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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인간'이란 없다

[김상수 칼럼] 김영훈 민주노총 신임 위원장

"저는 분명하게 말합니다. 조선, 중앙, 동아, 한경 등을 신문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신문이라고 하면 언론이어야 합니다. 언론은 사실에 근거를 두고 말이나 글로써 의사를 발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사실부터 날조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황폐화시킨 지 오랩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들 '가짜보수언론'에 대응하여 우리 민주노총에서 그동안 거론됐던 차원의 절독운동보다 단계를 훨씬 높여 이제 더 치밀하고 끈질기게 또 강력하게 조직적인 절독운동을 펼치고자 합니다."

최근 조선일보 1면에 "민주노총 위원장, '쇠파이프 버리겠다'"는 제목으로

"민주노총이 우리 사회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말했다는 기사가 크게 났다. 또 한국경제는 5일 1면 머리기사로 "민주노총 우리는 사회의 천덕꾸러기… 온건해져야"라는 제목으로 위원장이 그런 발언을 했다는 기사도 났고, 국민일보와 매일경제 중앙일보 등이 같은 내용을 연달아 보도했다. 민주노총이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나섰고 간담회를 주관했던 노사관계학회도 성명을 내고 "김 위원장의 발언이 본래의 취지와 달리 심각하게 왜곡 전달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도로 인한 내흥(內訌)은 바로 뒤따랐다. "노선이 불분명한 노사협조주의 내지 투항주의로 우경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노총 국민 눈높이 맞춰 투쟁, 한국노총과 관계 복원 시사"(연합뉴스, 서울신문)는 노동운동의 위기에 대한 분석이나 대처가 잘못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허영구 민주노총 전위원장의 비판도 있었다.

나는 10일 오후 김영훈(42) 민주노총 신임위원장을 만나자마자 보도된 기사의 사실관계부터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강경했다.

▲ ⓒ김상수

조,중,동 등, 가짜보수신문들과 싸우겠다.

김영훈 - 이들 가짜보수신문들의 사실 왜곡은 하루 이틀도 아닙니다. 이번 엉터리 보도기사에 저는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는 노동법 개악에 대해서 민주노총 새 집행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자고 초청을 해서 간, 비공식 학회간담회자리인데 몇몇 기자들이 와 있더군요. 저는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기자들이 와있는 비공식 간담회라? 하지만 이왕 갔으니 성실하게 대화에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간담회에 왔던 기자가 제 발언을 거두절미 왜곡해서 기사라고 썼고, 다른 신문들도 사실 확인 없이 베껴 쓰기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전형적인 왜곡보도에 해당합니다. 발언 장소에 있지도 않은 기자들이 서로 앞 다퉈 왜곡된 발언을 확대재생산하는 한국 언론의 베껴 쓰기 관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우입니다.

김상수 - 왜? 언론이라고 표방하면서 민주노총에 대해서 이런 기사들을 자꾸 낼까요?

김영훈 - 우리 민주노총을 이간시키겠다는 저의에서 비롯됐다고 저는 봅니다. 강경파니 온건파니 종파주의니, 보도한 "쇠파이프 버리겠다", "우린 천덕꾸러기", "쇠 파이프 투쟁 설 땅 없다"등의 표현은 신문들이 짜깁기해 지어낸 말입니다. 매우 자극적인 문구를 지어내어 민주노총을 음해하고 분열시키려는 행위는 보도의 파급력을 봤을 때 범죄와 다름없습니다.

김상수 -사후 조치는 취했나요?

김영훈 - 사죄와 정정보도, 재발방지를 촉구했습니다. 사과조치와 반성이 없다면 묵과하지 않을 겁니다.

김상수 - 현재 관련 기사들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슬그머니 내려진 상태이긴 한데 그러나 그것만으로 그칠 일은 아니지 않나요? 일전에 조선일보가 대서특필한 "쌍용차 노조, 민주노총을 '해고'하다"라는 1면 머리기사는 기사라기보다는 악의적이고 너무 선정적인 제목이 아닌가요?

김영훈 - 그렇습니다. 저는 조선일보 등, 불량식품 생산을 근절하자는 운동의 입장에서 민노총 전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시민들이 참여하는 절독운동을 펼칠 겁니다. 저들이 상상하는 이상의 절독운동이 될 겁니다.

김상수 - 참 요원한 얘기지만 조,중,동 등이 불공정 거래를 통한 부수 확장 을 하지 않고 언론권력을 탐하지 않고, 과거 친일행적을 사죄하고 군사독재 시대부터 망실했던 언론의 공정성을 찾고, 왜곡된 비판을 일삼는 편향성을 버리고, 정론의 언론이라면 왜 절독운동 이야기가 나올까요. 이들은 언제나 현실에서 이기는 편에, 이익이 되는 편에만 서겠다고 하니까 언론일 수가 없는 겁니다.

김영훈 - 언론은 정의와 진실을 지켜야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반대로 갑니다.

김상수 - 참석한 비공식 간담회는 무슨 학회입니까?"

김영훈 - 학회라기보다는 노동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인데요, 어쨌든 저는 얘기를 나누자고 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는 교훈이 됐습니다.

▲ 민주노총 로고

개악된 노동법, 공무원노조와 교직원노조에 대한 탄압, 좌시하지 않겠다.

지난 1월28일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 대의원들은 앞으로 3년 동안 민주노총을 이끌어갈 새 위원장으로 작년까지 경전선과 동해남부선에서 무궁화호를 끌던 김영훈 기관사를 신임 위원장으로 뽑았다. 김 위원장은 40대 초반 젊은 노동자이자 노동운동가로 위원장 선거에서 새바람을 몰고 왔다. 그러나 닥쳐진 현실은 곧바로 그에게 시련으로 다가왔다.

1월 1일 새벽 2시,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상정 되고 날치기로 개악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안'은 국제노동기준과 노동기본권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13년간 미루어진 기업별 복수노조가 다시 1년 6개월간 금지되었고 그동안 보장되었던 산별노조의 교섭권이 박탈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까지 나았다. 국제기준에 의하더라도 노사 자율로 정해져야 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7월 1일부터 금지되는 것으로 됐다. 이렇듯 '노동법 날치기' 개악 문제는 노총위원장이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사안이고, 이명박 정권이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를 전 방위로 압박해 탄압하고 있는 현실에도 대처가 다급하다. 그가 신임 민주노총위원장으로서 이런 닥친 문제들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쇠파이프'라고? 진짜 폭력을 말한다.

김상수 - 지금 우리사회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도 합법성과 정당성(legitimacy)을 거의 잃었고 이제는 정치권력 이상으로 기득권 신문이나 KBS 등 방송도 이명박 권력에 영합하거나 장악되어 민주주의를 지켜내고자 하는 노력들은 이중 삼중으로 큰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민주노총의 운신도 대단히 어려운 때라고 보여 집니다.

김영훈 - 저는 먼저, 왜 노동자들이 쇠파이프를 들 수밖에 없었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싶겠습니까? 아니잖습니까? 사회 기초인 법운용이 소수 특권을 누리는 자들에게 계속 편의적으로 악용되고 있지 않습니까? 당장 삼성 이건희 특별사면만 해도 법의 공평성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온갖 탈법과 비리가 사면으로 다 없었던 것처럼 됐습니다. 그러고도 법치주의 운운합니다. 너무 후안무치합니다. 말씀처럼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도 국민의 입장에 있지 않습니다. 소수 권력자들과 이들과 같이 이익을 쫒는 자들의 사익(私益)을 확대하는 것에만 골몰합니다. 그들에게 이미 국민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없습니다. 인간은 아예 없는 것으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 아닌가요? 이것이 바로 폭력 아닌가요? 진짜 폭력이야말로 소수권력자들, 무소불위의 재벌들, 반복해서 거짓말을 사실처럼 보도하는 조,중,동 등의 기득권 가짜보수신문들, 거기에 동원되는 사법이나 입법, 행정 권력들, 이들이야말로 폭력집단이 아닌가 말입니다.

김상수 - 어제 시사저널 기사를 보니까, 금호타이어에서 16년간 일하고도 핸드폰 문자로 해고 통고를 받는 노동자 현실에 대한 기사를 봤습니다. 작년 12월부터 월급은 받지도 못했고, 연말과 설 명절의 상여금은 기대하지도 않았답니다. 그래도 남편은 예전과 다름없이 새벽이고 한 밤이고 4조 3교대의 근무시간표를 따라 출근을 했다고 하더군요. 차마 아이들 앞으로 들어놓은 보험은 깰 수 없어 적금을 깼고, 대출을 받아 생활했고 연체수수료가 붙은 세금고지서가 날아드는 우편함을 여는 일이 두려웠답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딸의 교복을 마련해야 하는 일은 큰 숙제라고 했더군요. 그래도 부인은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지금은 어려워도 곧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런 믿음으로 지금까지 네 달을 버텨왔는데, 남편은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고 말았다더군요.

김영훈 - 그런 일이 어제 오늘도 아니고, 기막힌 일들이 지금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람을, 인간을, 함부로 범하는 만행(蠻行)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상수 - 그런데? 해고 통고를 언제부터 핸드폰 문자로 했나요? 16년간이나 일을 한 직장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네요. 사람을 한낱 기계부속품처럼 간단하게 취급하는 반인간적인 처사인데요.

김영훈 - 기륭전자도 KTX도 문자 메시지로 해고통보를 하곤 했습니다. 이젠 너무나 당연하다는 식입니다. 이젠 폭력이 뭔지도 모르는, 폭력의 다반사고 일상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공권력이 폭력을 휘두르다보니 사회전체가 폭력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지고 있는 겁니다.

죽도록 투쟁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김상수 - 많은 사람들이 목숨까지 바치면서 투쟁을 해서 발전시킨 민주화인데, 사회 전체가 너무 빠른 시간에 후퇴하고 말았어요. 이제는 민주주의를 민주화시켜야만 하는 절실한 시점이지요.

김영훈 - 노동자들은 죽도록 투쟁했지만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당선됐을 때 너무나 어깨가 무겁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민주노총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책임감을 실제로 뼛속까지 속속들이 체험하고 있습니다.

김상수 - 위원장 되신지 2달 됐나요? 그동안 업무는 파악했습니까?

김영훈 - 정확하게는 구정이니 뭐니 휴일 빼면 딱 1달 10일 됐습니다. 당선되는 날 의사봉을 잡으면서 바로 위원장이 교체되는 형식이기 때문에 당선되는 시점이 1월 28일 밤 11시였고 그날 새벽에 임원들하고 마석 모란 공원에 가서 참배부터 했습니다.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자 목숨을 바친 전태열 열사 등이 있는 묘지에 가서 인사를 올리고는 바로 부산 한진중공업으로 달려갔습니다. 제2의 쌍용차 같은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쌍용차의 비극은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고를 당하면서 죽은 자와 산자로 갈리고, 어제의 동료들 중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졸지에 배신자가 되는 거고, 해고당한 자들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현실이 됩니다.

정리해고가 들어온다는 건,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간성을 잔인하게 파괴하는 겁니다. 가족들은 고통 속에 놓이고 처지는 벼랑에 내몰립니다. 그러나 지난번 쌍용차 동지들이 싸울 때 국가는 무엇을 했습니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공성을 지키는 건 국가가 할 일입니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고 국가권력은 노동자들을 진압한다고 노동자들 머리위로 24시간 헬기를 띄웠습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처음부터 없었고 쌍용차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법과 원칙이란 허울로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강제해산시키면서 노조원들에 대한 사법처리로 몰고 갔습니다.

용산참사도 시민들을 경찰 테러진압부대를 동원해 결국 죽음으로 내몰고 갔습니다. 이명박 말처럼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절대 정리해고는 철회되어야 하고, 해고 명단통보로 인한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진중공업은 3분이나 목숨을 던진 열사가 있는 곳인데, 그 때 김진숙 지도위원이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일주일 동안 부산을 4번 내려갔습니다. 다행히 김진숙 위원께서 눈물을 흘리면서 단식을 중단해 주셨습니다. 어쨌든 정성이 통했는지 정리해고를 유보했고 고비는 넘겼습니다.

아시겠지만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문제와 현안은 도처에 있습니다. 취임이후 그동안 여기저기 투쟁현장을 파악하는 문제가 시급했고 현장을 가서 사태를 파악하고 현장의 얘기를 듣는 것이 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 사무총국 일꾼들을 인선하는 문제와 선거 후유증을 수습하고 통합하는 문제 등으로 지금 시간을 다투고 있습니다.

길을 찾았고 보았다.

김상수 - 위원장 얘기처럼 한국 사회를 살리는 길은 폭력집단과 싸워야 합니다. 민주노총을 폭력단체라고 강변하는 실질적인 폭력집단들하고 싸우는 문제는 무차별경쟁과 삶 전체를 시장터로 내몰면서 사회공공성을 뿌리째 흔드는 세력들과의 싸움임을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이 싸움은 때때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절망하기 십상입니다.

김영훈 - 하지만 저는 길을 찾았고 봤습니다.

김상수 - 어떻게요?

김영훈 - 노동 현장이나 쟁의현장에서 우리 조합원 동지들을 만날 때마다 그분들은 저에게 길을 일러주고 계셨습니다.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이 문제를 다 해결하지 못한다는 걸 이미 알고 계십니다. 조합원들이 현실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안 되는 걸 억지로 민주노총이 나서서 해 달라, 이런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합원들의 아픔에, 현장의 사람들 얘기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말하기를, 정말 무엇이 우리가 아파하는지를 아느냐고 저에게 말합니다. 저는 듣습니다. 그리고 정말 진정성으로 진실하게 같이 아픔을 나누자고 저에게 말합니다.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깨우치고 있습니다. 이게 길입니다. 여기서부터 차근차근 해나갈 겁니다.

노동자의 연대만이 살길이다.

김상수 - 오늘 뉴스를 보니까, "비정규직의 고용 보장을 위한 정규직의 '아름다운 희생'이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의 기사를 보면, "지난 5일에 이어 현대차 전주공장 정규직 3500명이 또 한 번의 잔업 거부에 나섰다"고 합니다. "해고 위기에 놓인 18명의 비정규직의 고용 보장이 핵심 요구사항"입니다. "비정규직 1000여 명도 잔업 거부에 동참하고" 있으며 "사실상 최초로 볼 수 있는 비정규직을 위한 대공장 정규직의 직접 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하는데, 이번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서 같이 행동한다는 건 노조의 바른 모습이자 훌륭한 사례로 평가될 것입니다.

노조가 자기들 입장만이 아닌, 일터를 같이 살리고 회사를 살려서 경제에 이바지하는 조직이라는 인상을 시민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사례로 보이네요, 일반시민들로부터 노조가 신뢰를 받는 대표적인 경우가 되리라 봅니다. 이처럼 튼튼한 연대야말로 같이 사는 '살길'이라고 보이는데요.

김영훈 - 맞습니다. 연대가 길입니다. 여기서부터 문제를 푸는 겁니다.

김상수 - 프레시안 기사에 의하면, "현대차가 지난해 매출액 31조8000억 원, 순이익 2조9651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답니다. "현대자동차의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에게 329억9000만 원의 배당금이 지급될 예정"이라고 하고요.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박유기)이 파악한 바로는 정몽구 회장이 받는 배당금은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18명의 73년 치 월급이며 울산과 아산공장에서 해고하려는 비정규직 120명의 11년 치 월급"이랍니다.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배당금이라고 받아가면서 막상 일을 시킨 노동자들은 간단하게 해고시킬 수 있다는 발상이 가능하다고 여길 수 있는지,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매입하는 등 무리하게 기업 확장을 해서 위기에 빠졌는데 위기에 빠트린 경영진이 책임을 진다는 얘기는 전혀 들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매사 이런 식이지요.

김영훈 - 그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이 두터운 고장 난 현실을 어떻게든 바꾸고 뜯어고치고자하는 입장에 우리 민주노총의 역할이 있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 자체를 근본으로부터 위협한지 오래됐습니다.

거짓말, 거짓말의 정권

김상수 - 지난 번 이명박 정권은 거짓 선동으로 '비정규직 100만 실업대란설'유포했어요. 비정규직 법률로 인해 비정규직들의 고용이 오히려 불안해졌으니 정규직화 규정의 적용을 3년간 유예하자고 주장했지요. 마치 노동자들을 걱정하는 것 같은 이들의 주장에는, 현행 법률에 기업이 비정규직을 2년 이상 채용할 경우 법에 따라 정규직화해야 되는데, 기업은 2년이 경과하기 직전에 비정규직을 해고할 것이고 따라서 비정규직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식이었지요.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곧 거짓임이 드러났고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비율이 6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처럼 이명박 집단은 노동자 입장에 서서 말하는 듯이 제스처를 취하지만 내심은 반노동이고 반인권적이지요. 이런 태도가 난 졸렬하고 기만적이라는 얘기예요.

비정규직의 문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문제

김영훈 - 비정규직 관련 법 제도를 논의할 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문제가 그것을 노동시장 혹은 시장질서 같은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의 민주주의 원칙에 관한 문제이자 한 사회가 사회로서 제대로 존속할 수 있느냐와 상관되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해결 문제는 경제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존립의 근간인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문제입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가의 문제는 민주주의를 지키느냐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파업은 악'이라는 이명박 정권의 고장난 인식이 문제의 근원

김상수 - 이명박 집단의 정권이 노동자들을 얼마든지 해고 가능한 상태로 노동 억압하는 현실정책을 '노사관계 선진화'라고 표현합니다. 사가 노를 언제든지 장기판 졸로 취급할 수 있다는 소위 그런 정책인데, 선진국 어느 나라가 노동자들을 막 대할 수 있다는 건지, 거꾸로 노동배제 정책으로 가면서 사회갈등만 심화시키는 형국이지요.

김영훈 - 파업은 악이라는 고장난 인식이 이명박 정권의 근본 문제입니다. 기업 편향적일뿐 노동은 배제하는 정책이란 계속해서 노사관계의 파행과 갈등을 일으킬뿐입니다. 노동조합을 길들이려 하고 노조에 대한 반대여론을 조성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합니다. 법률상의 쟁의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파업도 여지없이 불법으로 몰아갑니다.

김상수 - 노동조합의 합법적인 활동이란 국가가 지켜야 할 원칙이지요.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이고요. 사회적 갈등, 그중에서도 노사갈등을 정치적 조정으로 풀고 법과 원칙은 기업이나 노동자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하고, 그런 역할에 국가역할이 있는 거지요.

서민경제? 시민경제로 고쳐야

김영훈 - 그러나 지금 우리 현실은 정반대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 정권은 입만 열면 국민을 섬기겠다고 입으로만 얘기하고, 기업에 대한 입장만 우선합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경쟁력이 없는 건 희생돼도 어쩔 수 없다는 미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국민들에게 반복해서 유포하고 강요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어떻게 되든 말든, 국민경제 서민경제하면서 구체적인 현실은 아예 눈을 감고 있습니다.

김상수 - 저는 서민(庶民)경제라는 표현이 아주 틀렸다고 누차 얘기해요. 위에서 아래로 굽어보는 식인데, '서민'이니 하는 말은 아주 시건방진 말이지요. 시민(市民)경제라고 고쳐 불러야 하지요.

김영훈 - 그렇군요. 정말 언어 하나하나부터 정확하게 이해하고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권에 부역하는 영악하고 더러운 머리들

김상수 -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선진화니 경영합리화니, 4대강 죽이기를 하면서도 강 살리기를 한다고 하고 녹색혁명이니 뭐니, 갖은 말장난을 다 동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참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피아(彼我)의 구분을 어지럽히는 언어장난입니다. 이중 언어, 언어를 통한 위선과 기만, 공공연한 거짓말 등을 통해서 사회체계에 일대 혼돈을 일으키고 있는데, 저는 '영악하고 더러운 머리' 들이 자발적으로 권력에 동원되어 정권에 지식부역(知識賦役) 하는 건 용서받기 어려운 죄악이라고 제 칼럼에서 말한 적이 있어요.

김영훈 - 노동자 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하는 걸 노동시장의 '유연화'라고 말합니다. 언어가 존재를 명명한다고 하는데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저들이 일방으로 깔아놓은 판에서 사고를 하는 식으로는 위험하겠단 생각도 듭니다.

시민의 실상은 노동자, 시민의 노동운동을 제기해야

김상수 - 그런 의미에서 노동계에서도 이제부터는 시민노동이란 개념이 적극적으로 필요합니다. 노동자가 일반시민이고 시민의 실상이 노동자이지요. 노동자는 따로 있다는 관념이 문제를 비좁은 현실로 제약시킵니다. 시민노동은 시민 권리를 전제로 합니다. 노동운동을 시민운동을 바탕으로 민주주의 시민노동을 위한 권리운동으로 나가야합니다. 일상적인 민주주의를 활성화시켜 개인화 파편화된 삶들을 시민들의 연대를 통한 시민노동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연대와 단결을 조성해 주는 활동과 시민노동 정체성의 대안적인 실천을 민주노총에서 제기해야 합니다. 이런 시각에서 민주노총이 올해 창립 15년째로 접어들었고 새로운 위원장이 민주노총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하게 되는 한해입니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시민노동종합센터'를 만들겠다

김영훈 - 조금아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얘기가 나왔습니다마는 민주노총 밖에 있는 사람들, 비정규직 중소하청업체 노동자들, 문자 한방으로 해고당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민주노총이 '안테나' 같은 구실을 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6개월 정도의 준비기간 동안 세세하게 프로그램을 갖춰서 가칭 '시민노동종합센터'라는 기구를 민노총 건물 1층 안에 상설기구로 만들고자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뿐만이 아니라 청년실업자도 물론이고 미조직 노동자들한테도 다가가겠다는 구상으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사회노동문제 해결을 전제로 합니다. 실효성이 있는 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준비를 잘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꼼꼼하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우리 사회 노동의 문제 전체를 다 해결할 수 없겠지만 그 방법은 하나하나씩 찾아볼까 합니다.

김상수 - 좋은 아이디어군요. 얘기처럼 민주노총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요. 시민사회와 연대가 필요하네요. 성장위주만의 몰아가기 식 경제방식을 거부하고 더불어 나누는, 시장경제는 받아들이지만 사회의 무차별 시장화는 거부할 수 있는 공통의 연대 말이지요.

더 치열하고 현실대안적인 투쟁방식은

김영훈 - 그래서 민주노총이 보다 구체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지금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투쟁방식에서도 전략적이고 종합적인 시야에서 대처할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노동현실에 가하는 매일같이 닥쳐오는 부당한 폭력에도 맞서야하겠지만, 오늘 이 시대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세우는 것, 먼저는 민주노총 내부를 혁신적으로 정비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임을 알고 앞으로 6개월간 민주노총 내부혁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민주노총에 변화를 꾀하고자 합니다.

김상수 - 시민대중들의 일반적인 물음일 수 있는데요, 대체 민주노총은 뭐하는 조직인가? 시민대중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내부적으로는 조합원들을 어떻게 단결시킬 것인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더구나 단식한다고 삭발한다고 얘기를 들어줄 이명박 정권이 아닙니다. 잘 아시잖아요? 상대는 개념이 없습니다, 아까 얘기처럼 공권력을 폭력으로 동원하는 게 일상사고 폭력이 만연한 폭력 정권입니다. 사회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경악할 속도로 사회가 파괴되고 있어요.

이명박 집단의 정권이 생각을 근본적으로 고쳐먹는다, 나는 무리라고 봐요. 이들에겐 국가공동체라는 개념이 거의 없어요. 위원장 얘기처럼, 이들 눈에는 국민이나 인간이 안 보여요. 그러니 국가를 자신들만의 이익조합으로 만들겠다는 환상을 버리는 것이 가능이나 할까요?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금 당장 큰 문제가 개악 노동법부터 개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야당도 소수이고 그들 역시 치열한 문제의식은 결(缺)하고 있고, 추미애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한국노총과 경총의 이해에 기울어져 처음부터 잘못 짠 안을 중재안이라고 집권당과 타협하면서 야당의원으로의 책무와 신의를 스스로 잃었고,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은 절대하지 않겠다는 자기가 한 약속도 어기고, 결국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도리어 역행하여 복수노조 금지를 연장하고 소수노조와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부정하는 개악을 하는 국회, 저것이 현실이고 저 지경입니다. 무엇하나 쉽지 않아요.

100만 명 조합원 결성가동을 시작한다.

김영훈 - 알고 있습니다. 현실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민주노총도 나름대로 이제부터 구체적으로 끌어안겠습니다. 민주노총의 가치를 높이겠습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뭐하는 데 입니까, 하는 질문에 대해서 민주노총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노동 기본권을 지키는 것에 이바지하는 곳입니다 하고 대답할 수 있도록 본분부터 먼저 자각하겠습니다. 결국 민주주주의 핵심은 노동기본권이고 민주주의 역사는 노동 기본권을 확장하는 역사였음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참여정부의 실패도 노동기본권을 신장시키지 못한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민주노총의 프로그램을 안출하고 고용안정이 경제안정이고 민주노총의 요구가 시민복지임을 시민대중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컨텐츠들로 민주노총의 내용을 채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회 전체가 노동을 존중하고 문제를 대중하고 공유해야 한다, 이게 사실 대단히 어렵습니다. 말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압니다. 조,중,동 등 가짜보수신문들이 민주노총 탈퇴 가속화 등으로 침소봉대하고 있지만 그러나 조만간 100만 명 조합원 결성운동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민주노총 지도부, 조합원들부터 감동시켜야

김상수 - 위원장이 좀 더 전투적이고 투쟁적이어야 한다는 얘기에는 저도 공감해요. 그러나 투쟁방법은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은 21세기입니다. 민주노총이 살아있구나, 기능을 하고 있구나, 그런 신뢰를 시민 일반에게 주기 위해서는 철두철미한 자기반성의 고통과도 마주해야 합니다. 내실을 차곡차곡 다져서 정권을 창출하는 것까지 도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향성을 뚜렷이 하고 운동방식은 세련되어야 하고 준비는 과학적이어야 합니다. 강약도 조절해야하고 투쟁방식도 다양해야 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 얘기도 마음을 열고 들어야 합니다. 당장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들을 민주노총 집행부나 지도부가 감동시켜야합니다. 집행부가 6기가 됐다면 1기 때부터 축적한 것을 정리해서 뭔가 내놔야 할 때입니다. 정치의식은 더 날카롭게 키워야만 하고요.

자본, 노동, 세계의 변화를 읽는 힘 - 연구와 개발에 역점을 둔다.

김영훈 -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고 정치야, 이 말이 새삼 실감납니다.

김상수 - 그렇지요. 정치입니다. 그리고 거듭 강조하는 얘기입니다마는 노조의 생명은 연대입니다. 연대를 위해서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행동방식부터 조합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투쟁방식으로 개발해야 하고, 시민들이 동의하고 시민들이 지지하는 방법들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그래서 질문합니다. 여기 민주노총 자체에 싱크탱크가 있습니까? 민주노총 연간 예산중에서 리서치와 연구, 프로그램 개발과 선전에 전체 예산의 20%를 지출하고 있습니까? 최소 10%라도 연구 개발에 지출되고 있습니까? 열정적이고 헌신적이면서 탁월한 인재들이 민주노총 사무국 안에 더 많이 필요합니다. 위원장 얘기처럼 국가권력이 헬기를 띄워서 노동자인 시민들을 잡겠다고 대드는데, 과연 어떤 대책들이 있습니까? 조,중,동 등 기득권 가짜보수신문들이 대중들을 향해서 민주노총은 빨갱이 집단이고 좌익용공 폭력집단이다 하고 선전을 일삼고 있는데, 민주노총을 분열시키고자 갖가지 정권의 기구들이 동원되고 있는데, 여기에 응전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들이 있는가를 저는 묻는 겁니다.

김영훈 - 사고나 발상부터 바꾸겠습니다. 시민들의 문제가 민주노총 문제이고, 민주노총의 고통이 시민들의 고통이라고 시민들이 느낄 수 있는, 시민들이 느끼기에 바로 우리 문제다, 저 사람들 민주노총이 시민인 내 어려움을 대변한다, 이게 핵심임을 알고 있습니다. 시민 대중으로 파고들어가는 가가 핵심입니다. 이런 등식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민주노총 전반의 문제를 개방적으로 정직하게 토론하고 연구하고 또 그런 연구기구와 기능을 본격적으로 만들겠습니다.

투쟁의 방식에 혁신화를

김상수 - 이제 오늘의 노동운동에서는 헌신성으로만 진정성만으로는 안 됩니다. 그건 기초의 덕목이고 가장 소중한 태도지만 그 진정성과 헌신성의 경제성을 따져야 할 때고, 합리성과 과학성까지 스스로 질문할 수 있어야 하지요. 자본이, 노동의 성격이, 어떻게 변화를 일으키고 있고 세계는 어떤 역동성으로 움직이고 있는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대책도 세울 수 있어야 하고 정교하고 정치한 이론과 메시지와 전략적인 운동을 해야 할 때입니다. 여기 민주노총 총국사무실부터 반짝반짝하고 깨끗하게 윤이 나야 하고, 여기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부터 생기가 넘치고 즐거워야 하고 신바람이 나면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겠지요. 자기 존재를 응시하는 힘부터 무엇인가가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민주노총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

김영훈 - 민주노총 입간판부터 달라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무총국 동지들에게 말했습니다. 민주노총 건물 앞에 나무에 플래카드를 달지 말자고 했습니다. 나무를 욕되게 한다고 했습니다. 여기가 성황당이냐, 깨끗하게 하자고 했습니다.

김상수 -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합니다. 절대적으로 '시민노동'이란 개념이 필요합니다. 시민의 지지가 원천입니다. 전국교직원노조가 시민들이 지금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사교육비 문제 등, 교육문제를 들고 나오는 교사대회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억지를 내세워 3번이나 거부하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 양식 있는 공무원들, 이분들과 민주노총은 적극 연대해야 합니다.

김영훈 - 5월에 있을 전국교직원노조의 교사대회와 공무원노조의 조합원 총회도 민주노총과 함께할 것입니다. 같이 정책을 개발하고 전략을 세우고 싸워나갈 겁니다.

김상수 - 어떻게? 올해에 시민들과 함께하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준비되고 있는 게 있나요? 또 한국의 시민들뿐만이 아니라 세계노동자시민들과 같이 연대하는 프로그램을 민주노총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세상을 움직이는 세계시민노동자들

김영훈 - 11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마치 이명박 정권의 치적처럼 정권이 나서서 자가발전 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민주노총은 여기에 맞서서 같은 11월에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기점으로 200개 국가 세계시민노동자들이 참여하는 L200(가칭) 대회를 서울에서 열수 있도록 추진하겠습니다. G20은 주요정상 회담인데 세상은 주요 20개국 정상이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200개국 노동자들이 움직입니다. 날짜도 G20 시기와 겹칠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11월 11일, 12일에 민주노총이 주빈 국이 되어 세계시민노동자들과 같이 신자유주의의 경쟁효율 위주를 반대하고 평화. 연대, 평등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세계시민노동자 서울선언'을 발표하고자 합니다. 11월 13일에는 세계노동자들하고 같이 전태일 열사의 묘소를 걸어서 참배하겠습니다. 금명간 외신기자 회견을 가질 예정입니다.

김상수 - 꼭 성공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개악된 노동법을 고치는 문제는 어떻게 투쟁할 생각인지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민주주의 역사에 죄를 짓지 마라

김영훈 - 근본적으로 그 법은 철저하게 자본의 입장에서 성안된 법입니다. 따라서 형식이나 내용이나 성립이 안 됩니다. 노동법 재개정 투쟁에 들어가야 하는데 실제로 노조법만큼 개정하기 힘든 게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의회권력이 안 바뀌면 안 됩니다. 따라서 다음 총선거의 전초전인 이번 6.2 지방선거부터 민주노총이 챙기고자 합니다.

김상수 - 유권자 입장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강력한 대안정당으로, 민주주의 실천정당으로 통합되어야만 합니다.

김영훈 - 이들이 시민들의 뜻을 직시 못한다면, 민주시민들의 기대를 역행한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나치 등장이 분열로 용인됐습니다. 파시스트정권이 활보할 수 있게 됐던 겁니다. 민주노총이 역사적 책임을 놓지 않겠습니다. 저희는 이번에 후보방침이 아니고 총파업 하듯이 80만 명이 움직여서 투표방식부터 개선하고자 합니다. 비정규직에 있는 분들이나 미조직 노동자들도 투표소로 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그런 조건을 만드는 것에 노력하겠습니다.

왜 힘없는 우리만 위기의 책임을 져야하는가?

김상수 - 오늘 얘기처럼 '시민노동종합센터'를 만든다거나 민주노총 내부혁신을 꾀하여 운동성을 배가시키는 노력들을 통해서 민주노총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조직이 되기를 바라겠어요. 시민노동자들을 연대시켜주는 민주노총의 역할이 획기적으로 증대되어, 시민노동자들 스스로 '우리 옆에는 민주노총이 있다', '우리 사회경제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항상 힘없는 사람들만이 대가를 치루고 위기에 빠트린 사람들은 책임도 지지 않고 도리어 부를 누리는 이런 비정상적인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런 믿음을 갖게 하면서, '위기의 책임이 정작 누구에게 있는지, 비효율적이고 반민주적인 정책으로 일관하는 잘못된 정치경제 권력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일반 시민노동자들이 잘 알 수 있도록, 그런 사실을 시민노동자들이 직시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꼭 도움을 줄 수 있기 바랍니다.

▲ ⓒ연합뉴스

민주노총, 내부혁신부터 하겠다.

김영훈 - 앞으로 6개월간 내부혁신 프로젝트를 가동시켜 민주노총 3년 후의 비전까지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운동을 하고 투쟁을 하니까 판판이 깨져나가는 현실은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심입니다.

김상수 - 오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김영훈 - 민주노총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바로 가기 : 필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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