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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 아이들에게 전하는 '변변찮은 어른들'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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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 아이들에게 전하는 '변변찮은 어른들'의 사과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23> 제주여행 3, 김형숙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시소(SEESAW)라는 지원센터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친구들과 함께 보낸 2박3일의 여정은 각 사람에게나,
서로에게 특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글을 발표하는 시간을 통해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했다.
그 또래에 맞는 조잘거림과 맹랑한 웃음,
설렘이 가득한 상상과 꿈이 깃든 학창시절의 일상을
잠시 과거의 앨범 속에 덮어둔 아이들.
다시 조심스럽게 꺼내어 자유와 기쁨을 만끽하면서 보낸 시간들 속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같이 동행한 작가들과 나는 여행 중에 같은 팀이었던 친구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다.
마음을 다 녹여내서 쓴 글이었다.

그네들도 우리 마음을 알지 않을까?
진심으로 변변찮은 어른들을 대표해서 사과하고 싶었다.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그들에게 필요한 자양분을
충분히 공급해주고, 보살펴 주었다면
그 찬란한 나이에 속박된 삶을 살지는 않았을 터이다.
여행하는 동안 몇 명의 친구들이 나에게 마음속 상처를 드러냈다.

ⓒ김형숙

가장 가슴이 아팠던 고백은 '제가 법원에서 판결 받는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라는 말이었다.
이야기를 하는 형숙이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 눈을 잊을 수가 없다.
돌아보고 나니 다 후회뿐이라는 형숙이는 스스로 지난 시간에 대해 정리를 한 듯했다.
이곳에서 나가면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난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등을 다독여 줄 수 있을 뿐인데,
그들의 열어 보인 가슴 한 켠에 같이 있어주었을 뿐인데,
그 고통이 그대로 내 마음에 스며들어 온다.
잘 달궈진 쇠꼬챙이에 덴 것처럼 아리고,
날렵한 칼날에 베인 것처럼 시리고 아프다.

ⓒ김형숙

누군가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누군가 따뜻이 안아주고,
누군가 쓰다듬어 주고, 누군가 귀하게 여기고,
누군가 사랑해 주었다면.....

이 친구들은 아마 이곳까지 오지 않았을거다.
우리가 그들의 부모형제이고 그들이 우리들의 친구이기에
감싸 안아 줘야 한다. 다시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우리 일행은 이 여행의 끝에서,
서로의 마음자리까지 다가가 부둥켜안고 따뜻하게 온기를 나눈다.
이 가을이 그래서 더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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