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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통령 박근혜는 대답해야 한다

[김민웅 칼럼] "민주주의가 근본이다"

수혜자의 선택인가?

개혁의 대상에게 개혁의 주도권을 일임한다? 당장 해임해야 할 자에게 더욱 분명한 신임을 보여준다? 이게 대통령 박근혜의 국정원 문제 해법이다. 따라서 진정한 국정원 개혁은 이제 없다. 이건 민주주의를 짓밟은 국가기관에 대한 최고 권력의 철저한 비호라고 밖에 달리 생각하기 어렵다. 문재인의 지적대로 "국정원 대선 개입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된, 당사자의 당연한 선택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대선 후보 박근혜와 정치공작이라는 조직범죄를 저지른 국정원은 한몸이며, 본인이 주장한 대로 무관하다고 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의 당선에 국정원의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게 정말 억울하다면, 이를 깨끗하게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독립적인 기구를 결성해 국정원 조사와 개혁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입장 아닌가?

그렇게 하지 못한 까닭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지난 대선에서 자신에게 정치적 봉사를 한 기구에 대한 보은 이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있다면 어디 해보시라. 박근혜의 국정원 문제 처리방식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더더욱 보장해주는 일인 동시에, 권력에 대한 민주주의의 통제장치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대통령이라면 혹여 그 당선의 정당성이 아무리 탄탄하다 해도, 민주 공화국의 대통령은 이미 아니다.

민주주의 수호의 의무를 저버리는 대통령이라면

지금 박근혜는 단지 지난 대선의 불공정성과 부정선거 문제로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점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주의 수호라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최고 임무를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는 사실이 이제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국정수행 방식은 매우 위태로워지고 있다.

국정원 정치개입은 누가 봐도 국민주권의 유린이다. 국민주권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제1원칙이다. 이것이 무너지게 하는 권력자는 국민주권의 이름으로 해임 대상이 된다. 그게 대한민국 헌법 정신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어떤 민주주의 국가도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유린 사태를 방조하거나 그것을 도모할 권리를 주지 않는다. 국정원은 댓글이라는 방식의 여론조작과 국가기밀 유출로 지난 대선에서 그 조직의 정당성이 완전히 붕괴한 상태다. 그런데 이를 바로 잡을 생각은 않고, 국정원의 명예 운운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남북 정상 회담록을 공개해버린 장본인과 기구를 대통령은 감싸고돌았다. 남재준은 이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전혀 반성할 필요가 없어졌고, 국정원 정치개입과 남북관계 기밀 관리 파탄에 관한 책임은 더더욱 질 이유가 사라졌다.

이로써 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국민은 이러한 권력이 쉽게 짓밟아도 되는 대상으로 전락할 처지가 되었다. 대통령에 대한 국정원의 충성은 어떤 불법행위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의 명예를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추락시킨 것은 국정원장 남재준 자신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의 정보기관은 "국가기밀 관리자가 아니라 국가기밀 누설자"라는 조롱을 듣게 된 것은 누구의 어떤 행위에 따른 것인가?

▲ 박근혜 대통령. ⓒ뉴시스

국민주권에 대한 박근혜의 태도

박근혜는 대통령으로서 이를 사전에 알고 승인한 것인가, 아니면 사후 승인해준 것인가?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 이 질문을 하는 것은 헌법 제1조가 명백하게 밝히고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권력이 나오는 주권을 가진 국민의 마땅한 권리이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 충분한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박근혜의 피할 수 없는 의무다. 이 의무를 저버리고 싶다면, 대통령을 그만두어야 옳다. 대통령에게는 국민주권 발동에 대해 응답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대통령이 아무도 쉽게 비판하지 못하는 신성불가침의 권력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다. 그런 인물은 시대착오적인 권력자에 불과할 뿐이다. 자신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면, 지난 대선 유세과정에서 박근혜 선거의 총지휘를 맡았던 김무성의 남북 정상 회담록 사전 입수와 이에 대한 정치적 이용 과정, 그리고 이명박 정권과의 협조 논란 등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이걸 그대로 묻고 가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오산이다.

왜 그런지 따져보자. 공직선거법 제82조에는 정보통신망 이용 허위사실 유포·비방금지 항목이 있으며, 제85조는 공무원 등의 지위 또는 직업적 관계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금지되어 있다. 게다가 제60조는 국가 공무원(기관. 단체 포함)이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제9조에는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면 검찰은 신속하게 이를 단속, 수사해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특히 정보통신망을 이용해서 허위사실이나 비방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이러한 행위는 불법행위가 된다. 제255조는 이러한 불법 행위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하고 있으며, 당선인이 관련된 경우 제264조는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면 당선 무효가 되게 되어 있다.

국정원은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불법선거에 따른 사법적 조처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 행위에 따른 직‧간접의 수혜를 입게 된 당사자가 바로 지금의 대통령이다. 우린 이걸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리고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어떻게 정리하고 해결해야 할까? 이에 대한 정직한 정리를 끝끝내 못 한다면,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선거법을 무용지물로 만들고자 하는가?

북방한계선 NLL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실 왜곡을 주도하고 있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흉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들은 국정원 댓글이 지난 대선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니 뭐 그걸로 난리냐 하는 식이다.

만일 이 말이 옳다면, 앞으로 우리는 선거사범에 대한 단죄를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에 따른 과학적 측정에 의거해서 해야 할 것이다. 불법 선거 현행범도 그 당장에는 놓아줘야 한다. 당락에 대해 얼마나 결정적인가를 확인하고 나서야 문제로 삼아도 삼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정말 이래도 된다고 믿는 것은 아니겠지?

선거 때에는 인터넷 언론에 댓글 하나 달아도 실명제가 적용된다. 그런데 자신의 실체를 숨기고 조직적으로 여론조작 작업을 한 자들과 이를 지휘한 자들의 범죄를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져보고 논란을 해도 하자면 선거법은 뭐 하러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 영향의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이 있기는 있는 것인가? 여론 조사를 하면 답이 나오는가?

민주당, 초점 잃지 마라

한편 의회에서의 국정조사 표류는 새누리당이 국정원 문제를 어떻게 끌고 가려는 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의 김현,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현장 당사자"로 고발되었다는 이유를 내세워 국정조사의 가장 날카로운 동력을 제거하려 하고 있다. 누구의 인권유린이라고? 우선 사실관계도 이젠 틀렸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국민의 주권 유린은 그렇다면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말인가? 억지의 절정이다.

민주당은 초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전투력 또한 훨씬 날카로워져야 한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대선과정에서의, 국가권력기관의 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치공작의 힘에 의존한 세력의 부당한 집권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남북 정상회담 NLL 논란은 이들의 집권전술이었고, 국정원은 이 모든 정치기획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의 남북 정상 회담록 원본 공개 찬성은 애석하게도 패착이다. 외교적으로나 남북관계상으로나 옳지 않다. 그러나 이왕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단지 발언의 진위확인과 해석논쟁에 그칠 일이 결코 아니다. 그 패착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을 수준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강력한 계기와 세력 집결을 이루어낼 수 있어야 한다. 서해평화지대를 비롯한 정전 60주년을 계기로 평화협정체결을 주도하는 구체적인 그림과 실천을 보여야 만이 이번 원본 공개의 의미를 전격적으로 승화시켜나갈 수 있다.

이번 사태를 여야의 정쟁으로 몰아가거나 그런 점을 부각해 논평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대한 논의를 흐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이건 정쟁이 아니라, 민주주의 관철의 문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 점을 절대 놓치지 말고 보다 치열하게 전력투구를 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전투력으로는 밥상이 다 차려져 있는데도 자멸한다.

덧붙여, 민생도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정치에서 나온다. 민생 정치의 진정한 방향과 실제적인 내용이 그런 정치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기반이 없는 민생 운운은 그 어떤 것도 본질을 비켜 나가려는 기만에 불과하다.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들은 이 기만을 유포하는 중이다. 집권세력이 대선과정에서 기세 좋게 내세웠던 "경제 민주화 정책"이 어떻게 실종되었는지를 보라. 정치의 본질이 바로 서지 못하면, 민생은 이렇게 배반당하게 되어 있다.

민주주의의 힘

한 나라의 발전은 그 사회가 어떤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국가의 임무와 역할은 그 에너지의 생성과 결집, 그리고 동력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에 있다. 그리고 이 작업을 제대로 하자면, 근본적으로 '국가권력의 공적 성격'이 확고해야 한다. 만일 '특정세력에 의한 국가권력의 사유화'가 굳건해지거나 확대 재생산된다면 그 나라는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 모순과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푸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정치의 공적 책임을 끊임없이 묻고 그에 따라 그 사회를 조직화해내는 힘이다. 이걸 가로막은 일체의 세력과 권력은 이 나라 발전의 장애물이다. 자, 어떻게 하고 싶은가? 권력의 사유화를 조장하는 역사의 장애물을 치우고 민주적 발전의 미래를 창출해나가는 일에 전력하고 싶은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박근혜, 당신의 대답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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