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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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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욕

[한윤수의 '오랑캐꽃']<192>

아틀란타 교도소는 당대 최고의 기술과 더없이 이기적인 화폐 위조범을 향후 20년간 수감하기로 결정했다. 그 사나이가 위조한 5 달러 지폐는 조폐국의 진짜 돈보다도 더 정교했지만 아깝게도 단 한 군데 개조해보고 싶은 욕망을 범인은 누르지 못했다. 즉 링컨의 초상 대신에 자신의 초상을 써먹었던 것이다.

과시욕 때문에 망한 케이스다.

충북 진천의 재활용업체를 운영하는 H사장. 주로 PVC 장판 재료를 수집해서 장판지 회사에 판다. 일손이 달리자 그는 외국인을 더 많이 쓰기 위해서 회사 하나를 더 만들었다. 물론 대표 명의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해두었다. 새로 생긴 회사 명의로 태국인 3명을 썼다.
태국인 3명은 2년 정도 근무하고 퇴직했다. 그들은 퇴직금을 달라고 했으나 H사장은 시치미를 떼었다.
"5인 이하 회사는 퇴직금 안 줘."
태국인들이 회사가 둘로 나눠져 있는 줄 알 턱이 있나? 그래서 따진 것이다.
"직원이 5명 넘는데 왜 안 줘요?"
"너희가 다닌 회사는 근로자 3명뿐이야. 또 내 회사도 아니고."
황당해진 노동자들은 발안으로 찾아왔다.
▲ ⓒ한윤수

H사장과 통화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더 쓰려고 회사를 하나 더 만들었다면서요?"
"예. 하지만 회계 처리도 따로 하고 대표 이름도 다릅니다. 회사가 다르니 퇴직금 지급사유가 안 되죠."
"잠깐만요. 그쪽 대표 하시는 분과는 어떤 관계인가요?"
"거래처 사장이지요."
"거래처 사장이 왜 명의를 빌려주죠?"
"내 물건은 없어서 못 파는 물건입니다. 내 물건을 받으려면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죠."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자기가 무슨 썬 파워인가? 과시욕이 강한 사람이다.
"말하자면 사장님이 갑(甲)이고 그쪽은 을(乙)이군요."
"그런 셈이죠."
"하하, 사장님이 꽉 잡고 계시군요."
"허허. 그렇죠. *그 사람은 근로자 얼굴도 몰라요."

모든 통화가 그렇지만, 그 통화도 녹음되었다.
녹취 비용으로 10만원을 썼다.
녹취록을 노동부 감독관에게 보냈다.

퇴직금을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 사람은 근로자 얼굴도 몰라 : 근로자 얼굴도 모른다면 그 사람은 진짜 사장이 아니다. 결국 H사장은 이 말 한 마디로 그 회사가 자신의 소유라는 것을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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