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 발언이다. 경제민주화법안 상당수가 국회를 통과했으니 이제는 경제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국회를 운영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사실상 경제민주화법안을 포기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는 여권 내에서 실종된 지 오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언론사 논설·해설위원실장 오찬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 중점 법안이 7개 정도였는데 6개가 이번(6월 임시국회)에 통과됐다. 그래서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이제는 서로가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투자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경제민주화 논의를 종료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통과된 경제민주화는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상당하다. 지난 6월 임시국회까지 하도급 거래 공정화법, 프랜차이즈법,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바로잡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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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로 국회 통과한 경제민주화법안
이 중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난 6월 누더기로 국회에서 통과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법안은 과잉입법이라는 재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4월 국회 논의부터 논란이 됐다.
핵심 쟁점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 규제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제3장 '경제력집중 억제' 부분에 규제조항을 별도로 신설할지 여부였다. 부당지원 금지 조항이 있는 기존 제5장의 규정만으로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규제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는 제3장에 조항을 신설하는 대신 기존 제5장을 보완하는 방안을 택했다. 대신 제5장의 명칭인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를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금지'로 개정해 경쟁 제한성 입증 없이도 규제할 수 있도록 절충안을 냈다.
이를 두고 재계의 입장을 수용해 경제민주화가 후퇴했다며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반발 기류가 일기도 했다.
애초 개정안은 규제대상을 '모든 계열사 간 거래'에서 '총수나 총수일가가 일정 지분을 보유한 회사와의 거래'로 한정했지만 후퇴한 안으로는 대기업 집단 계열사 1768곳 중 실제 규제대상이 4분의 1도 채 안 되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강화 법안인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도 지난 7월 국회에서 처리됐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를 기존 9%에서 4%로 축소한 것이 골자인데 투자펀드(PEF)를 통한 산업자본의 은행 간접지배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두고 있는 법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 잠자는 법안도 상당수
누더기로 통과된 법안도 법안이지만 아예 국회에서 잠자는 경제민주화법안도 상당하다. 경제민주화의 핵심법안인 기업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과 보험·증권 등 제2금융권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확대하는 법안은 아직도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횡령·배임 등 재벌 총수의 중대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형 확정 이후 대통령 사면을 차단하는 사면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에 머물러 있다.
알려진 바로는 이전 국회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전체 경제민주화 공약 중 22%에 해당하는 법률안이 국회에서 논의됐고, 전체 공약의 16.5%만이 법률로 확정된 상태다.
이것은 고스란히 여론에 반영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7일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의 기업 및 경제 현안에 대한 인식 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은 정부 국정과제인 '경제민주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필요없다는 의견은 14.8%에 불과하고 나머지 85.2%는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기업가에 대한 국민 호감도는 작년보다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집권여당 대표는 사실상 경제민주화법안이 대거 통과됐으니 이젠 경제활성화 방안을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일자리 창출, 부동산 거래 활성화 등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 의지만 보이고 있다.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선 기간 새누리당이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강하게 경제민주화와 친서민 정책을 외쳤던 것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다시 MB정부의 친대기업, 친부자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황 대표의 이날 발언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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