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몇 가지 재미있는 차이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우선, 박원순 후보 측에는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까지 범야권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박 후보의 말보다 참석한 인사들의 지지발언으로 유세 시간의 대부분이 할애됐다. 반면, 나경원 후보 측에는 홍준표 대표와 몇 몇 당 동료 의원만이 참석했고, 홍 대표의 연설을 빼면 나 후보 본인의 연설이 유세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 광화문.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야권 인사들이 모였다. ⓒ프레시안(최형락) |
▲ 명동의 나경원 후보 측 유세장. ⓒ프레시안(최형락) |
참석한 군중의 연령층 역시 판이하게 달랐다. 박 후보 측에 20, 30대의 젊은 지지자가 많았다면, 나 후보의 지지자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박 후보 측에는 없던 남녀 전문 사회자가 나 후보의 유세장에는 있었던 점도 눈에 띄었다.
▲ 박원순 후보 지지자들은 젊은 층이 많았다. ⓒ프레시안(최형락) |
▲ 나경원 후보 지지자들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많았다. ⓒ프레시안(최형락) |
유세 내용도 상반됐다. 홍준표 대표는 박원순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알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나경원이 박원순보다 나은 이유'를 따져가며 연설한 반면, 박 후보를 지원하러 나온 야권 인사들은 이번 선거의 의미와 '박원순이 서울시장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한 쪽에서 상대방 얘기를 주로 했다면 다른 한 쪽에서는 상대방을 잊고 있는 듯 보였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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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병력의 배치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광화문 세종로 사거리 박 후보의 유세장 주변에는 여러 대의 경찰버스가 주차돼 있었지만 나 후보 측에서는 경찰버스가 눈에 띄지 않는 대신 사복을 입은 경찰이 명동 주변 골목을 지키는 점이 달랐다. 광화문이 집회의 분위기였다면 명동은 요인 경호의 분위기가 풍겼다.
이런 분위기에서 명동에서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투표를 독려하는 피켓을 들고 이동하던 시민 3명이 골목에서 경찰에 억류되는 일이 일어난 것. 이규담(33)씨 일행은 종로에서 명동으로 이동하다 영문도 모른 채 골목에서 이동을 제지당했다. 약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나경원 후보 유세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다른 쪽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제지는 풀리지 않았고, 아무런 설명 없이 시작된 억류는 유세 행렬이 사라질 때까지 15분간 이어졌다.
충돌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있었더라도 경찰이 신분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사복을 입은 채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설명 없이 시민을 잡아 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이들이) 경찰이 맞느냐"는 질문에 이 상황을 지켜보던 제복 입은 경찰은 "말할 수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규담씨는 "우리가 특별히 위험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습을 나경원 후보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그런 것 같다"며 경찰을 '호위 무사'에 비유해 실소를 낳았다.
▲ 투표율 독려 피켓을 든 '촛불시민' 3명이 명동 골목에서 사복 입은 경찰에 억류되고 있다. 이들은 주변에서 열리던 나경원 후보 유세가 끝날 때까지 15분동안 이 자리에서 이동을 제지당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열띤 유세는 자정 께 끝이 났다. 같은 듯 조금씩 다른 유세의 풍경은 어쩌면 후보들 간의 큰 차이를 아는 작은 단서가 될 수도 있다. 꼼꼼히 따지고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날이다.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오직 14시간 뿐이다.
▲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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