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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익을 통해 역사전쟁에 돌입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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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익을 통해 역사전쟁에 돌입한 박근혜

[이태경의 고공비행] "박근혜의 승리는 그를 제외한 모두의 패배다"

뉴라이트 출신인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77)이 설화를 일으켰다. 국감 현장에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친북정책'이라고 매도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반미로 폄하한 것이다. 햇볕정책을 '친북정책'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반미투사로 평가하는 유 위원장의 상상력과 인식체계는 놀라움을 넘어 기괴함을 안겨주지만, 유 위원장의 진면목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 위원장은 지난해 2월 9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감리교회에서 인터넷매체 뉴데일리 부설 이승만연구소 주최로 열린 '제12회 이승만 포럼' 에 참석해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던 중 다음과 같은 기상천외한 발언을 토해냈다.

"박정희 대통령이나 이승만 대통령의 기초 작업이 없었다면 과연 경제 기적을 이룰 수 있었나 생각합니다. 정치학자들이 정직하게 후진국에서 독재라는 것에 대해 사실상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논의를 좀 해주기 바랍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과 실정을 총체적으로 평한다면 적어도 '공7 과3'이고, 이승만의 독재는 불가피했다 혹은 필요악이었다고 할 때는 그게 '공9, 공10'이 될 수도 있어요. 저는 이승만 대통령은 확신을 가지고 자기가 하는 일종의 권위주의적 통치가 불가피하고 오히려 한국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믿고서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역사에 이승만만 한 인재는 거의 없지 않았는가. (중략) 이승만은 그 세종대왕하고 거의 맞먹는 그런 유전자를 가졌던 인물 같아요."


유영익 위원장의 정신이 머무는 사상의 거처는 유 위원장의 이력이 설명한다. 유 위원장은 뉴라이트 역사관의 담지체라 할 교과서포럼의 고문을 지냈고, 식민지근대화론을 옹호하는 내용이 담긴 대안교과서의 감수에도 관여했으며, <한국근현대사론>(1992)이라는 저작에서 식민지근대화론을 통해 식민지조선의 역사를 개괄한다. 또한 유 위원장은 이승만 숭배자로 명성이 자자하다. 이쯤 되면 유영익 위원장의 역사관과 가치관이 어떨지 대략 알 만하다. 그렇다면 박근혜는 왜 유영익 같은 인사를 국사편찬위원장에 임명한 것일까?

박근혜가 유영익을 국사편찬위원장에 앉힌 까닭

국사편찬위원회는 한국사 사료수집ㆍ편찬, 한국사 교육 및 보급, 역사 교육과정 개발 및 교과서 검정 등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 마디로 국사편찬위원회는 역사적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구분하고 선택하며, 그 과정을 통해 확정된 역사적 사실에 대해 해석하고 평가하며, 사회구성원들에 대한 제도권 역사교육을 하는 국가기관인 셈이다. 박근혜가 이처럼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지닌 국사편찬위원회의 수장에 뉴라이트 역사관 및 가치관을 지닌 유영익을 앉힌 이유는 간명하다. 뉴라이트적 역사관과 가치관으로 근현대사를 재구성하고, 미래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역사관과 가치관은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다. 역사를 해석하는 눈은 한 사회가 추구하고 지향해야 할 가치를 필연적으로 내포할 수밖에 없다. 과거를 향한 시선은 미래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뉴라이트 역사관이 위험한 것은 그래서다. 뉴라이트 역사관은 일제식민통치, 해방, 분단과 전쟁, 이승만 및 박정희 치하 등을 물질적 풍요(경제성장)라는 잣대로 수미일관하게 해석한다. 뉴라이트 역사해석에 따르면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은 것이다. 물질적 풍요만 달성할 수 있다면 말이다. 물질적 풍요를 유일한 역사해석 기준으로 삼는 뉴라이트 역사관에 따르면 일제식민통치, 분단, 이승만 및 박정희 통치 시기는 강력한 긍정의 대상이며, 어둠 보다는 밝음이, 과(過) 보다는 공(功)이 비할 데 없이 크다.

물질적 풍요를 역사해석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뉴라이트 역사인식은 개인과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관에도 그대로 투사된다. 물질적 풍요만이 지고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박근혜가 유영익을 국사편찬위원장에 임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질만능이라는 가치로 역사를 재구성하고, 현재를 재조직하며, 미래를 선취하려는 것이다.

인간적 존엄이 물질적 풍요에 선행한다

굳이 박근혜가 노력하지 않더라도 이미 대한민국은 물질만능과 경제성장이 모든 가치 위에 있는 나라다. 한국사회와 그 구성원들은 물질적 풍요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고, 유보했다. 그 결과로 한국사회는 부유해졌다. 문제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극소수가 독식하고, 그들 또한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정의(justice)와 인간의 존엄성을 유보한 채 획득된 경제성장이 얼마나 취약하지를 극명하게 입증한다. 정의와 인간의 존엄성을 희생하고 달성되는 물질적 풍요는 신기루와 같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는 위험천만한 역사전쟁을 전개하고 있다. 박근혜의 승리는 박근혜를 제외한 모두의 패배로 귀결될 것이다. 바야흐로 역사전쟁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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