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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게 물렸다가 억대 병원비, 그래도 건보 확대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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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게 물렸다가 억대 병원비, 그래도 건보 확대는 반대?

[정책쟁점 일문일답] 미국 공화당, 오바마 발목 잡다 '대참사'

1. 미국 백악관과 공화당의 대립으로 연방정부 업무가 부분적으로 정지된 지 13일이 지났습니다. 10월 1일에 시작되는 2014 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정부 예산안에 대한 상·하원의 반응이 서로 달랐기 때문인데요. 먼저 오바마 행정부 예산안에 대한 상·하원의 상반된 태도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 미국은 상·하 양원에서 같은 예산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각각 통과시키고 이를 대통령이 서명해야 예산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0일 이후 상·하 양원이 정부 예산안에 대해 서로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중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은 향후 10년간 1조7000억 달러가 소요되는 오바마케어 시행 시기를 1년 유예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은 오바마케어법이 지난 2010년 이미 의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시행 시기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2. 공화당과 민주당은 상·하원에서 각각 몇 석을 가지고 있습니까?
⇨ 미국 상원 의석은 모두 100석인데요. 민주당이 이 중에서 53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47석을 가진 공화당보다는 6석이 많습니다. 반면 하원의 사정은 다른데요.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총의석 435석 중에서 235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석을 가진 민주당보다 35석이 많습니다. 이렇게 공화당과 민주당이 상·하 양원을 나눠 갖다보면 정부 예산안에 대한 양원의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는데요. 미국 역사를 보면 이와 같은 양원의 의견 차이로 셧다운, 즉 연방정부 업무 부분 정지라는 사태를 맞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3. 이번에 양당이 격하게 대립한 것은 이른바 '오바마케어' 때문인데요. 오바마케어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오바마케어의 공식 명칭은 '환자 보호와 적정 부담 의료보험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인데요. 간단하게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는 선진국은 물론 중진국까지 포함해도 최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 의원 시절부터 의료보험 개혁에 관심이 많았고, 또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의료보험 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보수당인 공화당은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이 기업들과 정부 부담을 크게 늘려 놓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4.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가 선진국은 물론 중진국까지 포함해도 최악이라고 했는데요.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 수준이 얼마나 낮기에 이런 평가를 받는 건가요?
⇨ 세계보건기구(WHO)는 2000년에 191개 국가의 의료 제도 수준을 평가해서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요. 이에 따르면 미국은 72위에 그쳤습니다. 의료 제도 수준 72위를 경제 수준과 비교해 보면 1인당 GDP 7000달러 수준(2010)으로 중진국 말단에 해당합니다. <블룸버그>도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의 효율성이 46위에 그쳤다고 발표했는데요. 역시 선진국 중에서는 꼴찌 수준입니다.

5. 미국 의료 체계가 어떤 이유로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겁니까?
⇨ 미국의 의료 체계는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체계입니다. OECD에 따르면 2009년 미국의 GDP 대비 의료비 비율은 17.7%에 달했습니다. OECD 평균(9.7%)의 1.8배에 이른 겁니다. GDP 대비 개인 부담 의료비 비율도 9.3%로 OECD 평균(2.8%)의 3.4배에 달했습니다. 미국의 의료비는 비싸기로 유명한데요.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무료인 혈압 체크를 하는 데 미국에서는 100달러(우리 돈으로 11만 원)를, 우리나라에서 2~3만 원인 혈액 검사를 하는 데 미국에서는 500달러(우리 돈으로 55만 원)를 지불해야 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또 미국에서는 수술하고 하루만 입원해도 5만 달러(우리 돈으로 5500만 원)의 병원비를 지불해야 했던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의료보험이 없으면 이 엄청난 의료비를 고스란히 자기 돈으로 내야 합니다.

6. 미국에서 독사에게 물린 사람이 이틀 치료받고 억대의 병원비를 냈다는 보도도 있었지요?
⇨ 얼마 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독사에게 물려 해독제를 세 번 맞은 사람이 병원으로부터 15만3000달러, 우리 돈으로 1억7000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 청구서를 받았습니다. 또 비슷한 시기에 미국 여행을 하다 방울뱀에게 물린 노르웨이 사람은 비슷한 치료를 받고 역시 1억6000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 청구서를 받았습니다.

7. 병원비가 이렇게 비싸다면 의료보험료도 비쌀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 2011년 미국 직장보험 가입자의 의료보험료는 1만2680달러로 우리 돈으로 1395만 원에 달했습니다. 한 달 의료보험료가 우리 돈으로 116만 원에 달한 겁니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가구당 의료보험료가 평균 16만 원이었다는 점에 비춰 볼 때 미국의 의료보험료가 우리의 7.2배입니다. 양국의 1인당 GDP 격차가 2.3배라는 것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양국 간 의료보험료 격차는 3.1배입니다.

8. 미국에는 의료보험료가 지나치게 비싸서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못하는 저소득층도 많지요?
⇨ 미국 인구가 3억 명 정도인데요. 이 중에서 1/6인 4800만 명이 의료보험료가 부담스러워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1억3000만 명이 치과 보험이 없어 이가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명국가에서는 도저히 일어나기 어려울 일이 지금 미국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9. 지난 2010년 우여곡절 끝에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법이 의회를 통과했는데요. 그 주요 내용은 어떤 겁니까?
⇨ 건강보험 개혁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정부와 기업이 추가 비용을 부담하여 무보험자 4800만 명 중 3200만 명의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고용주나 개인이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소득 수준에 따라 의료보험료율을 다르게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동일한 보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와 크게 다른 점입니다.

10.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법에 대한 거부감이 큰데요. 이들은 이 법의 어떤 내용에 대해 반발하고 있나요?
⇨ 공화당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이 법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 법이 기업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의 재정 부담을 크게 늘린다는 것입니다.

11. 이 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어떤 추가 부담을 해야 하나요?
⇨ 이 법에 따르면 50인 이상의 전일제 근로자(주 30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2015년부터 의무적으로 근로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를 어기면 기업들은 직원 한 명당 1년에 2000달러, 우리 돈으로 22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단, 기업 부담을 고려하여 근로자 30인의 벌금은 면제됩니다). 그러나 전일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소규모 사업체에는 벌금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들 업체에 대해서는 고용주가 의료보험 가입을 하는 경우 고용주 부담 보험료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현행 35%에서 50%로 올려서 보험 가입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와 같은 개혁을 통해 직장에 다니면서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던 600만 명의 근로자가 새롭게 혜택을 받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12.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법에 따르면 소득 수준에 따라 의료보험료율을 다르게 적용한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다르게 적용하는 겁니까?
⇨ 미국에는 연방정부 '빈곤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최저생계비와 유사한 것인데요. 올해 4인 가구의 빈곤선은 2만3550달러로 우리 돈으로 2590만 원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양국의 1인당 GDP 차이 2.3배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돈으로 1126만 원이 미국 4인 가구의 빈곤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기준으로 의료보험료율을 차등화하기로 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소득이 빈곤선의 400% 이하인 경우, 우리나라 경제수준에 비춰 보면 연소득이 4500만 원 이하인 경우 6개 구간으로 나눠서 의료보험료율을 2%에서 9.5%까지 차등 적용합니다. 소득이 빈곤선의 400%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정부 지원이 없습니다.

13. 이와 같은 방식으로 건강보험 개혁을 할 경우 미국 정부는 어느 정도의 추가 부담을 하게 되나요?
⇨ 미국 정부가 빈곤선의 400% 이하 계층에게 의료보험료율 2~9.5%를 적용하는 경우, 이들의 부담이 전체 의료보험료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0%에 불과하게 됩니다. 따라서 나머지 70~94%에 해당하는 의료보험료는 정부가 부담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개혁을 실현하기 위해서 향후 10년간 1조7000억 달러의 정부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14. 향후 10년간 1조7000억 달러면 연평균 1700억 달러인데요. 1700억 달러는 미국GDP에서 몇 % 정도를 차지하나요?
⇨ IMF에 따르면 내년도 미국의 예상 GDP는 17조5000억 달러입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오바마케어 연평균 재정 소요액 1700억 달러는 GDP의 1%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비춰보면 GDP의 1%는 올해 기준으로 약 13조 원에 해당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박근혜 대통령 기초연금 공약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은데요. 공교롭게도 그 공약을 원안 그대로 실천하려면 향후 10년간 해마다 GDP의 1%(연평균) 정도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지금 한미 양국이 기초연금과 의료보험 개혁을 둘러싸고 비슷한 소요 재정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렇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15. 결국 의료보험 개혁을 둘러싸고 백악관과 공화당은 격렬하게 대립했고, 그 결과는 정부 업무의 부분적 정지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같은 셧다운은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됩니까?
⇨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진 투자은행들과 신용평가사들의 전망을 살펴보면, JP모건은 셧다운이 1주일씩 지속할 때마다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이 0.12%포인트씩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무디스는 셧다운이 3~4주일간 지속되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최대 1.4%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셧다운이 한 달간 계속되면 분기 성장률이 최소 0.5%포인트에서 최대 2.0%포인트까지 떨어진다는 것인데요.

그러나 1995년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깅리치 전 하원 의장(공화당)의 극한 대치로 11월과 12월에 걸쳐 약 3주간 일어난 정부 일부 업무 정지로 당시 4분기 성장률이 0.25%포인트 하락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들이 지나치게 위기를 침소봉대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 중에서 1995년 현실과 가장 유사한 전망을 하고 있는 곳은 JP모건인데요. 이들의 견해에 따를 경우, 한 달간의 셧다운은 4분기 성장률을 0.6%포인트 낮춰 놓고, 연간 성장률을 0.15%포인트 낮추게 됩니다. 다만 지금의 미국 경제가 1995년과 달리 호경기가 아니라는 점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런 것까지 고려한다면 한 달간의 셧다운으로 인한 4분기 성장률 감소분은 1%포인트에 이를 수 있고, 연간 성장률 감소분은 0.25%포인트에 이를 수 있습니다.

16. 어떤 특별한 원인 때문에 우리나라 연간 성장률이 0.25%포인트 하락한다면 일자리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됩니까?
⇨ 우리나라에서 어떤 특별한 원인 때문에 연간 성장률이 0.25%포인트 하락하면 일자리가 2만5000개가량 줄어들게 됩니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 지표들을 보면 1% 이하 성장률 하에서는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고, 그 이상의 성장률은 1%포인트당 대략 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부 학자들은 6만 개라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잘못된 계산이 낳은 오류입니다.

17. 어쨌든 미국 정치권과 국민들은 어느 쪽이든 선택을 해야 합니다. 최근 미국 국민들 여론은 어떻습니까?
⇨ 미국 국민들 여론은 오바마 대통령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는 형국인데요. 지난 1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양사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53%가 셧다운 위기 책임자로 공화당을 지목했습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는 답변은 31%에 그쳤습니다. 양자 간의 격차는 22%포인트입니다.

양당 지지도 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는데요. 응답자의 24%만이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대답해 양사의 정기 여론조사가 시작된 1989년 이후 24년 만에 공화당 지지율이 최저치로 추락했습니다. 지난 9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도 공화당 지지율은 28%로, 역시 갤럽이 정기 여론조사를 시작한 199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셧다운이 공화당에 '대참사'가 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18. 미국의 이런 여론 동향,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미국 정치인들의 행태와 여론 동향을 볼 때마다 자주 느끼는 것인데, 그 나라 정치인들 대다수는 매우 퇴행적인데 국민들 대다수의 의식은 매우 건강합니다.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정치인들 포장지가 감추고 있는 내용물을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매우 퇴행적이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러나 국민들 대다수의 의식은 여전히 매우 건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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