭포는 용이 올라간 형세일 수도 있고 내려온 것일 수도 있는데, 승천설 보다는 산골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하늘에서 하강했다는 후자 쪽의 전설이 더 그럴싸하다.

4) 권금성 케이블카 코스 (기상조건에 따라 운행되지 않을 수도 있음) : 권금성은 대체로 고려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산상에 어찌 이런 성채를 쌓았을지 불가사의하다. 연대를 앞당기는 고증이 가능하다면 신라 화랑들의 신선도 수련장, 또는 삼국쟁패 시대의 산성으로 고찰해보고도 싶다. 주요 등산로에서는 비껴나 있어 케이블카 공사의 산림훼손이 큰 쪽은 아니었다. 화채봉 능선에 오르면 토왕성폭포-천불동계곡으로 이어지는 험산의 줄기를 배경으로 하여 북으로 맞부딪는 울산바위의 골산(骨山) 줄기들과 그 너머 동해 바다 경관이 장엄하다.

5) 설악동 소공원-> 신흥사 순례 :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에 설악동의 관광인프라는 나름대로 구색을 골고루 갖추어놓고 있는데 나 자신 이에 어떻게 호응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곧 이 시대의 투어리즘 수준을 가늠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설악산관리사무소와 신흥사 교구본부는 산악 공공디자인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할 것처럼 보인다. 신흥사는 원래 자장이 세웠다는 향성사(香城寺)에서 연원되는데 향기로 성을 쌓아 나쁜 기운이 없는 가람이었다고 하는 이러한 연기(緣起) 정신이 계승되기를 바라고 싶다.

설악동 자유트레킹은 이처럼 다섯 코스를 선택해볼 수 있는데 시간을 엄수하여 하나만 아니라 하나 반, 어쩌면 두 코스를 누려볼 수도 있다.

17:00-18:00 대포항 자유식 (속초시 대포동)

'동해안 제일의 관광어항'이라는 표어를 내세워 대포항(大浦港)은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중인데 지저분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재래시장을 없애는 방식이 아니기를 바라고 싶다. 청초호의 '아바이마을'은 이미 옛 정취를 상실해버리고 말았는데, 과소비의 해물보다는 아바이순대라든가 방파제 포장마차의 주전부리를 누리는 자유식을 갖는다.

18:30 숙박 : 한화리조트 설악쏘라노 (속초시 장사동)

<동해와 설악이 맞닿은 아름다운 풍경>에 위치하고 있음을 내세운다. 북설악 일대에는 미시령 터널과 도로의 개통 이후로 '테마파크'들이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데 울산바위 바깥쪽의 산경(山景)과 속초항 너머의 해경(海景)이 한 눈에 잡힌다. 야경도 아름답다 하지만 새벽 해돋이 장관을 널리 멀리 조망해볼 수 있음은 특권에 속한다(12월 11일의 속초지방 일출시간은 07시 31분).

<12월 11일(일)>

07:00-07:50 새벽 산보

07:50-08:30 아침식사 (숙소 앞 <두메산골>식당의 황태해장국백반)

09:20-10:00 동해신묘 터, 낙산도립공원 탐방 (양양읍 조산리∼강현면 주청리)

'양양(襄陽)'은 태양이 떠오르는(襄) 고을이라는 뜻이니 양양군은 해돋이 고장임을 알리는 로고를 내세운다. 속초와 강릉에 가려 있었으나 교통 환경의 변화로 동해안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산수가 아름다우면 물산의 생리(生利)가 빈약하기 마련인데 양양만은 예외라 하였다. 바다에서 양양 남대천으로 올라오는 연어와 설악산에서 나는 송이버섯을 비롯하여 산해진미의 고장이기도 하다는 것.

양양 남대천과 동해가 만나는 삼각주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세워진 <동해신묘(東海神廟)>는 가히 동해 터줏대감의 터전이라 할 수 있다. 동해신에게 국태민안, 풍농풍어, 우순풍조를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는 사묘였는데 이러한 신사(神祠)의 제사는 나라에서 주관하였다. 원래는 동해신사만 아니라 서해신사(황해도 풍천), 남해신사(영암 소재), 그리고 바다가 없는 북쪽에는 두만강신사(함북 경원), 압록강신사(평북 의주)가 있었으나 오늘에는 동해신사만이 여러 문헌과 유물로서 소재지가 분명히 확인된다. 이 신사는 고려 공민왕 시절에 강릉 정동진에 건립되었는데 조선 성종 시대에 군사기지 이전과 함께 양양으로 이건하였다는 허균의 기록이 있고 1800년에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남공철의 중수비가 남아 있다. 1993년에 양양군은 뒤늦게 동해신묘 터에 묘원 건물을 세우고 시도기념물로 지정했다.

하건만 신묘의 관리는 허술하고 어떠한 기념행사도 없다. 역사적으로 동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서 공인돼온 만치 이 해역의 바다축제는 얼마든지 기획해 보아야 한다. 이 일대 문화역사경관이 얼마나 탁월한지 주목해보게 되기 때문이다.

의상이 해수관음을 친견한 낙산사와 낙산해수욕장-낙산도립공원, 동해신묘 터, 남대천, 쌍호(雙湖)의 오산리 선사유적지를 하나의 문화벨트로 엮어 '동해문화특구'를 조영할 필요가 있다. 그러함에도 마냥 분산되고 여러 시설들로 난립되어 빼어난 해양경관의 스카이라인이 흐트러져 있는 상태이다. 특히 낙산사 연기설화, 동해신 나라제사 터, 기원 전 8천년에 살았던 사람들의 선사유적 유물들은 원초성, 시원성, 축제성을 지니는데 이의 연계를 어찌 모르쇠로 방치해 두고만 있는 것일까. 낙산해안도로에 조성된 낙산도립공원과 낙산대교가 가설된 남대천 일대를 직접 밟으면서 '동해문화가 없는 동해'의 과거를 성찰하고 앞날의 꿈을 아로새겨보고자 한다.

10:20-11:00 오산리 선사유적지 답사 (손양면 오산리)

<동해에 가서 부처가 되지 못하는 바보도 있는가> 하고 시인 고은은 <절을 찾아서>라는 기행문집에서 읊은 적이 있다. 동해 자체가 부처이고 관세음보살이라 하는데, 동해 구도행(求道行)과 두타행으로 살필 것은 '해수관음'에 한정되지 않는다. 연어의 모천(母川) 회귀가 지금껏 이루어지고 있는 양양 남대천의 아래쪽에 두 개의 석호(潟湖)가 있어 쌍호라 부르던 곳 일대가 <오산리 선사유적지>로 지정되어 있다(사적 394호).

BC 8~6세기 무렵의 수렵채집 생활인들의 유적과 유물들이 1977년에 발굴되었는데 특히 '덧무늬토기'는 중국 흑룡강성 일대와 일본 큐슈 지방에서 발굴된 것과 상통되는 것이라 했다. '해 뜨는 동쪽의 신천지'를 찾아가는 신석기인들의 이동루트를 추적해볼 수 있게 하는데 이곳 손양면 오산리에서 유라시아 대륙과 일본 열도를 도리어 한 눈에 넣어 '환(環)동해권'을 조망해 보게 된다.

11:40-12:20 점심식사 (강릉시 초당동의 초당순두부)

12:30-13:30 경포대 일대 산책

<겨울의 꿈>이라는 주제를 내세워 아직 비포장이던 7번국도의 느림보 여로를 순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의 동해안도로는 한 겨울철에도 적막하기 보다는 소란스럽다. 설한풍의 피난처로서는 관동8경 중에서 제3경에 해당된다 할 낙산사와 다섯 개의 달이 뜬다는 제4경의 경포호수를 우선 꼽게 되는데 누대인 경포대에는 정작 올라가는 이들이 드물다. <관동별곡>의 여러 명승들을 한꺼번에 경포대의 겨울바다 풍경 속에 모으기로 한다.

해빈(海濱)과 사구(砂丘)를 사색하며 걷는다. 여행지 중에서는 다시 찾고 싶지 않은 곳이 있는가 하면 항상 눈에 밟히어 계속 가고파 하는 곳이 있는데 겨울 경포 해안은 되풀이하여 들러보아도 항상 새롭다. 명승지는 인간들의 스토리텔링을 쌓아 놓아 형성되기 때문이다.

13:40-14:00 선교장 탐방

허균 허난설헌 생가 터, 김시습 기념관, 오죽헌 등은 외부에도 잘 알려져 있으나 강릉 선비문화의 특성과 특색을 살피자면 <선교장>을 찾아야 한다. 강릉은 고급문화를 생산할 능력과 이를 영위해낼 문화 환경을 지녀오고 있었다. 경포호 전망의 우수한 자연환경을 건축환경으로 끌어들여 탁월한 문화공간을 창출해내고 있었다. 바깥마당의 연못 조경과 활래정(活來亭) 정자, 사랑채의 열화당(悅話堂), 안채의 동별당(東別堂)은 전통 법식(法式)을 준수하여 이루어진 조선건축술의 걸작이며 강릉 선비문화의 높은 풍격을 알게 해준다.

14:30-15:30 대관령 양떼목장 산책

대관령 옛길 따라 영마루에 있는 <양떼목장>을 귀로에 들른다. 관광목장으로 탈바꿈시키어 1.2km의 산책로를 조성해놓고 있는데 해발 9백m 내외의 고원에 널찍이 마련해놓은 초지와 방목의 양떼가 이색적인 관광상품이 된다. 주변의 산록에도 여러 리조트 시설들이 갖추어져 국토의 산악환경을 활용한 스포츠산업과 서비스산업 진흥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산악축제와 바다축제 및 민속축제를 연계할 필요가 있다. 가령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강릉 단오축제의 콘텐츠를 동계올림픽을 통해 어찌 세계화시킬 것인가 하는 과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국토의 골간(骨幹)을 이루는 대관령 위에서 넓게 멀리 천하를 바라보아야 하리라. 묵은해를 전송 보내어 새해를 맞이하려는 감회와 포부는 깊으면서도 드높아야 할 것이려니.

15:40 서울 향발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등산복/배낭/등산화/보온장갑), 아이젠, 스틱, 무릎보호대, 보온식수, 윈드자켓, 우비, 따뜻한 여벌옷, 간식, 자외선 차단제, 헤드랜턴,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국토학교 12월 참가비는 20만원입니다(교통비와 숙박비, 4회 식사, 입장료, 여행보험료, 강의비, 운영비 등 포함). 버스 좌석은 참가 접수순으로 지정해드립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홈피 www.huschool.com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 으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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