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이를 감독·관리해야 하는 노동부도 이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행정지도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건설사들의 이익 때문에 목숨을 내놓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왜 무너졌나?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화성 동탄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사고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던 노동자는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타워크레인이 전복되며 주변 고압선을 덮치면서 이 지역 일대에 정전 소동을 빚기도 했다.
노동부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은 2일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사나흘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원인불명의 이유로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주변 고압선을 건드려 주변지역이 정전됐다"며 "원인이 규명되려면 주말을 넘겨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결사체인 타워크레인기사 노동조합은 사고 타워크레인을 운전했던 곽 모 씨와 사고 목격자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직접적인 사고원인에 대해 보다 진전된 설명을 내놓고 있다.
타워크레인기사 노조의 한 관계자는 "자재를 운반하던 중 갑자기 전기공급이 끊어지면서 타워크레인이 정지했고, 이에 타워크레인이 원심력을 견뎌내지 못해 넘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워크레인 어떻게 고정되나?
한편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타워크레인을 고정·지지해 주는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제대로만 고정돼 있었다면 타워크레인이 전복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타워크레인기사 노조의 박종국 정책국장은 "이번 사고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에서 일반화돼 있는 고정 방식인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을 쓰고 있었다"며 "한 마디로 쇠줄 몇 가닥으로 고정해 놓은 타워크레인 위에서 기사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노동부 등에 따르면, 현재 타워크레인을 지지하고 고정하는 방식은 '와이어 지지고정 방식'과 '벽체 지지고정 방식'이 있다. 벽체 지지고정 방식은 주변 건물에 약 14m 간격으로 'H빔' 등의 도구를 통해 타워크레인을 고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박 국장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벽체 지지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처럼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벽체 지지방식'이 '와이어로프 지지방식'보다 안전성이 높기 때문에 안전을 중시하는 유럽 국가들에서는 '벽체 지지방식'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이 허술한 것은 아니지만 '벽체 지지방식'보다는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타워크레인기사 노조의 주장에 대한 공감을 드러냈다.
지난 2003년 부산·경남 지역에서 52개의 타워크레인이 강풍에 전복된 사건의 경우에도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이 아닌 벽체 지지방식을 사용했더라면, 피해가 그만큼 크지는 않았을 것이란 것이 당시 건설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안전'대신 '경제성'을 좇아간 건설현장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건설현장에 안전성이 낮은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이 도입돼 있다는 점이다. 타워크레인은 무거운 건설자재를 옮길 뿐만 아니라 크레인의 몸집 자체가 크기 때문에 쓰러질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이 더 강조돼야 한다고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입을 모았다.
박종국 정책국장은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을 쓸 경우 타워크레인이 여러 채의 아파트를 맡을 수 있는 잇점이 있는 반면, 벽제 지지방식을 사용하면 한 대의 타워크레인이 맡을 수 있는 아파트 건물의 개수가 줄어든다"며 "이 때문에 건설업체에서는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동원되는 타워크레인 수가 적을수록 건설업체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안전한 '벽체 지지방식'보다는 다소 불안전하더라도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와이어로프 지지방식'이 건설현장에서는 더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노동부는 이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개별 건설업체에 '벽체 지지방식'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벽체 지지방식이 더 안전하다 하더라도 개별 타워크레인 업체에 이 방식을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 "지나친 규제는 건설업체들의 선택권을 해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타워크레인기사 노조는 "지난 5년 동안 타워크레인과 관련한 재해로 사망한 건설 노동자가 모두 150여 명에 달한다"면서 "그러나 건설업체나 노동부 모두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타워크레인의 안전에 대해서는 뒷짐만 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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