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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행복한 마을 만들기

[김정헌의 '예술가가 사는 마을']<24> 마을에 관한 이야기캠프 (2)


▲ 박재동 화백은 예전에도 함께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위는 2009년 11월 14일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박재동 화백의 그림

박재동 : 저는 이런 생각을 하는데, 한번 들어보세요. 옛날에 시골에 다녀보면 시골 사람들이 자기 동네 놀러오라고 자랑을 많이 해요. 복사꽃이 피고, 강에 고기가 많고 뭐 이런... 우리 동네 와서 자기 찾으라고. 시골이라 가난하지만 마을마다 자랑거리들이 있어요. 자연이 좋다는 그런.

지금 내가 노량진에 사는데, 노량진에 뭐가 자랑일까 해서 보니까 없더라고요. 수산시장에 회 먹으러 오는 거 말고는 없더라고요. 도시의 마을은 우리 동네에 와봐라 하는 게 없더라고요. 시골도 옛날 같지 않고. 그래서 나 혼자 생각에, 갑자기 할 수는 없지만, 마을에 어떤 축제 같은 것을 문화적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그게 예를 들면 동네에서 동네 당구대회, 바둑대회 같은거죠.

마을이 있고 예술가나 전문가가 있을 때, 전문가가 마을에 가서 뭔가를 해준다는 개념도 병행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문화를 만들 수 있고 역량이 있고, 그 사람들한테 배울 수 있다는 거죠. 가르쳐주고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목축을 하든, 치킨집을 하든, 전문가라도 알 수 없는 자기 나름대로 전문성이 있단 말예요. 그런 걸 오히려 배우는 거죠. 문화라는 것을 고상하고 바람직한 것들, 전통적이거나 새로운 것, 그런 것도 좋고 중요하지만, 당구도 치고 화투도 치고 게임방에서 게임도 하고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여러 가지 우리 삶에서 우리가 즐기고 있는 이런 것들이 바로 살아있는 우리 문화란 거예요.

다른데서만 찾고 이런 걸 잊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거죠. 지금 우리가 문화라는 것도 옛날에는 그때의 생활이었고, 풍습이었듯이.

김정헌 : 윷놀이나 바둑은 정월대보름해서 대회도 하고 그러거든. 우리가 그런 것들이 아직 살아있고 마을마다 다 해요. 축제나 대동놀이들을 다 한다고. 그런데다 당구대회 같은 것들은 반도시화 된 마을에는 가능하겠죠.

박재동 : 제가 한다면 동네 만화 그리기 대회, 시 짓기 대회, 영화제, 문학제 이런 것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놓친 게 있구나 싶은 거죠. 문화제를 하는데, 동네 주민들 중에 만화가, 시인 이렇게 다 있을 수 있는데, 큰 문화제가 있고 그런 걸 따라가기 보다는 그런 것과 더불어 자생적이고 지금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것들을 문화적으로 인정해주는 거죠.

문화라는 게 아름답고 훌륭하기 전에, 음지에 있어서 생동할 수 있는 거죠. 예를 들면 만화나 영화 같은 게 옛날에 그랬잖아요. 그때는 그게 불량이다 나쁘다했지만, 그게 문화란 거죠. 나라에서 좋은걸 해라 이러면 잘 안될 수 있어요.

▲ 집담회 후 박재동 화백은 연재하고 있는 한겨레 신문의 그림 꼭지에 위 이야기를 토대로 그림을 실었다.

김정헌 : 박재동 화백 고향 울주군에서 어린이들 상대로 동네 만화그리기 대회를 2번 했다는데, 어린이들 상대로 하면 항상 부모들이 따라 붙어요. 그래서 뭔가 할 때는 어린이들 위주로 하는 게 전략이 될 수도 있어요. 주민들이 들어오면 정치하는 세력, 공무원들도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있거든.

전주에 재뜸마을이라는 곳도 어린이들 모아서 활동을 하다가 동회에 가서 동장이나 공무원들한테 이 것 저 것 계속 물어보게 하니깐 처음엔 귀찮아하다가 지금은 적극적으로 도와준대요.

박재동 : 어린이들 만화그리기 대회, 이런 거 잘 됩니다. 제 모교가 폐교 되서 '들꽃학습원'이 됐습니다. 그곳에서 문화운동하는 사람이 박재동 화백과 함께하는 어린이 청소년 만화그리기 대회 하자해서 했는데, 잘됐죠. 재밌으니까.

마을을 살리는 방법 중에 하나로, 지금 마을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을 더 즐겁고 긍지 있게, 요리대회를 한다거나 이렇게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신나게 할 수 있는, 귀천을 두지 말고. 그런 부분을 전문가들이 돕고, 오히려 배우기도 하고. 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같이 하자는 거죠.

▲ 마을이야기의 진지함.... 정면의 박재동 화백

천호균 : 굉장히 중요한 말씀인데, 서울 근교나 시골, 이런 마을엔 배울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은데, 그것을 보는 눈이 있어서 그것을 마을에서 즐기고, 외부에서도 소개하는 쪽에 젊은 분들이 가서 문화적으로 그런 것들을 키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엔 농사나 자연, 풀 이런 건 잘 인내하면 감동적인 부분이 많죠. 한 70대 농부 어르신 분들과 농사를 해보면 사람들이 일주일만 해도 감동해요. 아침 일찍 조금 하고 저녁에 조금 하는데, 시간 지나면 자기네들이 한 것과 게임이 안 되거든요. 그런 부분은, 서울에 유명한 사람이 가서 요리, 미술 , 만화 이런 거 가르치는 것보다는 그쪽이 가진 장점을 살리자는 그런 얘기인 것 같아요.

(예술과마을네트워크 까페http://cafe.naver.com/yem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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