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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 열풍에 낙원상가도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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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 열풍에 낙원상가도 '들썩'

[포토스케치] 음악도 세상살이도 결국은 '하모니'

최근 한 TV프로그램에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 70년대 통기타 그룹인 '세시봉' 멤버들이 출연해 큰 인기를 끌면서 주목할 만한 곳은 단연 낙원상가다. 약 45년의 긴 역사를 가진 이곳은 관현악기부터 음향기기까지 음악에 관한 거의 모든 하드웨어를 구비한 곳으로 280여 점포가 밀집해 있다.

요즘 부쩍 손님이 늘었다는 낙원상가에는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잃어버린 추억이나 이루지 못한 꿈을 찾아오기 하고, 이루고 싶은 꿈을 찾아가기도 한다. 가족의 행복이나 여생의 친구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낙원상가를 찾는 사람들의 풍경을 담았다.<편집자>


▲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위치한 낙원상가. 280여 악기상이 밀집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낙원상가에는 근래 들어 악기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기타를 고르는 것부터 쉬운 일은 아니다. 취미로 기타를 배우고 싶어 낙원상가를 찾아온 도선미(25)씨. ⓒ프레시안(최형락)
▲ 고등학교 밴드부 시절 기타를 쳤던 김규용(61)씨는 최근 기타를 다시 들면서 자식들과의 관계가 원만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기타를 한 대 더 사러 온 그는 '세상살이도 결국 하모니더라'며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가까이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김규용(61)씨는 오래된 옛 실력을 되찾기 위해 이곳에 왔다. 세상살이에 바빴던 그에게 고등학교 밴드부 시절 통기타의 낭만은 잃어버린 첫사랑 같은 것이었다. 그는 '추억은 멜로디'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머릿속에 음악을 간직하고 살고 옛 멜로디를 들으면 그 시절이 생각나는데 그게 바로 추억입니다", "세시봉처럼 사람들이 하모니를 중시할 줄 알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살이는 결국 하모니 아닌가요?" 자식들과 함께한 통기타 연주로 가족과의 관계가 좋아져 기타를 한 대 더 사러 왔다는 그는 음악에 대한 진지한 열정과 행복한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

20여년 동안 이곳에서 악기상을 운영해 온 박주일 사장은 30% 이상 판매량이 늘어난 요즘의 분위기가 가장 반가운 사람 중 하나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와, 취미거리를 찾으러 오는 젊은이들, 중장년층과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찾아온다며 상가의 분위기를 묘사했다. "디지털에 지친 사람들이 서정적인 옛 향수를 떠올리는 것이 중요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50대 이상이 마음 편히 갈만한 곳 없는 요즘, 통기타 음악은 위안과 용기를 줬지요"

사실 낙원상가에 생기를 불어 넣은 것이 '세시봉'만은 아니다. 2~3년 전부터 이런 분위기가 이어져왔다는 것이 상인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배철수가 진행하는 '콘서트 7080', <슈퍼스타 K>에 출연한 장재인도 한 몫 한 데다 '세시봉'이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기타 제조사 관계자도 이런 의견에 동조한다. 5년 전부터 해외로 통기타 수출이 늘기 시작한 뒤 국내 소비도 점차 늘어난 점을 보면 잠깐의 열풍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일 수 있다는 것이다. 80년대 호황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한 지나가는 열풍으로 보기에는 가볍지 않은 구석이 있다는 설명에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럼 이 분위기는 언제까지 갈까?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이나 지자체의 문화센터, 복지회관 등에서 마련하는 교육프로그램이 많아지는 등 기타의 저변이 넓어지는 추세를 생각하면 적어도 2~3년은 기대할만하다는 것이 상인들의 바람이다. 이런 맥락에서 낙원상가는 올 가을 3번째로 직장인밴드 경연대회를 연다. 직장인밴드만이 아니라 가족 밴드 부문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느린 걸음으로 두리번 두리번.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팔짱을 꼈다 턱을 잡았다…. 여기 온 사람들은 찾고 싶던 것을 모두 발견했을까? 여기까지 와서 찾으려던 것들이 비단 기타만은 아닐 것이다. 마음 속에 있는 행복과 낭만에 관한 그 어떤 것일 수도. '낙원'은 그저 도화선일 뿐이다. '세시봉'처럼. 새 봄. 나만의 '세시봉'을 찾으러 '낙원'을 파는 가게들로 가 보는 건 어떨까?

▲ 낙원상가에서는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노래 봉사를 다닌다는 김정수(78) 할아버지. 음악을 사랑하는 그에게 낙원상가는 그에게 오랫동안 친숙한 곳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서일수(21)씨는 취미로 기타를 배우고 있지만 꽤나 진지해 보였다. ⓒ프레시안(최형락)
▲ 의외로 기타를 사러 온 어런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프레시안(최형락)
▲ 기타를 바라보는 중년의 시선이 조심스럽다. 그에게 기타는 어떤 의미일까? ⓒ프레시안(최형락)
▲ 낙원상가에서 20여년 동안 악기상을 운영해 온 박주일 사장. 통기타 열풍이 가장 반가운 사람이다. 그는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 이곳에 온다"고 말한다. 행복을 느끼며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의 그에겐 최고의 보람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오늘 낙원상가를 찾은 사람들은 원하던 것들을 얼마나 찾아 돌아가는 길일까?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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