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은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은폐

[한윤수의 '오랑캐꽃']<233>

자기 신원을 감추고 궁금한 것만 물어보고 가는 외국인이 간혹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인이 그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은 순진해서 감출 줄을 모른다.

하지만 최근에 내가 놀란 건 베트남인 중에도 자기 신원을 감추는 사람이 생겼다는 점이다
쉬쉬하며 감추고,
은폐, 엄폐,
이거 요즘 유행인가?

이해는 된다.
그 회사는 월급이 상당히 많으니까.
그런 회사에서 짤리면 안 되지!
▲ ⓒ한윤수

사장님들은 십중팔구, 노동자센터를 드나드는 노동자를 무지하게 싫어한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괘씸죄로 찍혀서 해고당하면 자기만 손해니까.

신원을 밝히지 않은 그 베트남이 물었다.
"건강보험료 옛날보다 많이 내는데 괜찮아요?"
나는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급여명세서를 봐야 알지."
아니나 다를까! 그는 지갑에서 명세서를 꺼냈다.
"자, 여기 있어요."
"어디 보자! 얼마나 더 내는데 그래?"
"옛날에 건강보험 2만 원 정도 물었거든요. 근데 보세요. 요새는 4만 원도 더 내잖아요. 이거 괜찮아요?"
"괜찮아. 월급 많이 타면 보험료 많이 내는 거니까. 총 수령액의 2.665 프로를 내거든."
"예에."

그는 한 문제가 해결되자, 또 한 문제를 꺼내 들었다.
"저, 보세요. 원천징수가 12만 2천원이나 나왔는데, 너무 많지 않아요?"
"안 많은 것 같은데. 일 년에 딱 한 번 많이 내는 달 있거든. 일 년치를 정산해야 하니까."
"사장님 말하고 똑 같네. 사장님도 일 년에 한 번 많이 내는 달 있다고 그랬는데. 그 말이 맞아요?"
"맞아."
"좋아요. 그럼."

그는 비로소 만족한 얼굴로 돌아섰다.
자신을 감춘 상태에서 알고 싶은 것을 다 알았으므로.

하지만 자신을 완벽하게 은폐한다는 것은 어렵다.
어렵지!
*급여명세서는 복사되고,
거기 이름이 남겨져 있으니까.

*급여명세서는 복사되고 : 급여명세서 뿐만 아니라 우리 센터에 제시된 모든 서류는 복사되어 보관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