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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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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사나이

[한윤수의 '오랑캐꽃']<249>

1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총회 때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간단한 공연을 해준다. 멀리 부산에서까지 달려오는 후원자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작년에는 필리핀 노동자들의 촛불춤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올해는 필리핀 팀이 춤 출 형편이 못 되었다. 임신한 사람도 있고 귀국한 사람도 있어서 멤버 구성 자체가 어려웠으니까.
그 대신에 태국 어린이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춤을 추었다. 출연자 모두가 한국인 아버지와 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테어난 2세들인데, 제법 민속춤을 잘 추었다. 하지만 어린이춤만 가지고 성이 차나? 안 차지!

그래서 한국 춤을 끼워 넣었다. 먼저 화성지역 아마추어 무용단이 장구춤을 추었다. 외국인들은 좋아했다.
특히 고마웠던 것은 한양대 장00 교수의 독무(獨舞)와 장00 선생의 창(唱)이었다. 감히 청하기가 미안했는데 선뜻 응해준 두 자매분께 감사한다. 두 분 덕에 잔치 분위기가 확 살았다.

노래를 부르겠다는 팀은 많았다.
베트남, 스리랑카, 캄보디아, *필리핀 등등.
하지만 토요일 오후 늦게까지 잔업 하는 공장이 많아서 실제로 참석한 팀은 베트남 밖에 없었다. 레파토리도 단순했다. 작년에 부른 <호 할아버지>, 즉 "호치민! 호치만!"하는 노래가 또 나왔으니 그 밥에 그 나물이란 평이 나와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특이한 공연이 둘 있었다.
우선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후원자 한 분이 뛰쳐나가 베트남 청년들과 어울려 즉흥적으로 베트남 유행가를 부른 것이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 아닌가! 두 나라가 갑자기 가까워진 기분이 났다.

▲ ⓒ한윤수

또 하나는 베트남 노동자가 피리를 분 것이다.
악기 생김새도 우리 피리 비슷하고 음색 또한 비슷했으나 가락에는 타향살이의 애수가 묻어났다. 또한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실수하는 바람에 연주가 끊겼다. 하지만 실수하고 당황해 하는 모습이 폭소를 자아냈다.
좋아 보였다.
피리 부는 사나이, 멋졌다.

▲ ⓒ한윤수

*필리핀 : 필리핀 노래팀은 뒤늦게 도착했으나 노래를 부르진 못했다. 공연시간이 이미 초과되어 참석자들이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회식장소로 가는 게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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