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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와의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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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와의 인사

[사람을 보라]<10, 마지막회> 서효인 시인

한진중공업 김진숙의 외롭고 절박한 투쟁, 이를 응원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뜨거운 발걸음을 기록해 사진가들이 책 <사람을 보라>(아카이브)를 펴냈습니다. 이 연재는 이에 호응하는 젊은 시인들이 사진을 보고 보내온 글입니다. 책의 인세는 희망버스 주유비로 쓰입니다. <편집자>

이곳이 지구입니까?

괴물로 가득한 행성의 표면을 보고 토마토는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그들이 처음부터 괴물은 아니었단다. 그들은 먹느라 바쁘다. 튀느라 바쁘고 바쁘다는 사실을 숨기느라 바쁘다. 너무나 바쁜 이들은 숨이 가쁘고, 괴물이 되기도 쉽다.

그러니 여기서 잠깐 기다리자.
토마토가 익어간다.

괴물과 괴물 사이, 시멘트의 더운 틈에서 기어코 올라오는 여름들, 빨간 토마토처럼 이토록 뜨거운 열기를 차마 손에 쥐지 못하고 우리는, 활짝 편 손을 들어 흔든다. 흔들리는 손이 전하는 인사.

그러니까, 지구 바깥에서 당신은 지금 잘 계십니까? 안녕하십니까? 대답이 들리지 않는다. 우린 더 가까이로 가야겠다.

다시 토마토가 묻는다. 정녕 이곳은 어느 별입니까. 저기 손을 흔들며 걸어오는 사람들의 별이다. 그러니까 지구가 맞습니까. 지구는 우리에게서 가장 가까운 별이고, 저들은 토마토처럼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손을 흔든다.

토마토 색 바람이 분다.
당신이 살아야 할 지구별에서.
ⓒ정기훈

저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방식으로 시를 택했습니다. 살아가는 것은 곧 죽음으로 한 발씩 걸어가는 일과 같겠지요. 그 걸음의 방향과 속도를 생각합니다. 그것의 옳고 그름을 생각합니다. 생각에 생각이 쌓여 저 높은 곳에 닿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보다 먼저 생각 이전에, 삶의 이편에, 죽음의 이면에서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겠습니다. 그것이 시작이니까요. 그리고 시작된 싸움은, 우리가 마지막 인사를 손을 맞잡고 웃는 낯 위로 뜨거운 눈물을 흘릴 그날까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날까지, 부디, 안녕. 그리고 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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