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총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40장 분량 조선일보사 상대 정정보도 청구 소송 소장에서 "내가 10여 년간 Y씨와 혼외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와 아들을 얻은 사실을 숨겨왔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조선일보의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일보는 보도내용의 근거로 소수의 전언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 자사 보도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채 총장은 '사실 확인 결과, 채동욱 검찰총장은 Y씨와 혼외 관계를 유지한 사실이 없고, 따라서 Y씨와의 사이에 아들을 얻은 사실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음'이라는 내용의 정정 보도문을 조선일보가 지난 6일과 9일 잇따라 보도한 관련 기사와 같은 위치와 크기로 게재하라고 청구했다.
채 총장은 특히 판결이 확정된 후 5일 이내에 정정 보도문을 게재하지 않을 경우 하루에 1000만 원씩 지급하라고 청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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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동욱 검찰총장. ⓒ연합뉴스 |
채 총장 "내게 사실관계 확인도 안 했다"
그간 <조선>의 '혼외자식'설 보도에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던 채 총장은 이날 제출한 소장에서 정면으로 <조선>의 보도를 비판했다.
그는 "조선일보가 일반 언론보도의 원칙과 이전에 조선일보가 스스로 밝혔던 언론보도의 원칙에 비춰 이를 제대로 준수한 것인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 든다"며 "조선일보의 어떤 기자도 (내게) 혼외자를 낳은 것인지 여부를 사실로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의혹제기를 넘어서서 '밝혀졌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매우 민감한 내용을 보도하는 경우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등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확인해야 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부득이 보도할 경우에는 그 점을 분명히 밝히는 등 보도의 기본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조선일보는 (내게) 사실관계를 단 한 차례도 확인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중대한 사안에 대해 풍문 수준의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근거밖에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본인은 물론 Y씨에게도 일체의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당사자들을 상대로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명백히 신문윤리실천요강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선>이 과거 이만의 전 장관 혼외자식 논란 당시 기재한 칼럼을 언급하며 "조선일보가 보도원칙을 스스로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이만의 전 장관 혼외자식 논란 당시 <조선>은 "한국에도 공직자의 사생활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질 것은 그런 사생활의 문제가 A장관의 직무에 영향을 미칠 공적 이슈냐 하는 점이다"라고 이 전 장관을 두둔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소송을 통해 유전자 감식이 실시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Y씨 모자에 대한 유전자 감식을 위한 감정신청을 계획하고 있으나 소 제기시점까지 Y씨 모자에 대한 인적사항과 주소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이 부분들이 확인되는 즉시 유전자 감식 감정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 총장, 승소할 수 있을까
채 총장이 '칼'을 꺼내들면서 '혼외자식' 논란은 2라운드를 맞게 됐다. 하지만 현재로는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채 총장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으로 싸움터를 옮긴 채 총장과 <조선>은 혼외자식 진위를 놓고 각자의 주장을 입증하는 증거들을 재판부에 제시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양측 주장이 상당 부분 공개된 상황이어서 결국 유전자 검사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 서로 새롭게 추가할 '팩트'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최초 보도 이후 <조선>이 일주일 동안 보도를 이어갔지만 혼외관계자로 지목된 임모 씨의 주변인과 혼외자녀로 지목된 채모 군의 학교 관계자 등의 전언 이외에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채 총장 역시 이날 입증서류로 <조선>의 기사와 신문윤리실천요강, 임 씨가 조선일보에 보낸 편지만 제출했다. 이미 기존에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다. 유전자 검사가 핵심 쟁점이 된 이유다.
재판부는 채 총장이 유전자 감정 신청을 내면 이를 검사할 병원을 지정한다. 그러나 재판부도 채 군에게 감정에 응하라고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이 때문에 채 총장은 채 군과 어머니를 설득해 유전자 검사에 동의를 받은 후 감정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 총장도 이날 소장에서도 채 군에게도 즉시 유전자 감식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가 이를 거부하면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앞서 임 씨는 언론에 보낸 편지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며 유전자 검사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채 군이 유전자 검사를 받지 않을 경우, 채 총장이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 재판이 시작되면 입증 책임은 원칙적으로 <조선>과 채 총장 둘 다에게 있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보도가 허위'임을 주장하며 소송을 낸 원고의 입증 책임이 더 크기 때문이다.
'청와대 개입설' 밝혀질까
다만 이번 법정 싸움에서 주목되는 점은 <조선>에 누가 '혼외자식'설을 흘렸는지가 밝혀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유전자 검사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조선>은 자신들이 입수한 '혼외자식' 제보에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해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서 받았는지를 밝혀야만 한다. 그래야 '혼외자식' 기사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성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 논란이 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개입설'에 대한 의혹이 어느 정도 풀리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조선>이 취재원 보호를 내세우며 이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어 자칫 <조선>이 패소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법무부도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고검장급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채 총장 감찰에 앞서 진행 중인 진상규명 조사와 관련, 명확히 확인된 성과가 없어 채 총장의 협조가 필요하며 필요할 경우 강제조사 수단을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도 좋지 않다. 국민의 절반 이상은 채 총장에 대한 <조선>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 후 법무부가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를 내린 데 대해 비판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KBS <뉴스9>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22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채 총장에 대한 감찰 파문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혹만으로 감찰지시는 부당하다"는 응답이 51.8%로 조사됐다. "정당하다"는 응답은 40.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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