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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녹취록', 왜 <한겨레>·<경향> '물'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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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녹취록', 왜 <한겨레>·<경향> '물' 먹었나

[오늘의 조중동] 조중동, 각각 '이석기 녹취록' 단독 입수 보도

1990년대 후반 '안티조선운동'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신문에 난 것은 모두 사실'이라고 믿는 우리 사회에서 보수언론인 <조선일보>의 왜곡·과장보도가 끼치는 사회적 해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운동이었다. 적지 않은 이들에게 '(특정) 신문에 난 것이 모두 사실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게 했다는 점에서 '안티조선운동'은 '언론개혁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2013년, <조선일보>를 선두로 한 보수언론이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서 안겨준 '종합편성채널'(종편)까지 등에 업은 '조중동'의 여론 주도력은 더 커졌는지도 모른다. 보수정권과 보수언론의 공생관계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소위 '잃어버린 10년' 정도로는 끊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안티조선운동'을 비롯한 언론개혁운동의 성과로 많은 이들이 조중동이 때론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왜곡·과장보도'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종편까지 가세한 데다 또 다른 보수정권이라는 든든한 정치적 백까지 확보한 이들의 거침없는 행보를 어느새 당연시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언론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프레시안>이 첫 편집국 개편을 맞아 '오늘의 조중동'이라는 코너를 신설한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진영 논리를 동원해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합리적 비판'이야말로 '소통'의 기본 전제 중 하나다. '오늘의 조중동'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발행될 예정이다. <편집자주>


기자들 사이에 쓰는 은어 중에 '물 먹인다'가 있다. 단독이나 특종보도로 다른 기자들을 낙종시켰을 때 쓰는 말이다. 2일자 조간에서는 <조선> 등 보수언론이 <한겨레>와 <경향>을 '물' 먹였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5월 비밀회합에서 발언한 추가 내용을 <조선>,<중앙>,<동아> 등은 자신들이 단독 입수했다며 1면 탑으로 일제히 보도했다.

<조선>은 이날 '이석기 "북한 왜 문제냐… 민족의 자랑'이라는 기사에서 자신들이 단독 입수한 이 의원이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가진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비밀회합에서 발언한 추가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당시 비밀회합의 마무리 발언에서 "북한이 미사일 쏘는 게 정당하다며 정세에 따라서 쏘는 게 뭐가 문제냐, 쏘자, 정세 변화는 역동성에 있는 것이다"고 발언했다.

<중앙>도 1면 '이석기 5월 강연, 북한 용어투성이'라는 머리기사를 통해 단속 입수했다며 RO 비밀회동 녹취록을 보도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이 의원은 강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가리켜 '위원장 동지'라고 표현하면서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을 치켜세우는 발언을 쏟아냈다.

또 이 의원은 '무형분자, 자기초소, 조중혈맹, 간고분투, 사업작풍' 등 북한 단어와 어투를 그대로 사용하며 강연했다고 <중앙>은 보도했다.

▲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연합뉴스

<중앙>, 이석기의 북한식 표현 사용 집중 비판


북한에서는 '혁명과 건설에서 나서는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투쟁하는 일터'를 '자기초소'라고 정의한다. 또 '조중혈맹'은 6·25 전쟁 당시 마오쩌둥 주석의 아들 마오안잉이 중국군으로 참전해 사망하며 시작된 북-중 관계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무형분자'는 이념적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북한식 표현이다. 이 의원은 이 용어를 탈당파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 유시민 전 의원 등에 적용했다.

<중앙>은 3면에서도 이 의원이 발언한 내용을 중심으로 북한식 표현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동아>도 마찬가지다. 1면 '이석기 "철탑 파괴" 무력투쟁 방법 언급했다' 기사를 통해 RO 5월 회합 미공개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이 의원이 5월 12일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존재가 보이지 않는데 엄청난 무기가 있어서 곳곳에서 동시 다발로 전국적으로 그런 세력이 전쟁을 한다면 그 새로운 전쟁에 대한 새로운 승리를, 새로운 세상을 갖추자"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미 그전부터 (역량을) 갖췄어야 하는데 (늦었지만) 오늘부터 (갖추도록) 하자. 그게 첫 번째 가장 강조하고 싶은 주체적 (소음으로 안들림)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조중동은 1면 이외에도 상당 부분의 면을 할애해 이석기 의원의 5월 강연 내용을 집중적으로 분석했을 뿐 아니라 이 의원의 과거 발언, 그가 과거 몸 담았던 회사의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검찰과 국정원의 '여론몰이'?

조중동은 이 녹취록을 어떻게 각각 '단독 입수'했을까. 아마도 '여론몰이'용으로 검찰과 국정원이 흘렸을 가능성이 크다. <조선>은 1,3,4,5면, <동아>는 1,2,3,4,5면, <중앙>은 1,2,3,6,12면을 통해 이 의원과 통합진보당 문제를 심층 보도했다. 녹취록을 준 이들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된 셈이다.

현재 수사가 진행되는 중인 사건의 경우, 함부로 피의사실을 유출할 수 없다.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보면 기소 전 수사 상황은 공개금지(9조)가 원칙이다. 사건 관계인의 소환 여부, 소환일시, 구속영장 등 수사 관련 서류는 기소 전 공개가 금지돼 있다.

다만 언론사의 과다한 취재 경쟁이나 오보 등을 막기 위한 경우 수사 상황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 상황 공개는 공보담당관이 검찰청장의 승인을 받은 공보자료에 대해 익명으로 하도록 규정했다(7조).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은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분히 의도가 있는 유출이라고 유추되는 대목이다. 이번 이석기 의원 사태는 이 의원의 범죄 여부와는 별개로 궁지에 몰린 국정원의 정치적 의도가 배경에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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