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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화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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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화 Ⅱ

[한윤수의 '오랑캐꽃']<138>

캄보디아 노동자의 통장에서 한 달 전화요금으로 *154만 원을 빼간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나는 돈을 빼간 KT를 소비자원에 고발하고, 소비자원의 조치를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드디어 한 달 만에 소비자원에서 답변이 왔다.
아무리 바쁘다고는 하지만 소비자원의 답변이 너무나 느리다. 내가 충청도 출신이고 그 출신 중에서도 무지하게 느린 편인데 나보다도 훨씬 느린 것 아닌가. 왜냐하면 내가 소비자원을 보고 답답해 미칠 지경이니까.

더구나 더 기가 막힌 것은 소비자원의 답변이다.
소비자원에서는 KT에 <자율 처리>하도록 요청했다는데, 자율 처리라면
"KT, 네가 알아서 처리하라."
는 얘기 아닌가!
KT는 전화요금으로 먹고 사는 장사꾼인데,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하면 장사꾼이 하던 짓을 고치려고 하겠는가? 절대로 안 고친다! 면죄부를 받았으니 더 이상한 행동을 하지!

KT는 자신들의 행위가 왜 정당한지를 구구절절이 써서 소비자원에 통보했다. 크게 보면 4가지다.
1. 현지 목사님 입회하에 캄보디아인 2명과 분명히 상담했다.(물론 한국말은 못 알아듣지만)
2. 캄보디아인은 캄보디아에 거는 전화요금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아, 안타깝다. 물어봐야 하는데!)
3. 아마도 캄보디아에 거는 요금이 한국 인터넷전화에 거는 요금하고 같은 줄 알고 쓴 모양이다.(바보! 그러게, 잘 알고 쓰지.)
4. 이렇게 우리 KT는 정당하므로 요금은 조정해줄 수 없다.

얼마나 당당한 논리인가! 이러니 소비자원이 깜빡 죽지! 그러나 소비자원을 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내 눈은 못 속인다. 답변에 치명적 약점이 보이니까. 물어보지 않았다고 안 가르쳐준 것은 명백한 <고지 의무> 위반 아닌가!

어쨌든 KT는 이렇게 당당하므로 캄보디아 노동자에게 다음 달 전화요금으로 무려 409만 원을 *고지했다. 소비자원이 태만한 일상을 보내는 사이에, KT는 한 발을 쑥 내밀어 훨씬 더 대담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KT, 알고 보면 얼마나 귀염둥이 애국자인가!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서 번 돈을 전부 토해내도록 할 모양이니까.
하지만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외국 가서 일하는데 이런 황당한 짓을 당했다면 심정이 어떠했을까?
"X국, 이 죽일 놈들!"
하며 이를 갈 것 아닌가?
이를 안 갈아도 그렇다. 황당하게 당한 노동자는 죽어야 하나, 살아야 하나?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가운데서도 오로지 인터넷 전화료를 내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해야 하나?
나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소비자원을 고발하는 진정서를 보냈다.

이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어떻게 할지를 지켜보겠다.

*154만 원 : 부가세를 포함하면 171만 원이므로, 노동자의 통장에서 실제로 빠져나간 금액은 171만 원이다

*이야기 : 한윤수의 '오랑캐꽃' 126번 <인터넷 전화>, 9월 10일자 프레시안.

*고지 : 한 달 전화요금으로 409만 원을 빼가야 하지만, 노동자의 통장에 그만한 돈이 없어서 아직 빼가지 못하고 고지서만 보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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