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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야당이냐, 대안 야당이냐…고민은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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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야당이냐, 대안 야당이냐…고민은 사치다

[이철희의 정치전망] "제1 야당답게 행동하고 선택해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로 6월 28일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를 냈다. 지난 2일로 준비호 6호를 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뽑은 뉴스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흐름으로서의 뉴스', '지식으로서의 뉴스'를 추구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2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결국 이렇게 됐습니다. 민주당은 장외를 선택했습니다. 김한길 대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내에선 강경파들이 강하게 압박하고, 여권도 일체의 양보는커녕 몰아세우기 일쑤이니 그로서도 운신의 폭이 거의 없었을 겁니다. 강한 야당이냐, 대안 야당이냐 놓고 논쟁을 하곤 합니다만 결국 어느 것이든 상대가 있는 게임이니 강공 일변의 새누리당에 맞서기 위해서는 야성을 회복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일 겁니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이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시달린다는 지적은 타당해 보입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김종구 칼럼] 민주당의 '착한 아이 콤플렉스')

그렇다고 해서 민생을 포기해선 안 됩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는 정보기관의 정치개입을 극복하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앙정보부란 이름의 정보기관은 태어날 때부터 정치머신, 정치탄압의 도구였습니다. 그런 정보기구의 정치개입을 막는 것이 곧 민주화의 핵심적 과제였습니다. 따라서 민주당이 이런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투쟁하고, 대중적 동력을 만들어내면서 국정원 개혁을 밀어붙이는 건 전적으로 타당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가 돼서는 안 됩니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아파하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답 제시 없이는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또 안보국면의 이면에서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뒤로 밀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조차 사실상 부정되고 있습니다. 잘 관찰하면 반공 보수 또는 여권 강경파의 안보 드라이브는 결국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제압하려는 어젠다 다툼의 차원에서 제기된 것으로 반공 보수가 시장보수를 파트너로 삼아 보수 세력의 이완과 분열을 제어하려는 헤게모니 전략이라는 점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잘하고 있느냐, 못하고 있느냐를 따지기 이전에 민주당이 정말 정당의 기본에 충실한 정당인지 이제는 물어야 할 때입니다. 최장집 교수는 민주당에 대해 "구심점을 갖지 못하고 각 의원이 1인 정당 역할을 하는 '프랜차이즈 정당"이라고 질타했습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모름지기 정당이라면 당의 공식적 의사 결정 라인에 의해 집합적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민주당은 그렇지 못합니다. 명목상 권력과 실질적 권력의 공존이라는 이상한 역학 관계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는 불능(do nothing) 정당으로 전락하는 듯합니다.

이런 점에서 강한 야당이냐 대안 야당이냐 하는 고민은 일종의 사치입니다. 문자 그대로 제1 야당답게, 10년 집권한 정당답게 행동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정파적 관점에 함몰되면 그 어떤 지도자도 나오기 어렵고, 제대로 된 대선 후보도 길러지기 어렵습니다. 127석을 거느린 거대 정당으로서 어떻게 이렇게 무력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지경으로 민주당의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박상훈, 정동칼럼- 민주당은 정당일까 파당일까)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선택한 것은 안철수 의원에게도 하나의 도전입니다. 양당 간의 극한 대결로 제3세력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야권의 유력 정치인 또는 대중적 지지를 가진 대권 주자로서 이런 위기를 수습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냥 기성정당들이 거칠게 싸우면 싸울수록 새 정치에 대한 갈망이 더 늘어나고, 그것은 곧 안철수 의원에게 유리한 토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은 일면적일 뿐입니다.

ⓒ프레시안(최형락)

NLL 국면을 거치면서 문재인 의원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가 늘어나고 있듯이 이제는 단순히 새로운 사람이라는 점에 주목하기보다 그의 리더십에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난마처럼 얽힌 갈등의 혼란상을 볼 때 유권자로서 자연스럽게 문제 제기를 넘어 풀어내는 해결 능력, 즉 리더십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 의원도 인기 있는 정치인을 넘어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정말 답답하기만 한 정치를 바꿔놓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리더십 문제, 안철수 의원도 결코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한국의 보수는 위험한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일본의 우파가 그렇듯이 개혁적 보수로의 변신이 아니라 더 강경하고 완고한 보수의 스탠스를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자민당이라는 이름의 일본 보수세력이 다시 살아난 배경에는 정권교체에 성공했던 일본 민주당의 무능이 있습니다. 경제는 별로 나아지지 않고, 야당은 무능할 때 유권자들로선 어쩔 수 없이 이념 프레임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하기 쉽습니다. 이런 점에서 장덕진 교수의 지적은 아주 탁월한 분석입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세상 읽기] 아베의 일본, 한국은?)

여권은 대통령 지지율 때문에 상당히 고무된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이 휴가차 들른 저도에서의 사진을 올리는 모습을 보면 청와대가 얼마나 대통령 지지율과 이미지 관리에 신경 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스탠스와 홍보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입니다. 때문에 정치권의 혼란을 수수방관하면서 '나 홀로 인기'를 누리려고 하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때문에 현안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높은 지지율이 가져다준 폐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폐해는 남북관계에서도 보입니다. 개성공단 문제를 놓고 우리 정부가 뻣뻣한 자세를 보이는 걸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일반 국민의 여론만 보면 대통령의 스탠스는 옳습니다. 그러나 결국 개성공단이 문을 닫고, 남북관계가 경색돼 평화가 흔들리게 된다면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또 개혁적 보수를 지향한다고 공언한 박 대통령이 가장 낙후되고 거친 강경보수의 모습에 만족하게 되면 지지기반이 현저하게 축소될 것입니다. 그 결과 대통령은 강경보수에 휘둘리는 신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암울한 한 주입니다. 정치가 실종되고, 상잔의 투쟁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인데, 이런 낡은 정치 때문에 더 후덥지근합니다.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에릭 보크의 말이 생각납니다.

"국민의 행복은 개인의 물질적인 부분보다 개인과 가족의 건강한 삶과 신뢰할 수 있는 정치, 교육을 통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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