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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조짐, 한가한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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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위기의 조짐, 한가한 박근혜 정부

[정태인의 경제진단] 세수확보율 부족하지만 뒷짐 진 정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로 6월 28일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를 냈다. 지난 19일로 준비호 4호를 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뽑은 뉴스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흐름으로서의 뉴스', '지식으로서의 뉴스'를 추구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발행되는 조합원에게 무료로 제공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유료인 콘텐츠다. <주간 프레시안 뷰>를 보고자 하는 독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7월 한달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지난 19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에 실린 글의 일부를 게재한다. <편집자>


안녕하세요? 경제뉴스 읽어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제가 외국에 나간 건 세 번 정도입니다. 한번은 30대 중반(1995년), 나랏돈으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세계화'를 국정 지표로 내걸고 그 일환으로 한국에서 외국에 관한 논문을 쓰는 박사과정 학생에게 장학금을 줘서 현지 조사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버클리 대학에 약 6개월 머물렀는데 당시 우리는 말 그대로 "별 볼 일 없는" 후진국이었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가전제품 판매장에 나란히 있는 소니와 삼성 TV의 가격은 두 배나 차이가 났습니다. 아마도 제품 성능은 이미 비슷했을 텐데 명성에서는 비교가 안 됐기 때문이죠. 더구나 2년 후 외환위기까지 맞았으니 대한민국은 영락없는 후진국이었죠.

다음엔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2003~2004년), 여러 나라에 출장을 갔습니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는 약 10년 전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제가 그들에게서 "이제 너희도 잘살잖아"라는 표정을 읽은 것은 제가 대통령 비서관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리고 2009년 북유럽 국가들을 공부하기 위해 다시 나갔는데(학자도, 공무원도 아닌 그냥 일반인 신분으로), 이번엔 "자기들과는 다르지만, 또 하나의 성공한 모델" 국가에서 온 사람으로 대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전후 신생 독립국 중에서 장기 경제성장에 성공하고 어느 정도라도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거의 유일한 나라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라의 품격'은 아직 먼 모양입니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은 미술품 투기로 비자금을 은닉하고 급기야 외국에 '종이 회사'를 세워서 돈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더욱 통탄할 일은 국가기록원에서 정상회의 회의록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참으로 후진국다운 일이 터졌으니까요. 아니 이건 조선 시대만도 못한 일입니다.

이렇게 경제와 별 상관없어 보이는 얘기를 길게 쓴 건 경제와 정치, 사회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섭니다. 이제 한국 경제는 더 이상 베낄 게 별로 없는 상태에 도달했습니다. 방향이 확실할 때는 "하면 된다"고 밀어붙이고 저항하는 자는 군홧발로 밟으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젠 불가능한 상태에 온 거죠. 나라 전체가 문제를 정의하고 국민 전체가 어떤 방향을 나아갈지 토론해서 새로운 방향을 잡아야 하는 겁니다. 과거를 속이고 눈가림만 하면 경제는 어떻게 되겠지, 하는 순간 우리는 70년대의 중남미처럼 다시 후진국으로 전락할지도 모릅니다. 정치와 사회가 현재의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데 오히려 과거를 그리워하고 실제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얘깁니다.

▲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박근혜 대통령. ⓒ뉴시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제일 먼저 눈길을 잡아끄는 기사는 올해 목표 대비 세수확보율이 5월 말까지 41.3%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9조 원 남짓 적은 82조 원이 걷혔다는군요. 2011년 같은 기간의 실적이 48.1%, 12년 47.4%였던 데 비해서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심지어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의 45.8%에도 못 미칩니다.

세수 감소의 주요인은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의 징수실적 부족입니다. 각각 기업실적과 내수경기를 반영하는 두 세목은 전체 세수의 60% 정도를 차지하는데요. 법인세는 경기가 나쁘니 기업 실적이 좋을 리 없는데다 지난해 기업 법인세율을 22%에서 20%로 또 낮췄으니 줄어들 수밖에(작년 동기 비 17.9% 감소) 없습니다. 부가가치세도 7.2% 감소했는데 경기가 나쁜데 소비를 늘리지 않을 테니 이 또한 당연합니다.

▲ 한국은행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결과 추이 ⓒ한겨레신문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한가합니다. "상반기에 추경 편성과 부동산 대책 등 정책을 내놔, 하반기 경기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세수감소폭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결국,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져서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얘기죠.

이를 뒷받침하듯 한국은행도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8%와 4.0%로 예측했습니다. 둘 다 0.2%p 올린 겁니다.

흥미롭게도 한은은 매년 이른바 '상저하고'(상반기의 성장률은 낮고 하반기는 높다)의 전망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적치를 보면 하반기에 성장률이 더 떨어지는 일이 되풀이됐죠. 사실 국내외 기관들의 경제전망을 보면 한 분기 후, 또 내후년의 성장률을 높게 봅니다. 약간의 여유를 두고 자신의 낙관을 집어넣는 겁니다. 이런 한은의 예측을 믿을 수 있을까요? 한겨레 박순빈 기자의 말을 들어 보시죠.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빗나간 전망…한은 '양치기' 되나)

한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버냉키는 자신의 지난 6월 19일 발언을 얼버무렸습니다. 연준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은 미리 정해진 코스가 있는 게 아니고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용한다는 거죠. 지지난 주에 해설을 해 드렸듯이 다소 뜬금없는 얘기였으니까요. 마침 세계적인 금융 전문가인 버클리의 아이켄그린 교수가 버냉키의 발언을 비판하는 글을 실었군요.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A Tale of Two Tapers)

공교롭게도 버냉키 발언이 나온 6월 19일에 발표된 중국 당국의 금융 긴축 정책도 이 글은 비판했는데요. 실은 중국 쪽이 세계경제에 가지는 의미가 훨씬 더 큽니다. 지금 중국은 지방정부, 부동산개발회사, 공기업이 합작으로 대규모 부동산 버블을 일으킨 상태이고 언제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버블이 터지면서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함부로 이자율을 조정하면 걷잡을 수 없는 대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고, 공기업이나 부동산개발회사의 수장이 현재 집권층의 일가나 지인인 경우가 많아서 그리 쉽게 단행할 수 있는 정책도 아닙니다. 저는 현재 공산당과 정부의 권력이 아직 강력한 만큼 이번에 위기가 온다 해도 단기간에 수습할 수 있으리라 낙관합니다만(한국의 79년 위기가 어떻게 수습되었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의 위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겁니다.

어쨌든 지금은 중국의 상황에 따라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로 급전직하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다시 확언했습니다.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거지요. 세수는 줄어들고 경기는 계속 나빠지면 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정부가 공언하는 대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세출을 줄이는 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할 겁니다. 모든 상황은 바로 지난주에 얘기한 민영화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이 예상외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겁니다. 현재 전 방위적으로 진행되는 공기업 민영화는 지난 대선 시기의 국민적 합의인 경제민주화와 복지와는 정반대로 가는 거죠. 정신 바짝 차리고 초장에 막지 않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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