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와 <보았다>
보는 즉시 우리는 측두엽에 있는 '해마'라는 창고에 저장해놓는다. 저장하는 순간 '보다'의 과거가 된다. 사진은 '보는 것'을 찍는 것이기도 하지만 '보았던 것' 즉, 기억을 끄집어내서 찍는 것이기도 하다. 내면에 있는 상처, 아픔, 기쁨, 슬픔, 여러 가지 기억들을 사진기란 매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사진이다. 처음 사진 찍을 때는 예쁜 꽃, 풍경, 노을. .. 눈에 보이는 대로 찍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찍을 게 없어진다. 그러면 사진기를 들고 점점 멀리 가게 된다. 아프리카, 몽골, 중국, 유럽... 하지만 장소만 바뀔 뿐 찍는 소재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한 번 쯤 카메라를 들고 방황해 보셨던 분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왜일까? 그건 사진을 배우면서 가장 먼저 익혀야 되는 '자신을 표현하는 법'에 대한 습관이 우리 몸에 베어 있지 않아서이다.
사진이란, 예술이란, 시대와 사람읽기의 시작이다.
디지털이 보급되면서 사진인구가 폭발적으로 많아졌다. 우리나라처럼 사진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세계적인 사진가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다들 '사진'보다는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건 아닐까? 잘 보려고 하지 않고, 잘 찍으려고만 해서 그런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만난 또 다른 나'는 대상에 관계없이 찍기에 앞서 '나'를 관찰하고 사색하는 시간이
기도 하다. 찍기에 앞서 '나'를 스스로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이 강의를 받고 난 후 사람들
의 반응은 다양하다. 단 한 번도 그럴 여유 없이 살아보다가 60이 지난 나이에 '나'를 생
각한다는 것이 매우 어색하고 낮선 경험이기 때문이다.
사진촬영을 하는 동안 자연이나 사물을 통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찾는 과정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과의 내밀한 만남을 갖는다. 자신과 비슷한 이미지를 연결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지가 어떻게 자신과 소통하는지 사물과 자연을 통하여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60대부터 70대까지 카메라를 들고 반짝이는 눈으로 또 다른 신세계를 본다.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노트에 붙여서 마음으로 꾹꾹 눌러쓴 글들을 몇 번이고 들여다본다.
다들 아이들처럼 표정이 살아서 움직인다.
꿈꾸는 청춘 카메라는 이렇게 또 시작되고 있다.
▲ 광진도서관에서 사진을 공부하는 어르신들. ⓒ고현주 |
▲ 사진에 글을 쓰며 포토북을 만들고 있다. ⓒ고현주 |
ⓒ고현주 |
사진가 고현주 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쳐 오고 있습니다. 그는 청소년예술지원센터 '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막힌 아이들이 세상과 사진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2010년부터는 본지에 소년원 아이들의 사진을 소개하며 연재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그가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사진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을 맡아 수업하며 느끼고 생각한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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