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찍어낸 사진을 고현주씨가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시소(SEESAW)라는 지원센터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황수선화 |
"빛의 세계에서 시각이란 선물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수단이 아닌
단지 편리한 도구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유감스런 일이다"
헬런켈러는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란 책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매일 드나드는 집.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 가족들, 매일 보는 사물들, 매일 걷는 동네.
우리 몸에 안테나를 세우고 보면 놀라운 세상이 보인다. 놀라운 사람들이 보인다.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황수선화 |
황수선화가 찍은 딱풀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딱풀뚜껑이다.
<내가 관찰한 것 찍기>시간에 만든 작품이다.
최소한의 색상과 단순한 형태로 대상의 본질만 남기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했다.
미니멀리즘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
황수선화의 작품 접근에 내심 놀랐다.
눈은 이미 작은 뇌의 기능을 한다.
눈으로 빨아들인 정보는 뇌에 화석처럼 박혀 어떤 사물을 봤을 때
연상하고, 이미지화 한다.
눈은 모든 감각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파워풀한 감각이다.
눈이 있다는 것은 본다는 것이고, 본다는 것은 인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식의 틀에 갇히면 보기는 하나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본다는 것은 자유와 구속의 경계이다.
황수선화는 인식의 틀을 벗어난 눈으로 딱풀을 바라봤다.
황수선화는 딱풀을 찍었지만 그녀가 찍은 것은 딱풀이 아니다.
'보름달'일 수 있고, '자신이 되돌아갈 둥지'일 수도 있다.
수선화는 풀 너머 그 이상의 것을 봤다.
자유롭게 보고 잘 찍었을 뿐이다.
어떤 시인에게 물었다.
"선생님처럼 글을 잘 쓰려면 어떡해야 되요?"
"사물을 잘 보면 돼."
딱 한 마디!
나도 아이들에게 꼭 같은 말을 전한다.
"잘 보면 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이 창의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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