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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통 난 커닝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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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통 난 커닝페이퍼

[사람을 보라]<5> 이진희 시인

한진중공업 김진숙의 외롭고 절박한 투쟁, 이를 응원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뜨거운 발걸음을 기록해 사진가들이 책 <사람을 보라>(아카이브)를 펴냈습니다. 이 연재는 이에 호응하는 젊은 시인들이 사진을 보고 보내온 글입니다. 책의 인세는 희망버스 주유비로 쓰입니다. <편집자>

ⓒ정택용

그러니까 불행한 일이지만 이 세상에는
나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건강한 희망의 손발을 언제든 짓찧고 폐기하려는,
어두컴컴한 존재들이 끈질기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자처하는 무소불위의 태도는 어떤 옹벽보다 두껍고 견고해 보입니다.

그림자가 몹시 크고 어둡다는 것은 빛 또한 그만큼 크고 밝다는 반증.
그렇다면 가장자리가 어디까지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어두운 그림자 같은 어떤 존재에게도 빛의 영역이 있다는 말인가요.
그 추악한 존재를 밝혀주는 빛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요.
돈? 돈에서 발생한 권력? 권력에서 발효된 오만? 오만으로 인해 고삐 풀린 양심?
만일 그런 것들이 빛이라면 인간은 인간 존재 전부를 절망해야 합니다.
그러나 절망한다는 것은 한계를 깨닫는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인간이 건강하다는 징조입니다.

모습을 드러내야 했던 때에 모두를 비웃기라도 하듯 숨어 있음으로써 이 사회에 자신을 보다 뚜렷하게 각인시키던 한 존재가 정말 마지못해 공개석상에 등장해서는 외양이나 내면 어느 쪽에도 어울리지 않게 상처 입은 여린 짐승인 양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루할 정도로 느리고 다소 어눌하게', 몰랐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답을 늘어놓았습니다. 예상했던 거짓말도 거짓말이지만 진부하기도 해라, 그 표현. 이미 그와 비슷한 여러 아름답지 못한 분들이 써먹은 거였잖습니까?

들통 난 커닝페이퍼, 신선했습니다.
머릿속에 얼마나 추악한 생각들이 들어차 있기에 그 정도 내용도 집어넣지 못한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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