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처를 드러내는 일.
나를 표현 하는 일.
다 어렵고 힘든 일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는 상처를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 좀처럼 꺼내놓지 않는다.
그 상처로 인해 또 다른 상처를 받을까 꼭꼭 숨겨둔다.
그러면 그럴수록 상처는 깊어지고 덧나기가 쉽다.
어떻게든 끄집어내어 어루만져주고 다독여 줘야한다.
이 친구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 무슨 인생 스토리들이 그렇게 절절한지 듣는 순간
마음이 저며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고작해야 17년 정도 밖에 살지 않았을텐데 ...
타인을 이해한다고 말하기는 쉽다. 머리로 하면 되니까...
그러나 타인을 공감하기는 어렵다. 가슴을 내어줘야 가능한 일이다..
이해는 머리로 한다.
사람들은 이해한다고 해놓고 이해가 오해로 변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한 사람을 가슴으로 공감한다는 것은 그 사람 개개인 삶의 역사에서 바라다 봤을 때
가능한 행위이다.
그 사람의 살아온 삶의 시간, 공간, 관심사, 가족력, 관계들....을 자세히 바라다보면 타인에 대해 함부로 말하거나 평가 내리기가 어려워진다.
우리들은 너무나 쉽게 타인에 대해 판단하고 평가를 한다.
타인을 공감했을 때 드러냄이 가능하다.
소통은 서로의 드러냄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다.
과연 우리는 상대방의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할까?
드러낸다는 행위는 '나를 좀 바라봐줘. 나를 좀 위로해줘.'라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다.
사람들마다 각자 자신만의 소통법이 있다.
이 어린 친구들에게 소통의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알려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이 |
ⓒ정이 |
사진을 가지고 이 친구들은 세상을 향한 소통을 시작했다.
그들의 '드러냄'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과 글쓰기를 통해서 본다.
아이들의 작업은 참 대단하다.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쑥스러워 하지만 금세 자신과의 소통을 시작하면 드러내는 일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그러면서 점차 사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도 하고, 표현하면서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상처를 위로해 가는 과정이 드러냄의 과정이다.
우리는 서로의 가슴을 드러내는 일에 서툴다.
아마도 드러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드러내는 순간 서로의 가슴이 열린다. 가슴속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어떤 매체를 통해서든 그것이 미술이든, 사진이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상관없이 드러냄에 대한 훈련을 시킬 수 있고 그런 훈련을 받은 친구들일수록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 당당하고 타인에게 자신의 드러냄을 잘 전달한다.
'자기 표현'이 훈련이 되어야 마음 속에 있던 상처 덩어리들이 조각나면서 조금씩 작아지기 시작한다.
예술은 삶의 한 과정일 뿐이다.
개인의 슬픔, 기쁨, 상처, 고뇌, 번민, 고통의 경험을 표현하면서 스스로 치유해가는 과정이 예술이다.
밤새워 푼 수학문제, 반짝반짝하게 닦은 그릇, 책상정리...
일상 속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이 모든 일들이 예술인 것이다.
그러면서 뿌듯해지고 기쁨으로 가득 찬 경험, 그 경험으로서의 예술만이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
'자기 표현'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 친구들에게 사진으로 '자기표현'의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스스로 뿌듯해지고, 기쁨으로 가득 찬 느낌으로 한 발 더 세상을 향해 성큼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는다면 사진은 이미 맡은 바 소임을 다 한 셈이다.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소년원 아이들이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청소년예술지원센터 '(사)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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