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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가 방어용? 가장 무서운 공격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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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가 방어용? 가장 무서운 공격 무기"

[정욱식의 평화만들기]'총알로 총알 맞추기' MD 이야기(상)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로 6월 28일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를 냈다. 지난 2일로 준비호 6호를 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뽑은 뉴스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흐름으로서의 뉴스', '지식으로서의 뉴스'를 추구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2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안녕하세요. 여름 휴가철이 한창인데요.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지요? 제 휴가는 7월 30~8월 2일, 8월 8~10일 이렇게 잡혔습니다. 만삭인 아내의 일정을 떠받든(?) 결과입니다. 공교롭게도 <주간 프레시안 뷰> 원고 마감과 겹치게 되었지요.

그래서 2주 동안 현안을 전해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점 널리 양해를 구하면서 대신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총알로 총알 맞추기 게임'으로 일컬어지는 미사일 방어체제(MD) 이야기인데요. 이건 단순히 하나의 군사전략이나 무기체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과 세계, 특히 미국과 한반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알기 쉽고 재밌게 전해드리겠습니다.

2000년 11월의 일이었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지요. 그러자 저는 이런 얘기를 여기저기에 떠들고 다녔습니다. "부시는 북한과 절대로 협상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왜? MD 명분을 잃지 않기 위해서!"

오늘날 한반도 정세와 비교해보면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지지만, 2000년까지만 해도 한반도 정세는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김대중-김정일의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대립과 반목에서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가 열렸을 뿐만 아니라, 클린턴 행정부도 DJ의 권유를 받아들여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거든요. 이에 따라 북한의 특사가 워싱턴을, 미국의 특사가 평양을 방문하곤 빌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까지 합의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클린턴은 결국 평양행을 포기하고 맙니다. 왜 그랬을까요? 핵심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MD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2003년 9월 출간된 회고록 '마담 세크러테리(Madam Secretary)'에 담긴 내용입니다.

"의회와 전문가 그룹의 많은 사람이 북한과 하는 거래가 미사일 방어체제(MD)의 구축의 명분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에 반대했다."

깨알 자랑 한마디. 그럼 저는 조지 W 부시가 당선되었을 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멈출 것이라고 어떻게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여기에는 개인적인 사연이 숨어 있습니다. 1999년 여름 10명 가까이 모여 <평화네트워크> 창립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한 일이 한국과 미국 언론의 북한 보도에 대한 모니터링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외국어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미국 신문을 맡게 되었지요.

지대공 미사일 요격 무기 패트리어트 PAC-3. ⓒ로이터=연합뉴스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일간지들의 북한 관련 과거 기사를 훑어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느닷없이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정보기관 수장들이 등장해 '북한이 조만간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는 내용이 북한 보도의 주류를 이뤘거든요.

1998년 8월 31일 북한이 소형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쏘면서 미사일 문제가 최대 이슈이긴 했지만, 미국 정부 안팎에서 북한의 위협을 부풀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미국 정부의 유력 인사들이 언론에 '북한위협론'을 제기하면 며칠 후에 어김없이 MD 관련된 법안이나 예산 심의가 있었던 겁니다. '이거 심상치 않네'. 이런 의문을 품고 MD 문제를 파헤쳐봤습니다.

그러자 빛이 관통하면 7가지 빛깔을 보여주는 '프리즘'처럼 MD를 통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단 MD(Missile Defense)는 방어용 무기입니다. 그런데 가장 무서운 공격 무기라고 비난받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창을 가진 미국이 상대방의 창을 막을 수 있는 방패까지 갖게 된다면, 미국은 그 창을 휘두르기가 더욱 쉽기 때문이죠. MD의 표적이 되어온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 등 많은 나라가 MD에 강력히 반발해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MD를 통해 미국 정부 및 의회와 군산복합체의 유착관계, 대북정책을 비롯한 대외정책의 메커니즘, 핵무기와의 관계, 미국-중국-러시아 삼각관계, 유라시아 지정학, 한미동맹 등 여러 가지 굵직한 사안들의 한 단면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미국 공화당이 MD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저는 군산복합체와 유착관계에 있고 '절대 안보'를 신념처럼 받드는 부시 진영이 승리할 경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올 스톱'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것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MD는 군산복합체에 막대한 이윤을 보장해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지만 미국 국민에게는 엄청난 혈세가 들어가는 '돈 먹는 하마'입니다. 미국 강경파들에게는 어디에선가 미사일이 날아올 수 있다고 미국 국민들에게 겁을 줄 필요가 있었는데, 북한만 한 존재가 없었던 것이죠.

실제로 부시 행정부는 2001년 1월 집권하자마자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사실상 전면 폐기했습니다. 여기에는 타결 일보 직전까지 갔던 미사일 협상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MD를 사활적인 이해관계로 간주한 부시 행정부에 대북 포용정책과 MD 구축은 양립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아래 제가 예전에 쓴 글 하나를 링크 걸어두었는데,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한반도와 MD, 그 기구한 악연에 관하여)

2001년 5월로 기억합니다. 부시 행정부가 백악관-국무부-국방부 관료들로 구성된 'MD 설명단'을 한국에 파견한 적이 있었는데요. 주한 미국 대사관의 주선으로 이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이분들은 MD가 얼마나 훌륭한 무기체계인지 열변을 토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당신들 그거 하려고 북한하고 대화를 중단한 것 아니냐?" 그랬더니 북한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국가인지 또다시 열변을 토하더군요.

아무튼,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MD 문제는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2006년 11월 미국의 네오콘들이 이라크 전쟁 패배의 책임을 지고 줄줄이 사퇴하기 전까지 말이죠. 그럼 오바마 행정부는 어떨까요? MD와 한반도의 기구한 악연은 끝난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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