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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가주의의 침탈과 내부의 적(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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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가주의의 침탈과 내부의 적(敵)

[김상수 칼럼]<75> 국치(國恥) 100년, 한국은 해방(解放) 되었는가?

잠시 볼일이 있어 일본 교토(京都)에 왔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호텔예약 전문 사이트를 통해 객실에서 인터넷이 가능한 호텔을 예약한다는 게 막상 교토에 도착해 와서 보니 '아파호텔(APA HOTEL)'이란 일본 극우(極右)집단의 일원인 '아파(APA)'그룹(부동산투자회사-호텔, 아파트 분양사업)의 회장 모토야 도시오(元谷外志雄 67)가 운영하는 체인호텔이었다.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내 눈에 크게 거슬리는 일본어잡지 '애플타운(Apple Town)'과 또 다른 두 권의 일본 극우선동 일본어 잡지, 또 한 권의 일본어 단행본으로 모토야가 쓴 책이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 잡지의 발행인이자 체인 호텔 '아파'의 오너인 모토야 부부와 사진을 같이 찍고, 작년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때 "마음에도 없는 조문을 하는 수 없이 하긴 했지만 조화를 내던지듯 하고 나왔다"라고 말하니까, 모토야는 "일본 정치인들은 불쾌한 감정이 있어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데, 그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니 참으로 대담하다"고 추켜세운, 바로 그 어처구니없는 문답이 실렸던 잡지가 '애플타운'이다.

모토야 도시오, 2008년 5월, '진정한 근·현대사관'이라는 현상 논문전을 개최하고 최우수상으로 항공자위대 항공 막료장(한국의 공군참모총장급)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의 논문 <일본은 침략국가였나?>라는 제목으로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와 중국 점령은 합법적 토대 위에 이루어진 정당한 것이었고 일본을 침략국가로 보는 것은 적반하장이고 모함이라면서 일본의 침략전쟁을 내놓고 옹호하는 시대착오적이고 황당한 내용의 논문을 실은 잡지 '애플타운'을 매달 5만권 이상씩 찍어 일본 전국에 있는 '아파' 체인호텔 75여개(호텔 회원 300만 명), 1만 7500여개의 호텔방에 일일이 이 잡지를 집어넣고 일본의 각 요소에 비치시키면서 일본 극우집단의 최선봉에 서서 일본의 국가주의를 노골적으로 선전 선동하는 이가 바로 모토야 도시오, 이 자다.
▲ APA그룹 발행 잡지 'Apple Town', 김영삼 전대통령과 APA그룹 회장이자 잡지 발행인인 모토야 도시오와의 '특별대담'이 실렸다.

이런 자가 일본의 공군참모총장급에 해당하는 자의 착란적인 논문을 최우수 논문이라고 뽑아 자기가 발행인으로 있는 극우선동 잡지 '애플타운'에 실은 것이다. 여기서 잠깐 그 논문 내용의 일부를 들여다보자,

"일본은 만주도 한반도도 대만도 일본본토도 똑같이 개발하고자 했다. 당시 열강이라고 불리는 나라 가운데 식민지 내지화를 도모한 나라는 일본뿐이다. 일본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극히 온건한 식민지 통치를 했다....한반도는 일본통치 아래 35년간 1천 3백만이었던 인구가 2천5백만으로 두배로 늘었는데(조선총독부 통계연감)이는 일본 통치 아래 조선도 풍요하고 치안이 좋았다는 증거이다. 전후 일본에 있어서는 만주와 조선반도의 평화로운 삶이 일본군에 의해서 파괴된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본정부와 일본군의 노력에 의해서 현지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압정에서 해방되고 또 생활수준도 한 단계 향상되었던 것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궤변(詭辯)이다. 어딘가? 바로 이명박 집단을 떠받치고 있는 소위 '뉴라이트'세력 계열의 '식민지근대화론'과 상통한다. 일본 도요타 재단의 지원을 받아 '근대조선의 연구', '근대조선수리조합연구'등의 논문을 통해 식민지근대화론의 이론적 바탕을 만들고 2007년부터 2008년 5월까지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을 지낸 안병직이 '뉴라이트 운동 대부(代父)'로 <조선일보> 등에 불리면서 이명박 정부 수립에 앞장선 사실에서 보듯이, 일본 극우의 국가주의는 이제 버젓이 한국 안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안병직과 함께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설립했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이대근이 "경제 살리려면 민족주의를 버려야 한다"(2008. 6. 20 조선일보 북스)는 말과 2008년 3.1절 기념사에서 이명박이 "편협한 민족주의를 버려야 한다"면서 "실용"을 거듭 말하고, 바로 작년 2009년 3.1절 기념사에서는 아예 과거사 문제 등 일본에 대한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빼고 '경제위기 극복'에만 초점을 맞추는 이례적인 3.1절 기념사를 하여 일본이 더 반색한 사실 또한 '실용'에 근거한 것이었던가.

▲ APA 교토 호텔 전경, 일본 북단 홋카이도부터 남단 오키나와까지 일본 전국에 75개, 1만 7천5백개의 객실을 가진 체인 호텔, APA그룹은 극우선동 잡지인 'Apple Town' 과 '올바른 근현대사 논문현상 작품집'이란 제목의 잡지를 객실에 비치시키고 있다.

'경제살리기'라는 '실용'을 앞세우자면 민족주의는 말할 것 없고 민주주의도 역사의 정의도 법치의 공평성과 언론의 자유도 전부 내팽개칠 수 있는 당위가 되었다는 그런 얘기인가. 그럼? 그 '실용'은 지금 과연 경제라도 그나마 살리고 있는가?

참담한 실정이다. 역사를 철저하게 퇴행시키면서 일본의 과거를 모델삼아 4대강 사업 등 토건산업에 국가재정을 퍼붓고, 고이즈미(小泉)식 신자유주의 정책이 일본인들을 빈곤과 불평등으로 몰고 갔으며 일본 국가의 재정적자만 누적시켜 일본 국민들도 이미 거절한 경제방식을 차용하여, 일본의 경제위기를 심화시킨 당사자로 비판받고 있는 고이즈미 자민당 내각에서 5년 여간 금융담당상, 우정민영화담당상, 경제재정상, 총무상을 거치며 고이즈미 정권의 소위 '일본 개혁'이란 명목으로 공기업을 사영화(私營化)하는 것을 진두지휘한 다케나카 헤이죠(竹中平藏) 게이오대학 교수를 이명박은 대통령 국제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것에서 보듯이, 일본을 망친 55년 자민당 일당 지배의 하이라이트를 철저하게 뒤따라가는 현실이 이명박 집단이 말하는 '실용'의 정체가 아닌가.
▲ A호텔 객실 비치용 '올바른 근현대사' 1,2회 '현상논문 작품집' 표지

오늘 날 이처럼 철저하게 일본의 과거인 자민당식 장기집권을 획책하는 이명박 집단의 일련의 행태는 나라를 근본으로부터 위태롭게 한 지 오래다. 여기에 이명박 집단의 전위대로 '뉴라이트'는 종교계는 물론이고 교육계, 경제계, 문화 예술계 등으로 대상을 넓히면서 전국적인 조직을 만들어 강력하게 그들만의 사익추구를 위해서 '실용'을 앞세워 일로 매진한다.

시간을 거슬러 지금부터 100년 전, 당시 가장 '실용'적인 인물이었던 이완용이 약소국인 조선이 자력으로는 국가의 독립을 지키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가까운 일본의 식민지로 편입되는 것이 사는 길이라는 '실용'주의 관념에 절었던 그 때 현실과 오늘 이명박과 뉴라이트 세력이 말하는 '실용'은 어떤 차이를 지닐까?

이제 이명박 집단의 '실용'의 정체를 새삼 캐묻고 제대로 더 따져야만 한다. 그래서 100년 전 이완용의 '실용'이 '실용'을 빙자한 사익추구에 정신이 팔려 나라까지 팔아먹은 매국행위와 어떤 구분이 가능한지를 살피기 위해서, 여기에 100년 전인 1910년 8월 22일 당시 내각 총리대신 이완용과 일본제국 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간에 체결한 한일합방 강제조약을 다시 읽어본다.
▲ 'Apple Town' 2월 호 표지중, "대동아 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닌 아시아 모든 나라의 민족을 해방시킨 전쟁"이었다는 표지해설이 보인다.

대한제국 황제 폐하와 일본국 황제 폐하는 두 나라 사이의 특별히 친밀한 관계를 고려하여 상호 행복을 증진시키며 동양의 평화를 영구히 확보하자고 하며 이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면 한국을 일본국에 합병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확신하고 이에 두 나라 사이에 합병 조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를 위하여 한국 황제 폐하는 내각 총리 대신(內閣總理大臣) 이완용(李完用)을, 일본 황제 폐하는 통감(統監)인 자작(子爵)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를 각각 그 전권 위원(全權委員)으로 임명하는 동시에 위의 전권 위원들이 공동으로 협의하여 아래에 적은 모든 조항들을 협정하게 한다.
▲ APA그룹 회장 모토야 도시오의 저서, 한국의 전 대통령 김영삼과 대담한 사실을 저자 소개에 강조하고 있다.

1. 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전체에 관한 일체 통치권을 완전히 또 영구히 일본 황제 폐하에게 넘겨준다.

2. 일본국 황제 폐하는 앞조항에 기재된 넘겨준다고 지적한 것을 수락하는 동시에 완전히 한국을 일본 제국에 병합하는 것을 승락한다.

3. 일본국 황제 폐하는 한국 황제 폐하, 태황제 폐하, 황태자 전하와 그들의 황후, 황비 및 후손들로 하여금 각각 그 지위에 따라서 적당한 존칭, 위신과 명예를 받도록하는 동시에 이것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연금을 줄 것을 약속한다.

4. 일본국 황제 폐하는 앞의 조항 이외에 한국의 황족(皇族) 및 후손에 대하여 각각 상당한 명예와 대우를 받게 하는 동시에 이것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줄 것을 약속한다.

5. 일본국 황제 폐하는 공로가 있는 한국인으로서 특별히 표창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대하여 영예 작위를 주는 동시에 은금(恩金)을 준다.

6. 일본국 정부는 앞에 지적된 병합의 결과 전 한국의 통치를 담당하며 이 땅에서 시행할 법규를 준수하는 한국인의 신변과 재산에 대하여 충분히 보호해주는 동시에 그 복리의 증진을 도모한다.

7. 일본국 정부는 성의있게 충실히 새 제도를 존중하는 한국인으로서 상당한 자격이 있는 자를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한국에 있는 제국(帝國)의 관리에 등용한다.

8. 본 조약은 한국 황제 폐하와 일본국 황제 폐하의 결재를 받을 것이니 공포하는 날로부터 이 조약을 실행한다. 이상의 증거로써 두 전권 위원은 본 조약에 이름을 쓰고 조인한다.

융희(隆熙) 4년 8월 22일

통 감 데라우치 마사타케

내각총리대신 이 완 용

올해는 나라를 일본에 강제 침탈당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한국은 과연 진정으로 해방(解放)이 되었는가, 지금 이명박 집단의 정권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일련의 제반 사태들을 볼 때, 일본의 국가주의를 내면화하면서 나라를 일대 분열과 혼돈으로 내몰고 있는 내부의 적들은 과연 누구인가를 새삼 되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제 우리 시민들은 이 현실을 제대로 알아차려야만 하는 너무나 긴박한 때가 오늘의 지금이란 사실이다.

교토에서

(☞바로 가기 : 필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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