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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전통문화 전수관 이승철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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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전통문화 전수관 이승철 관장

[김정헌의 '예술가가 사는 마을']

▲ 진안 전통문화 전수관은 언덕위에 있어서 멀리 마을을 굽어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숙식도 되고 여러 가지 문화활동이 가능한 공간들이 있다. 일행이 지내는 동안에도 충남대 탈춤반 동아리 학생들이 와서 숙식하며 연수중이었다.

그의 첫 인상은 상당히 고수의 무술인 같아 보였다. 말수가 적고 조용한 사람이다.
우리는 이번 답사동안 이승철 관장의 배려로 전통문화 전수관에서 이틀을 묵었다. 첫째 날은 진안 마을조사단 단장들의 집담회를 가졌고(그 때는 이관장이 전수관에 없었다), 두 번째 날은 진안 읍내에서 저녁을 먹은 뒤 그가 만든 술자리에 초대되었다.

'전통문화 전수관'은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한 진안 주민들의 문화센터인 셈이다. 여기서는 전통문화전수만이 아니라 외부의 대학생 연수팀(우리가 간 날도 충남대 탈춤반 동아리들이 열 댓 명 연수중이었다)이나 주민들의 요가교실 색소폰교실 등이 수시로 열렸다.

그는 이 자리를 위해 미리 진안에서 제일 좋은 막걸리를 미리 준비해 놓고 관장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술과 안주를 먹어가며 다들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그는 한마디로 '굿'쟁이다. 전라도의 웬만한 굿은 통달한 듯 했다. 공연으로서는 중평굿을 많이 했다고 한다. 술판이라 그런지 그는 이어 '술멕이 굿'에 대해 설명한다. 8월에 농사짓고 주로 백중날 아침부터 술 먹고 저녁까지 취해서 노는 날이라고 한다. 풍물을 치며 놀았으니까 술 먹고 풍물치고 깨고 또 먹고.... 이렇게 놀아야 그 다음에 사고가 안난다고 한다. 일종의 액막이 굿인 셈이다.

▲ 이승철 관장은 원래 글씨가 전공인데,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풍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도 글씨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통문화전수관의 간판 글씨가 그의 솜씨다.
그는 사실 한문학과를 나오고 글씨가 전공이라고 했다. 풍물은 그냥 동네에서 어렸을 때부터, 뱃속에서부터 들어왔다고 한다. 그냥 자연스럽게 하게 됐단다. 그는 지금도 굿이나 풍물보다는 글씨에 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자기의 글씨는 어렸을 때부터 알아주는 글씨라고 말한다. 그는 글씨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하고 노력해 왔고 요즘도 글씨는 계속 쓰고 있다고 한다.

글씨를 부탁 받아 쓸 때에도 원하는 사람의 기운을 받아 한순간에 써야지만 좋은 글씨가 나온다고 한다. 전수관 안팎에 쓰여 있는 글씨는 모두 '글씨기운론(?)'이 펄펄 넘치는 그의 글씨다.

그 날 나는 술에 취해 먼저 잠자리에 들었는데 내가 없을 때 우리 팀의 간사 김송희의 윗도리에 (그녀의 기운을 받아 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그가 멋들어진 글씨를 써준 것을 다음날 기념사진을 찍을 때에야 알았다.
그는 손을 중요시 했다. 머리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단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도 그는 장구채를 만들고 있었다. 대나무도 아니고 탱자나무라 했던가? 장구채를 만들며 그는 손으로 표현하지 않는 게 없다고 했다. 그가 서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아마 다 이런 손의 기능 때문이었으리라.

그의 이야기는 손의 재능에서 곧바로 발로 이어졌다. 기능과 재능은 손에서 나오지만 그 버팀목은 허리와 발뒤꿈치란다. 발짓을 보면 그 사람이 춤꾼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가 있단다. 내가 춤을 좋아 하는데 그의 말을 들으며 움찔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막춤(?)을 그가 보았으면 큰일 날 뻔 했다.

또 상쇠인 그는 꽹과리의 쇳소리에 대해, 그리고 상모돌리기와 타악기에 대해서 종횡무진으로 설명해 들어간다.

꽹과리는 천둥번개소리, 징은 소리 없는 바람소리, 장구는 운치 있게 만드는 빗소리고 북은 구름소리....

이번엔 사물의 음양이다. 징이 양이고 북이 음이란다. 쇠가 양이고 장구가 음이란다. 양은 말이 많고 자기 잘난 척하고, 음은 조용히 지켜보면서 혼자 실속을 다 챙긴단다.

음악과 사람도 다 똑같다고 하면서 여자 안에도 양이 많은 사람이 있고 남자 안에도 여성성이 강한 사람이 있단다. 나는 혀 꼬부라진 소리로 '옳커니'와 '잘한다'의 추임새를 연신 넣고....

▲ 서예가이자 상쇠인 이관장은 우리 풍물이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낸다며, 껍데기가 아니라 몸으로 두드리는 타악, '머리'가 아닌 '몸'의 예술성을 강조했다. 손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재능을 살릴 수 있다는 그는 장구채도 여러 나무를 조합하여 직접 만들고 있었다. 재주꾼이다. 그가 몸으로 익힌 소리예술의 강연은 끝이 없었다. 밤이 점점 깊어 갔다.

취기도 돌아 나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퇴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늙은 내가 빠진 자리에 이들은 더 신이 났을 것이다.
위에 말한 답사팀의 간사 김송희의 윗도리 등판에 멋진 서예 작품을 만든 것도 이들의 신바람이 꼭대기에 올랐을 때였을 것이다.

그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전수관 앞에서 그가 그려준 작품(김송희 간사의 등에 그려준)을 가운데 세우고 같이 기념사진을 찍고 임실의 김용택시인의 마을로 출발했다.

손과 발의 재능이 온 몸에 유전자처럼 숨어 있는 이승철 관장이 지역의 노둣돌이 되기를 바라면서.

▲ 이관장은 답사팀의 간사인 김송희의 윗도리 등판에 멋진 글씨를 남겨주었다. "아름답고 멋있는 사람끼리 사람 사는 소리 내며 살맛나게 놀아보자구요!" 얼씨구 지화자! 진안에서 계속 사람 사는 소리가들려오기를 기원하며 길을 떠났다. 왼쪽부터 박명학, 오인규, 이승철, 김송희, 필자, 민병모

(예술과마을네트워크 까페http://cafe.naver.com/yem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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