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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선 불복하는 당사자는 정작 누구인가?

[김민웅 칼럼] "반칙하지 않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자폭행위"는 누가 하고 있는 걸까?

지난 대선은 국가권력기관의 정치공작으로 부정선거가 되고 말았다. 국정원과 검찰, 경찰의 조직적 선거개입은 이제 더는 부인하기 어려워졌고, 박근혜 정권 창출의 근본동력 가운데 하나였음이 드러났다. 이들의 선거법 위반은 명백했고, 공정선거를 파괴한 범죄행위였다.

따라서 '문재인 낙선과 박근혜 당선'을 겨냥한 국정원의 정치공작은 국민주권의 정당한 발동을 가로막은 민주주의 유린 사건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단죄가 필요한 사안이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국가권력기관의 통제와 관리 아래 질식할 것이며, 민생의 절박한 요구도 자본과 권력의 반민주적 동맹체제 아래에서 공권력으로 짓밟히고 만다. 이는 이미 "희망버스"에 대한 공권력과 자본의 폭력으로 입증되었다.

서울광장의 촛불민심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민주당의 선택에 새누리당은 "자폭행위"라고 비난하다가 하루만에 "광장에서 길 잃지 말고 국회에서 길 찾으라"고 뒷걸음쳤다. 민심의 폭발력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광장에서 길을 잃는 것이 아니라, 광장에서 길을 뚫어내는 것이다.

대의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직접 민주주의의 위력이 발휘되는 것만이 답이다. 민주광장에서 지금 길을 잃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다. 국회에서 길 잃게 만든 장본인 역시 이들이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야말로 "자폭행위"를 하고 있는 당사자다.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핵심적으로 한 것은 댓글유포에 의한 여론조작과 NLL 문건 유출을 통한 냉전정치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하나로 통합된다. 당시 문재인 후보와 그 진영은 '종북좌파'라는 '안보위험세력'이라는 낙인찍기다. 여론조작은 선거법 위반, NLL 문건 유출은 국가기밀 파손행위로 모두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다.

이걸 감싸고 있는 것이 대통령 박근혜다. 그는 지난 대선의 반칙도 모르쇠하고 있고, 민주주의 유린사태에 대한 정치적 교정을 철저히 외면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민주주의 파괴를 조장하고 있다. 문재인에 대한 안보위험세력 낙인찍기와 민주주의 허물기 전략의 연장선에서 박근혜 정권은 냉전정치의 핵인 군사주의 세력과 정보정치 집단을 전면에 등장시키고 있다.

▲ 1일 열린 민주당 야외 의총에는 80명이 넘는 의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프레시안(최형락)

냉전정치 척결의 절박성

NLL 문건 논란은 국정원의 정치공작 규탄이라는 정국의 중심을 잠시 혼란에 빠뜨리기는 했지만, 적지 않은 성과 또한 있었다.

첫째, 국가기밀 유출의 중심에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김무성 등 집권세력 내부의 중심인물들의 결탁이 드러났고, 둘째 정치공작을 위해서라면 남북관계를 언제든 희생시킬 의지를 가진 세력이 누구인지도 확인되었으며, 셋째 노무현 정부 당시 NLL 관련 남북협상의 직접적 관련자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김관진 국방장관 등이 진실을 알면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한 넷째, 문건공개 요구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국가기밀 관리체제의 중대 문제점과 바로 이러한 점으로 해서 기밀유출이 언제든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도 짐작하게 되었으며, 다섯째 무엇보다도 박근혜에게는 NLL 군사충돌을 막고 평화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것은 우리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갈등을 평화적으로 풀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에게 얼마나 치열한 설득노력을 보였는가와 확실한 대조를 보였다.

결국, NLL 문건 논쟁은 남북 간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방식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져야 함을 절감하게 했으며 그것은 평화협정 추진이라는 목표의 제시와 관철이라는 정치적 과제를 우리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걸 풀지 못하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냉전정치에 시달릴 것이며, 한반도 평화는 냉전세력의 기득권을 위해 희생되고 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귀태의 후예인가, 귀태 자체일까?

이러한 논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온 '귀태발언'은 막말정치로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지난 7월 12일자 <한겨레>와 <경향>까지 사설에서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런데 과연 정말 그런가?

1931년 일본 관동군이 벌인 만주사변과 1937년의 중일전쟁과 이후 1941년 태평양 전쟁의 참사의 중심에는 일제의 괴뢰정부 만주국이 존재한다. 만주국은 "군사주의 세력과 정보정치 그리고 역사 날조"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제패의 야망을 달성하는 일본 파시스트 세력의 기획물이다.

박정희는 바로 이 파시스트 세력의 야망에 자신의 미래를 걸었던 인물이다. 바로 그런 존재에 대해 강상중은 그의 책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원제: 대일본 만주제국의 유산)>에서, 역사적으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망령과도 같은 존재로 '귀태'라는 단어를 확장 해석해 사용했다. 이와 함께 그는 귀태와 귀태의 후예 등에 얽힌 일본제국주의의 유산 청산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논지를 밝힌 것이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잘못이라면 귀태의 개념 정의에서 '역사적'이라는 말을 빼먹었다는 점일 텐데 그것은 마치 생물학적 탄생에 대한 저주로 읽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사용했던 '귀태'의 본질적 출발점은 국정원을 통한 정보정치와 국정조사 파행전략의 현실을 보니, 귀태의 후예답다는 비판이 아니었던가? 이렇게 가다가는 유신체제의 부활이 보인다는 그의 탄식은 귀태정치의 등장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이게 그의 귀태발언의 핵심 아니었던가?

오늘날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귀태의 후예가 아니라 귀태 자체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군사주의 세력의 요직배치와 활개 치는 정보정치, 그리고 역사왜곡이 결합된 현실은 만주국 귀태정치의 본령이었으니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현실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한겨레>와 <경향>의 사설이 홍익표 발언에 대해 막말정치의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으나, 강상중이 사용했던 '귀태'라는 말의 본질을 정확히 환기시키고 막말정치보다 더한 '막장정치'를 규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선 불복? 대선 승복!

이제 서울 광장의 촛불민심을 다시 주목해보자. 새누리당은 국정원 대선 공작에 대한 문제제기와 민주당의 촛불민심 합류에 대해 "대선불복이냐?"고 묻는다. 우선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되묻고 싶다. 불복 운운은 공정성이 전제될 때 가능한 질문이다. 이미 부정한 정치공작이 개입된 당선이 분명해졌는데, 여기에 승복하라는 것은 정치공작에 면죄부를 주라는 것 아닌가?

만일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정치공작 승복당'에 다름 아니다. '대선불복'을 강조하고 나서는 것은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을 은폐하고,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인물과 세력이라는 낙인을 찍어 박근혜 정권 정통성 논란을 봉쇄하는 작전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다시 묻는다. "너희들 페어 플레이 한 거 맞아?" 이 대답을 먼저 명확히 한다면, 대선불복 질문에 대해 서슴지 않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주광장의 촛불 민심은 결코 대선불복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정원 개혁정도에 만족하려는 것도 아니다. 민주주의 유린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수준에 머물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NLL 논란에 종지부를 찍자는 요구에 그치려 하는 것도 아니다.

촛불민심의 가장 강력한 요구는 '대선 승복'이다. 왜냐고? 반칙하지 않은 자가 진정한 승자니까. 반칙한 자는 자격박탈과 함께 퇴장당해야 하는 것이 대선의 원칙이니까. 부정입학 사건의 당사자 국제중의 자격박탈에 대해 박근혜가 말한 것과 똑같은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 대선의 원칙이니까. 우리가 승복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대선의 원칙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니까. 그래야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민주주의 공화국이니까.

그러고 보면 대선 불복하는 정작의 당사자는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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