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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락의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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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락의 깃발

[이미지프레시안] 삼락둔치의 내몰리는 농민들

이 기사는 <프레시안>의 '4대강 사진기획'의 하나로 사진가들이 4대강 공사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사진으로 전달하는 연재기사입니다. 여러 장의 사진으로 만들어진 포토스토리를 보시려면 '☞이미지프레시안(imagepressian.com)' 클릭하십시오. <편집자>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에서 채취한 준설토의 임시 적치장이 될 부산의 삼락둔치는 82만㎡의 친환경농지에서 191가구의 농민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농토다.

2005년 부산시는 이곳 농민들이 대대로 지켜왔던 경작지의 절반을 내놓는 조건으로 이번 세대에 한해 농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약속했다. 그런데 지난 8월 농민들은 평당 17,500원의 보상조건으로 이곳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받았다.

ⓒ이동문
▲ 노년의 농부가 농성장에 나왔다. 옆에 농성장 비상근무명단이 보인다. ⓒ이동문

"당근 수확하려면 11월 중순은 되어야 하는데......"

20여년 전부터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송정기(49)씨는 지금은 3500평의 당근농사를 짓고 있다. 5년 전 부산시로부터 땅의 절반을 내줄 것을 약속하면 현재의 농지를 계속 경작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부산시는 큰 돈을 들여 이곳의 농지 개량 사업을 하기도 했다. 송씨는 농지에 들어온 돌, 폐기물 등의 오염물을 오랜 시간동안 걷어내면서 땅을 가꿔왔다.

오랜 노력으로 지금 송씨의 땅은 비옥한 토지가 됐지만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이제는 농사를 더 지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삼락둔치가 낙동강 바닥을 긁어 퍼낸 모래를 쌓아놓는 임시 적치장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제 농사 지을만하니 나가란다"며 긴 한숨을 내쉬는 그는 "이제껏 심어둔 당근이 수확되려면 11월 중순은 되어야 하는데, 10월중으로 정리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만 탈 뿐"이라며 근심 어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땅만 알고, 땅만 파며 욕심없이 살아온 농민들

삼락둔치에서 스무살 무렵부터 농사를 지어왔다는 장명렬(60)씨는 부인과 딸 셋을 둔 가장이다. 젊었을 때 농기구에 의해 세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치르기도 한 그는 유달리 농토에 애착을 가져왔다. 오랫동안 스스로 터득한 자신만의 여러 방법으로 좋은 농토 만드는 법을 알아내고 토질을 개선해 왔다. 그에게 자식처럼 어루만져 온 땅을 두고 떠나야 하는 마음은 그래서 무겁기만 하다.

안타까운 마음에 마을 사람들과 함께 농성장까지 만들어 반대를 해봤지만 역부족이다. 최근에는 간경화 등으로 몸까지 많이 쇠약해져 일도 싸움도 쉽지 않다. 떨어져 사는 자식들에게는 "걱정말라"는 말을 늘 잊지 않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다.
ⓒ이동문
▲ 처음 세우는 깃발과 처음 드는 촛불이다. 낯설고 어색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들이 촛불을 들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이동문
▲ 장명렬씨는 오늘도 집을 나섰다. 몸도 마음도 불편하고 힘들지만 생업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동문

노년의 농민들이 깃발을 달고, 촛불을 켜고, 농성장을 꾸려 당번까지 짜가며 정부 사업에 반대를 하는 풍경을 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표정에도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낯선 일에 대한 어색함이 역력하다. 이 이상한 풍경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 안타까운 싸움의 뒤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 걸까?

더이상 디뎌볼 수 없을 정든 땅 위에 서서 오늘도 삼락둔치의 농민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삽자루를 들고 일터로 나간다. 이제 그들 가슴 속엔 "생존" 이라는 깃발이 하나씩 서 있다.

ⓒ이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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