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노동자의 얼굴을 봅니다. 얼굴로 정규와 비정규를 가를 수 있을까요? 그들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이전에 같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이들이 다른 존재가 아님을 아는 과정이며, 차별이 어느 지점에서 발생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수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기회일 것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이기도 한 이상엽 기획위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을 사진에 담아 보내왔습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 노동자의 이야기를 사진과 음성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상엽 기획위원의 사진과 이혜정 <비정규노동> 편집장의 글이 어우러지는 이 연재는 매주 본지의 지면과 이미지프레시안을 통해 발행됩니다. <편집자>
▲ 이효화 우편집중국 비정규 노동자. ⓒ이상엽 |
저는 우편집중국에서 일한 지 올해 11년차예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이제 우리를 우정실무원이라고 불러요. 월급은 5% 이상 올라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임금이 너무 적어요. 매번 최저임금보다 10원 정도 더 얹어줘요.
저는 소형 우편물을 취급했는데, 20kg 정도 되는 상자들을 하루 몇 십 상자씩 들어내리는 걸 반복하다 보면 어깨와 팔이 많이 아파요. 산재 처리를 해주지 않아서 개인이 치료비를 모두 감당해야 해요.
우편집중국에는 여성 노동자들이 많아요. 애들 크고 돈이 필요하니까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을 하는 거죠. 여성들은 2역, 3역을 해야 하니까 남들보다 바쁘게 살아야 해요. 아이들 돌보고 집안일도 해야 하니까요. 일 시작할 때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던 아이들이 이제 둘 다 대학 들어갔고 큰애는 벌써 졸업했네요.
야간 일을 오래 하다 보니 편히 못 자요. 낮에 자는 건 밤에 자는 것하고 달라요. 소음들 때문에 자꾸 깨거든요. 직업병인 것 같아요. 잠을 푹 자봤으면 하는 게 소원이에요.
다행히 2년 전 노동조합이 생겨서 그동안 못 받은 것들을 찾아나가고 있어요. 여태까지 당하고 살았는데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해요. 그런데 우리라도 안 하면 젊은이들의 미래가 없잖아요. 내가 지금 당장 혜택을 못 받고 나가더라도 내 뒷사람들이 혜택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에요. 나의 권리뿐만 아니라 우리 자식 세대의 권리도 찾아가야죠. 힘이 들어도 우리가 앞장서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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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5-6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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