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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짜리 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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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짜리 두 장

[한윤수의 '오랑캐꽃']<215>

멋진 모자를 쓰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멋쟁이 태국인이 왔다. 하지만 멋스런 외모와는 다르게 재입국 후의 퇴직금은 물론 재입국 전의 퇴직금도 받지 못했단다. 많은 태국인이 그렇듯이, 자기 권리를 못 찾아먹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가 말했다.
"퇴직금 받아도 나는 손해예요."
"왜요?"
"사장님이 매달 *식대 5만원씩 주고 그 돈에서 2만원씩 다시 빼갔거든요. 만 원짜리 두 장요."
"만 원짜리 두 장?"
"예."
"그걸 왜 줘요?"
"달라고 하니까요"
"그래 급여명세서나 식대정산서에 그 2만원 적혀 있어요?"
"아뇨."
"물론 차용증도 없을 테고."
"예."
"그럼 언제 어디서 돈 주었다고 달력에라도 적어놓았어요?"
"아뇨."
"그럼 돈 준 증거가 하나도 없어요?"
"예."
한심하다. 돈을 빼앗기고는, 달라고도 안 하고 기록도 안 하다니! 4년 동안 매달 2만원씩 빼갔다면 적지 않은 돈인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한 달에 2만 원씩 삥을 뜯는 학교 폭력도 아니고.

나는 그에게 2만원을 달라고 했다.
그는 영문을 몰라 멍하니 쳐다본다.
"만 원짜리 두 장만 달라니까!"
내가 목청을 높이자 그는 엉겁결에 2만원을 꺼내 준다.
시치미 뚝 떼고 2만원을 내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의 얼굴이 벌게진다
모른 척했다.

▲ ⓒ한윤수

1분 쯤 후 곁눈으로 슬쩍 보니 그의 얼굴이 더 시뻘개졌다.
내가 물었다.
"괜찮아?"
"안 괜찮아요."
"그럼 왜 사장님에겐 말 못했어요? 안 괜찮다고!"
"........"
나는 2만원을 돌려주며 말했다.
"목사님은 돈 돌려주지만 사장님은 안 돌려줘. 그러면 달라고 하든지, 기록해야지!"

그는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받을 방법이 없으니까.

*식대 5만원 : 근로계약서 상에는 점심 식사를 제공하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그 대신에 매달 5만원씩을 지급했다. 이 금액에서 사장님이 다시 2만원을 빼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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