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마르크스의 유령이 한국에 나타난다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마르크스의 유령이 한국에 나타난다면?

[전시] 이상엽, 정택용, 현린, 홍진훤의 <Take Left>展

소련 붕괴 1년 뒤인 1993년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그의 책 <마르크스의 유령들>에서 "자본의 착취와 민중의 빈곤이 남아있는 한 마르크스의 유령은 돌아올 것"이라고 썼다. 그의 말은 소련과 동구권 몰락 이후 완전한 체제처럼 여겨지던 자본주의의 불완전함을 비판하는데 꾸준히 인용돼 왔다.

20년이 지난 지금 데리다의 말은 현실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 월스트리트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고, 국가 간 부의 불평등이 깊어지던 유럽 전역은 재정위기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한국에서도 살인적인 도시재개발과 정리해고 문제가 사회를 갈등과 반목으로 밀어 넣었다. 삐걱거리는 체제 속에서 그것을 가장 통렬히 비판했던 사상가를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이상엽, 정택용, 현린, 홍진훤 네 명의 사진가가 '마르크스의 유령이 출몰하는 현장'의 사건들을 기록해 사진전 <TAKE LEFT>展을 연다. 도시재개발, 기륭전자와 쌍용차 사태, 용산참사, 삼성 백혈병 문제 등 돈에 우선순위를 내준 한국 사회의 굵직한 사건을 담아낸 이들은 20년 전 '가장 완전한 체제'를 자임했던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에 의문을 던진다.

자본주의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상가가 그것이 가장 깊이 뿌리박은 나라에 다시 나타나 그 폐해를 지적한다는 상상만으로도 발칙하고 흥미로운 전시다. 또한, 소련의 몰락과 함께 사라진 '상징'을 다시 불러온 것이 자본주의 스스로였다는 점을 일깨우는 기회이기도 하다.

▲ 도시재개발. 서울 ⓒ이상엽

▲ 기륭전자 사태 ⓒ정택용

마르크스의 등장이 처음은 아니다. 1999년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극작가인 하워드 진은 연극 <마르크스, 뉴욕에 가다>를 통해 당시의 미국 사회를 풍자했다. 13년 만에 마르크스는 카메라를 메고 다시 서울에 나타난 것이다.

전시에는 일반인의 참여도 가능하다. 포털사이트와 SNS 등을 통해 '마르크스의 유령이 관심 가질법한 현장'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 선별해 전시된다. 토론회도 마련돼 있다. 전시에 참여하고 이벤트를 즐기는 데 막시스트일 필요는 없다. 하워드 진조차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그저 차용하고 인용해서 풍자하고 비판하면 그뿐이다. 1월 25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위치한 갤러리 나우에서.

▲ 평택 미군기지 건설ⓒ현린

▲ 용산참사 ⓒ홍진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