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거나, 한가하거나 시간만 되면 서점에 들려 이 책, 저 책 탐색하는 시간은
나에게 많은 생각과 아이디어를 만들어준다.
그 중에서도 아동들 동화책 코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동화책코너에 들어서는 순간 베시시 웃음이 나온다.
무디어져버린 나의 상상력이 갑자기 어디선가 툭 튀어나와
통통 굴러다니는 날 것의 느낌.
까만 동공이 더 커져 집중하게 만드는 이야기흐름들.
이런 것들이 여전히 내 가슴을 뛰게 만든다.
동화책속의 고운 글과 그림들, 제목만으로도 상상의 날개가 펼쳐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 책, 저 책 뒤적거려본다.
옆으로 긴 판형이 특이한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기다립니다>라는 빨간 글씨체의 조그마한 동화책인데 내용이 참 간결하면서도
가슴을 두드렸던 기억이 난다.
'나는 기다립니다'
라는 문장을 서두에 놓고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까지의
소박한 문장 한 줄, 한 줄이 가슴에 와 조용히 닿았었다.
이 친구들에게 기다림은 어떤 정서로 와 닿을까?
이 친구들은 기다림을 이미지로 만든다면 어떤 이미지를 만들까?
내가 시선이 가 닿은 책들은 친구들의 사진수업 때 쓰일 재료들이다.
재미있는 사진의 재료는 완전한 아날로그적 사고방식으로만 이 세상에 태어난다.
감성과 감성 사이의 교감.
기다림과 기다림 사이의 만남.
순간과 순간 사이의 선택.
그러므로 사진은 하나의 완벽한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다.
지금까지 이 세상에 없었던 '순간'이라는 '찰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오직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작동 하는 기다림의 정서를 디지털의 빠른 속도의 문화에만
익숙해져버린 이 친구들이 잘 알 수 있을까?
라고 의심했던 건 나의 착각 이였다는 것을 이 사진 한 장으로 깔끔히 설명해 주었다.
ⓒ김노랑 |
노랑이에게 왜 우산을 가까이 찍지 않고 이렇게 세워놓고 찍었는지에 대해
말해달라고 했다.
노랑이는 발그래한 볼을 부비며 나직히 말했다.
'우산은 제 자신이구요.
기다리다 지쳐서 벽에 기대어 있어요'
'누구를 기다리니?'
'엄마요'
훌륭하다는 칭찬 외에는 더 이상 어떤 말도 물을 수가 없었다.
사각 프레임 안에 사물을 자신으로 의인화 시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완벽히 만들어냈다.
친구들은 사진과 여행하는 법을 서서히 알아가고 있고,
나는 이 친구들과 여행하면서 절친 되는 방법을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
사진으로 절친 되는 일.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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