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지 |
그러니 이제,
나의 머리말은 너의 삶에 대한 해설이 되지 않는다.
지금 혹은 그때
너의 두 눈동자가 물방울처럼 떠오르고
너의 죽음으로 내 손바닥을 올릴 때
나는 너를 위한 이 고요한 윤리를 기억할 것이다.
인간들로부터 밤은 왔다.
이 밤 인간들의 집회는 시인을 앞장세운다.
밤의 인간들은 우리도 인간이 되고 싶다는 불구의 구호를 외친다.
한 소설가는 인간적인 관점에서 어느 밤에 대한 인간이란 시를 쓴다.
인간을 잃어버린 인간들의 밤으로 유령 한 자루가 꺼질 듯 걸어가고 있다.
나의 끝말이
너의 죽음에 대한 주례사가 되면 좋겠다.
지금 혹은 그때
내 주례사에는 덜 붙여야 할 말과 더 빼야 할 말이 있을 테고
나는 그 시간을 무릎담요같이 평온한 마음으로 지켜볼 것이다.
그러니 이제,
얼마 전, 두 편의 시에 적은 일곱 개의 각주를 빌려와 두 장의 사진 사이에 적어넣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이 잠시 자리를 바꾼 주석들이 어떤 삶에 대한 함부로 쓴 해설이 되지 않기를, 다만 인간을 잃어버린 인간들의 밤으로 가닿기를, 그리하여 인간들이 벌려놓은 죽음을 절망으로 닫지 않게 하려는 구호가 되기를 감히 바라봅니다. 곧게 그러나 부드럽게 펼쳐진 저 허공의 두 팔 아래 매달린 공평한 투쟁의 추이기를, 곧 포옹의 순간을 본문으로 갖게 될 평화로운 승리와 희망의 미완성이기를.
ⓒ박민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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