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중국에 번지는 '묻지마 살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중국에 번지는 '묻지마 살인'

[中國探究]<93>

지난 봄, 3월부터 5월 중순에 이르기까지 50여 일 동안 중국에서는 6차례 걸쳐 이른바 '묻지마 살인'이 발생하였다. 중국의 언론매체들은 이 사건의 대부분이 학교나 학교근처에서 일어났고 희생자가 유치원생이거나 초등학생들이었기 때문에 '학원혈안(學園血案)'이라 부른다. 이들 사건은 중국 전체를 충격에 휩싸이게 하였다. 범행의 내용이 '묻지마'식의 돌발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범인들은 대부분 실직자나 정신질환자를 포함해 개혁개방 이후 고도성장에서 이탈되어 사회에 대한 분노와 좌절을 겪고 있는 사람들로 평가하였다. 이에 반해 희생자들은 대부분 사건과는 무관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등 저항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 사회의 인심은 흉흉하고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13일 원자바오 중국총리는 "학교안전조치를 취하는 것과 별도로, 사회적 갈등 등 심층적인 원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함으로써 중국 지도부도 중국 내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묻지마 살인'의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원인을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먼저 현재까지 발생한 사건의 내용을 필자가 정리한 <도표>로 살펴보자.


<도표>에서 나타난 최근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몇 가지 내용을 분석해 보자. 범인은 모두 청장년 남성으로 생활수준은 사회의 최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범인 6명의 평균 연령은 42세다. 가장 어린 사람은 31세이며, 가장 많은 사람이 48세다. 현재 중국에서 40대와 50대들은 직장에서 내몰리거나 사회적으로 도태되고 있는 세대들이다. 이들이 생활 속에서 받고 있는 불안감과 압박감과 극단적인 행동이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또한 직업과 경제적인 상황을 관련해서 살펴보면 수입은 적고, 생활환경에 크게 불만을 갖고 있었다. 범인들의 직업을 보면 교사, 지역의 의사, 전 보험회사 직원, 농민이었다. 직업적인 윤리의식이나 도덕관념은 매우 박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범행직전 모두가 실업 상태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장기간의 실업으로 수입이 적었다는 점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었고 이것이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많았다고 현지 중국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발생한 지역은 대부분 지방의 중소도시이다. 치안상태와도 관련이 있다.

▲ 재판을 받고 있는 쩡민성

그렇다면 왜 범행대상을 학교와 어린 아이들로 삼았을까?
사건에 희생자들은 대부분 10살 미만의 아동으로 아무런 힘을 쓸 수 없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생들이었다. 어떤 분석가는 1925년에 발표한 루쉰의《잡감(雜感)》에서 "용기 있는 자의 분노의 칼날은 강한 자를 향하지만, 용기 없고 비겁한 자들의 분노는 힘없고 약한 자들에게 향한다"라는 말을 빌어 법인들이 비겁하고 용기가 없는 자들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한 학교를 범행 장소로 선택한 것에 대해 5월 14일자,『난방인물주간(南方人物周刊)』의 황광밍(黄廣明)기자의 보도를 보자. 그는 미국과 중국의 '학교 참사'를 비교 분석하면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에서는 17차례 총격사건이 발생하였는데 범인의 대부분은 학생이었고, 피해자도 대부분 같은 학생이거나 나이가 많은 교사들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기본적으로 학교 밖의 성인이 자신들의 자식뻘이거나 심지어는 손자뻘에 해당하는 아이들에게 범행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미국의 노스이스트 대학의 <충돌과 폭력 연구센터> 주임 레빈(Jack Levin)은 "최근 중국의 학교 폭력사건의 범죄는 결코 아동들에 대한 고의가 아니다. 다만 학교라는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학교가 폐쇄적이고, 보안 측면에 보호가 잘 안되어 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범인의 대부분은 생활과 정신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빠져있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불만을 무고한 사람들에게 전가하면서, 자신보다 더욱 약한 어린아이들에게 범행을 함으로써 불쌍하고 가엽다는 마음이 들도록 유도해서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어린아이들에게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그렇다면 이들의 범행은 '사회 전반에 대한 보복'은 아닌가?
현재 중국의 학교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은 많은 학자들이 그 원인에 중국적 특색이 있다고 주장한다. 원인은 중국 사회가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사회적 불평등, 빈부의 차이, 사회보장의 불건전, 민간사회의 자아 소통기능과 심리 안정을 위한 기구의 부족 등의 요인이라고 본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개인의 좌절감이나 패배감을 갖게 하고 원한과 심리적 균형이 무너지는 것으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사회에 대해 보복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3월 23일의 쩡민성(鄭民生)사건의 원인에 대해 인터넷 조사를 해본 결과 대부분의 네티즌은 사회적인 요인이라고 보면서, 64%의 네티즌이 이 사건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빈부 차이 때문이라고 보았으며, 19%의 네티즌만이 범인의 성격 때문이라고 지적한 점에서 사회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범죄 심리학자이자 중국인민공안대학 리메이친(李玫瑾)교수는 "일부 사회적 요인은 있기는 하나 그것이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전제한 뒤 최근에, 빈발하는 사건에 대해 많은 분석가들이 그 원인을 '사회적 환경'으로 돌리는데 자신은 반대한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좋은 일은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것이고, 나쁜 일은 외부의 영향"이라는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녀는 심리학을 모르는 사람들이 무턱대고 범죄인의 이유를 '사회문제'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근거로 사회에 불만은 있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묻지마 살인'에 대한 중국 정부의 해결 방안들은 무엇인가?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는 '묻지마 살인' 사건을 엄격하게 처리하도록 지시하였다. 이와 함께 중국공산당에서 이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저우용캉(周永康)은 즉각 각 학교의 보안을 강화하도록 지시하였으며, 공안부장인 멍젠주(孟建柱)는 더욱 강력하게 범인들이 아동에게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도록 지시하였다. 이에 중국 각지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경찰은 전문적인 학교안전 보안대를 조직하여 2,000명의 보안들이 직접 학교 현장에 근무하도록 조치하였고, 광저우의 둥완(東莞)의 유치원 교사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무술을 연마하기도 하였으며, 썬전(深圳)의 초중학교에 근무하는 민경은 총을 소지하고 근무에 들어갔다. 충칭에서는 학교 주변 200미터에 범위 내의 피시방을 조사하고 충칭시 당서기 보시라이(薄熙來)는 6,500명의 경비병을 학교에 주둔하도록 지시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중국정부가 신속하게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할 것은 이러한 조치들은 이미 2004년 4월부터 10월까지 베이징, 장수, 후난 등지의 적어도 7차례의 '묻지마 살인'이 발생해 10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했었다. 당시에도 여러 조치들을 취하였다. 당시 중국교육부는 <유아원안전공작의견>을 발표했었고, 공안부도 <안전공작6개항조치>와 <학교주변 치안질서8개조치> 등을 발표했었다. 2006년에는 <중소학유아원안전관리판법>을 시행하였으며, 2007년 6월 1일에는 새롭게 <미성년자인권보호법>의 시행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문제는 이처럼 사건이 발생하면 대증요법으로 관련된 조치들을 취하고 있지만 근원적인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경찰력을 동원하여 이러한 유사사건을 방지한다는 점도 지역적으로 광활하고 생활수준이 다른 중국에서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경제적으로 심각한 빈부의 불균등처럼 중국의 정부 공공서비스 영역의 자원도 심각한 불균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력의 절대 부족을 지적해야할 것이다. 세계 각국의 인구대비 경찰수는 평균적으로 만명 당 35명이다. 그러나 중국은 인구 만명 당 12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것이다. 결국 치안자원 분배도 심각한 불균형도 존재한다. 사회 공공안전을 위한 서비스가 평민계층에 투입하는 경찰력이 심각하게 부족하고 당연히 경찰의 업무과중이 지적될 수 밖에 없다. 치안을 확보하는 사건에 제대로 대응이 어렵다.

따라서 중국의 학부모들은 이번 사건을 보면서 외국의 경험을 본받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콜로라도 학교 사건 발생 1주년인 2000년 4월 15일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사법부에 <학교경찰계획>을 발표하였고, 6,000만 달러의 제공하고 학교에 더 많은 경찰을 배치하였다. 이후 1,000여개 커뮤니티에 2,200개의 각급 학교에 경찰을 주재시키고 있다. 많은 초등학교 학생들의 안전을 지도할 자문인사들을 고용하여 학생들의 안전을 지도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를 참고하면 2001년 6월 8일 일본 오사카의 이케다(池田) 초등학교에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범인은 다쿠마 마모루(宅問守)로, 당시 2학년 학생 8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23명의 학생과 교사가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건발생 후 일본문부성은 피해 가족에게 배상하였을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일본정부가 학교 안전문제에 대한 고도의 관심을 집중했다는 점이다. 이를 계기로 엄격하게 <일본학교보안방안>을 집행하기 시작하였고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참극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데 힘쓰고 있다.

어느 사회이든 사회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정부도 어려움이 많다. 천재와 인재에 대처해야 하고 지진과 수재, 가뭄, 폭설 등 천재지변과 부정부패, 광산사고, 가짜상품 등 백성이 정부를 신뢰하는 지수가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발전을 가로 막고 있는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잘 살피고, 특히 빈부의 차이의 줄이는 문제, 삶의 질을 확보하는 문제에 중국 정부가 더욱 노력을 해야만 '묻지마 살인'과 같은 사회악이 존재할 수 있는 근원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