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이 경찰 고위 간부를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도 넘은 '갑(甲)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관련 법안까지 통과시켰지만,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피감기관 간부에게 욕설도 모자라 폭행까지 한 것.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A의원은 지난달 중순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경찰청 B간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뺨을 때리고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는 새누리당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경찰청 간부 등이 참석한 회식 자리로, A의원은 이날 열린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B간부의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경찰청 현안 보고' 태도를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A의원이 "남재준 (국정원장) 만도 못하다"며 경찰을 거세게 질타하자 B간부가 반발, 결국 폭행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자리엔 이성한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A의원은 지난 15일부터 해외 출장길에 오른 상태로, 폭행 사실에 대해선 전면 부인하고 있다. A의원은 지난 2004년에도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 60대 경비원을 폭행해 고소당한 전례가 있다.
폭행을 당한 B간부도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성한 경찰청장 역시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술자리에 동석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요즘 맞는 경찰이 있겠느냐"며 폭행 사실은 부인했다.
야권 "새누리, '막말' 운운할 게 아니라 폭행부터 해명해야"
야권은 일제히 해당 의원의 도 넘은 '갑질'을 질타하고 나섰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해당 의원이 벌인 이 같은 행태는 새누리당이 국가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며 "마치 무소불위인마냥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가 경찰기관을 자기 종 부리듯이 하고 있는데 도저히 이대로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국회의원이 경찰 간부를 폭행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사건이 터지고 쉬쉬했던 경찰의 태도도 문제"라며 "권력에 조아리고 자존심도 없는 비겁한 경찰, 자신의 안위도 보호하지 못하는 경찰이 어떻게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통합진보당 역시 "새누리당은 지금 '막말'을 운운할 게 아니라 본인들의 경악스러운 '폭력 사태' 의혹에 대해 신속하게 해명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남재준만도 못하다'고 나무랐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면서 "국정원은 적극적으로 몸을 던져 불법 논란까지 불사하며 박근혜 정권을 엄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경찰은 왜 그러지 못하냐고 질책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홍 대변인은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권력 사유화가 이토록 참담한 수준"이라며 "맞은 경찰도 말할 수 없이 비참하겠지만 소식을 접한 우리 국민들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새누리당의 사과를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의 폭행 의혹에 대해 현재까지 어떠한 입장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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