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11일 자 1면, 3면 머릿기사로 일제히 북한에서 남침용 땅굴을 만들 능력이 충분하고 아직도 땅굴 남침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1면 '"북 땅굴위협 아직도 진행형" 군 3곳 탐지 중'에서 육군본부 비공개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군은 최근까지도 북한 귀순자들로부터 남침용 땅굴과 관련된 구체적 진술과 첩보를 확보했다"며 "이 밖에도 올해에만 14건의 관련 국내 주민 등의 제보를 받아 그중 경기 구리시 등 신빙성 있는 3개 지역에 병력과 장비를 투입해 탐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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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는 보고서를 인용하며 "북한의 대남 침투용 땅굴 굴설 능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군 당국자는 '북한이 3차례 핵실험을 실시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휴전선 인근과 주요 지역의 작전지휘소, 포진지, 비행장, 해군기지 등 주요 군사시설을 지하화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동아>는 '대남 침투용 땅굴'을 탐지하는 우리 군의 장비는 노후화되고 관련 기술도 부족해 1990년 제4땅굴 발견 이후 차가 땅굴 탐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일부 시추 장비는 도입한 지 34년이 지났고, 지하의 이상 공동을 탐지하는 데 사용되는 일부 전자파 탐사 장비도 도입한 지 21년이 경과됐다"며 "최근 3년간 신규 시추 및 탐지 장비가 도입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군 소식통 발로 "21세기에 웬 땅굴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단 하나의 대남 침투용 땅굴이라도 성공하면 남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보도했다.
3면 '北 특수부대 기습 루트… 2000년 이후 확보한 첩보만 22건'에서는 전문가의 말을 빌려 "서울시보다 큰 대규모의 유전 발견 확률도 1% 정도에 불과하다"며 "지질이 매우 복잡한 지하 200미터에서 직경 2미터 크기의 땅굴을 발견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대단히 어렵다"며 현대식 설비로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당한 땅굴 보도, 왜?
하지만 <동아>가 인용한 군 관계자의 말처럼 '21세기에 웬 땅굴 타령인가'라는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1990년 제4땅굴 발굴 이후 아직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 발견됐다는 보고는 없다.
민간 차원에서 추가 땅굴의 존재를 주장하는 의견이나 제보가 있었지만 군 당국의 현장조사 결과 북한의 남침용 땅굴이 아닌 것으로 모두 판명이 났다. 더구나 땅굴은 한국군을 후방에서 교란할 수 있다는 점과 병력규모를 은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땅굴 출구에 대한 전장 정보가 없다는 단점이 있어 북한에서도 더는 전술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동아>가 보도한 군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군 당국은 매년 시추장비 16대와 탐사장비 8대를 동원해 경기 파주시와 구리시 등 수도권 이북의 전방지역을 중심으로 북한군의 땅굴 탐지작전을 벌여왔지만 아직 땅굴을 발견했다는 보고는 없는 실정이다.
<동아>는 그 원인을 노후한 장비 탓으로 돌리지만 장비가 교체된다 해도 땅굴을 찾는다는 보장도 없다. 보도한 내용대로 지하 200m에 직경 2m 크기의 땅굴을 발견한다는 것은 신식장비로도 과학적으로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동아>의 뜬금없는 땅굴 보도는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북풍'으로 여론반전을 꾀하려는 노림수로 해석된다. 국정원 댓글 사건, 채동욱 총장 사퇴, 청와대 불통 인선 등 보수진영에 불리한 이슈들이 국정감사에서 쟁점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때아닌 '땅굴'이 제대로 여론몰이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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