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투표율 25.7%.엑스트라 838만 명, 제작비 182억 원, 제작기간 약 8개월(오세훈 시장의 주민투표 제안)의 초대형 블록버스터는 이렇게 흥행에 참패했다.
문제는 진부한 스토리라인이었다. 시민의 '복지철학'을 새로운 방식으로 밝혀보겠다며 이목을 끈 주민투표는 별 수 없이 '좌우 대립'의 레퍼토리로 흘러갔다.
찬반투표는 찬반을 묻지 않았다. 오세훈 시장은 "당신은 어느 편이냐"는 해묵은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강요했다. 투표율에 시장직이 걸리면서 투표는 신임투표의 성격을 띠었다. 투표장에 가는 행위가 정치적 노선을 커밍아웃하는 행위가 돼 버린 이상 무상급식에 대한 의견을 묻는 절차는 기능을 상실했다.
투표참여운동과 불참운동을 벌이는 현장은 고성과 비방이 오가기 일쑤였다. 투표에 불참하면 '빨갱이'였고, 참여하면 '쪽발이'였다. 근거도 논리도 없었다. 서울 전역에 나붙은 플래카드도 마찬가지였다.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나라가 곧 망한다는 식이었다.
투표가 종료되지마자 양쪽은 서로 이겼노라고 말했지만, 딱히 이긴 쪽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이들의 점심밥을 놓고 무모한 '정치쇼'를 벌인 오세훈 시장이나 이런 상황을 방관한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투표거부라는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전략을 택한 민주당 역시 복지의 문제를 성숙한 토론의 장으로 이끌지 못했다는 부담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투표 하루 전인 23일과 폭우도 폭염도 없어 '투표하기 좋은' 날씨였던 24일, 서울에서 치러진 사상 첫 주민투표의 풍경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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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투표 찬반 1인 시위에 나선 두 시민의 얼굴이 이번 주민투표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광화문.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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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 참여/불참 운동 현장에서는 고성과 원색적인 비방이 오가기도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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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시장의 주민소환 서명운동을 두고 한 시민이 항의하고 있다. 의견 표시로 시작한 언쟁은 곧 욕설과 고성으로 이어지곤 한다. 대한문.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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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가 나라 망하게 하는 '공짜주의'?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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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의 한 투표소. 한 시민이 마감 직전 서둘러 투표하고 있다. 투표용지에는 찬반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찬반은 이미 의미가 없었다. 이 투표용지는 개표되지도 않는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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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시 마감 직전 종로의 한 투표소에 아빠를 따라 온 아이.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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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율 최종 집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세훈 시장은 준비한 짧은 말만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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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투표 투표율 미달을 환영하는 시민들은 오후 8시부터 서울광장에 모여 행사를 가졌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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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시장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눈물을 보이거나 무릎을 꿇던 이전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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